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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상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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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저자 현찬양 출판 엘릭시르(문학동네) 발간 2022.09.02 "나에겐 이야기가 필요해. 그것이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기이한 이야기라면 더 좋겠지." 한 가지 약조를 해주셔야 합니다. 우리 궁녀끼리는 비밀 이야기나 괴이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반드시 귀를 씻는답니다. 귀 씻은 물을 대나무밭에 부으면 비밀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받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돌아다니지 않고, 오로지 대나무숲만 헤맬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약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오가는 한 여름 밤의 기담이다. 결말이 너무 활짝 열린 채 끝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한데 그 아쉬움을 외전으로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외전이 찐인데, 소설 앞에서부터 차..
[서평] 패싱(passing) 백인 행세하기 - 넬라 라슨 패싱(Passing): 백인 행세하기 저자 넬라 라슨 옮김 서숙 출판 민음사 발간 2021.07.20 - 넬라 라슨 (Nella Larsen) 1981년 미국 시카고에서 성니도제도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검은 피부를 타고나 인종 차별에 일찍 눈뜨게 된 그는 192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할렘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28년 첫 소설 ⟪유사⟫, 1929년 ⟪패싱⟫을 출간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뛰어난 업적을 이룬 흑인들에게 수여하는 윌리엄 하몬 브론즈 어워드와 구겐하임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초기의 활발한 창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혼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출판사와의 불화 등으로 세 번째 소설을 출판하지 못한 채 1964년 세상을 ..
[서평] 일곱 해의 마지막 - 김연수 저자 김연수 출판 문학동네 발간 2020.07.01 시인 백석. 본명은 백기행. 백석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였고, 백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근데 그 시는 1938년에 발표한 시다. 아직 해방 전, 하나의 나라가 두 개로 갈라지기 전의 작품. 1930~40년대의 그 문인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글이랄까. 1957년부터 마지막 시를 쓰는 1963년, 그 7년간의 백기행에 대한 이야기. 광복 이후에 이제는 살만하겠다 싶었겠지만, 한국전쟁 이후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삶은 아마도 그가 생각했던 세상이 아니었을테다. 오직 한 명에 의한, 그 한 명을 위한 사회에 살면서 '당의 이념' 앞에서 기행은 그들의 입맛에 맛는 시를 쓰기를 요구받지만 기행은 러시아문학..
[서평] 검은 꽃 - 김영하 저자 김영하 출판 문학동네 발간 2003.08.20 김영하 작가를 좋아한다. 어렵게 베베꼬아 쓰지 않는 문체는 글이란 이렇게 써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편안하다. 그러나 글이 편하다고 해서 작가가 담아내는 내용이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지 않나.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러나 독자의 머리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내공이 필요한 일이고, 나는 김영하 작가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탄탄한 내공을 가진 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말도 잘해.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김영하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게도 작가의 작품 중에 못 읽은 것들이 참으로 많아서... 신간 중에 흥미를 끄는 것이 없을 때는 주섬주섬 읽고 싶었던 김영하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어나가려 ..
[서평]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Before She Knew Him, 2020) 저자 피터 스완슨 역자 노진선 출판 푸른숲 발간일 2020.05.25 "우리 아버지는 괴물이었고, 어머니는 피해자였죠. 그래서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겁니다." 의 저자 피터 스완슨의 스타일리한 스릴러 . 헨리에타(헨)는 옆집의 매슈와 미라 돌라모어 부부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옆집을 구경하던 중, 매슈의 서재 벽난로 위에 놓은 펜싱 트로피를 본 헨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헨은 매슈가 '더스틴 밀러 살인사업'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런 의심은 곧 확신이 된다. 문제는, 헨이 매슈가 살인자임을 안다는 사실을 매슈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헨은 경찰에 증언을 하려 하지만 조울증을 앓던 헨의 과거에 일어난 사건 탓에 경찰은 헨을 믿어주지 않는다. 살인마의 이웃에 살게 된..
[서평] 정세랑 - 시선으로부터,(2020) 저자 정세랑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20.06.05 2010년부터 활동했다는 정세랑 작가의 2020년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쉼표까지 꼭 붙여서 써야하는 『시선으로부터, 』. 쉼표의 의미는 '시선'으로부터 뻗어나간 그녀의 자손들이 시선이 그러했던 것처럼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6.25 전쟁을 겪고 난 후 시선은 친척의 반강제적(?) 도움으로 하와이로 가서 살게 된다. 하와이에서 그녀의 삶의 방향을 확 비틀어준 나쁜 남자, 독일의 유명한 화가였던 마티어스를 만나 함께 독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마티어스가 자신에게 행하는 폭력과 억압을 참아내며 화가로서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끝내 첫 번째 남편인 요제프 리를 만나 한국에 돌아와 다시 정착하게 되..
[서평] 베르나르 베르베르 - 기억 1, 2 (2020)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자 전미연 출판사 열린책들 발간일 2020.05.30 오랜만에 따끈따끈한 신간 리뷰.한국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사랑하고, 많은 책을 낸 작가인데 정작 나는 완독했던게 그 옛날 『뇌』. 그나마도 읽은지 10년도 훨씬 넘어서 줄거리를 봐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독후감이 필요한 이유. 다만 기억나는 것은 베르나르만의 정말 독특한 소재 선택과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이다. 『기억』은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가 우연히 전생의 기억을 체험하는 퇴행최면을 통해 최초의 전생, 1만 2천년 전의 아틀란티스인 게브를 만나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인으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르네는..
[서평] 운명과 분노 (Fates and Furies, 2015) 끄적임 - 문학동네 북클럽 5월의 책, 운명과 분노. 6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 어마무시해서 참여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언제 또 이렇게 읽어보겠나 싶고, 오바마가 강추했다고 하니 혹하는 마음에 도전했다. - 다 읽고 난 감상은.... 사실 읽고 있는 중에도 굉장히 애매하게 느꼈던 게 재미있다고 하기엔 2% 부족한 것 같고, 재미없다고 하기엔 꼭 그렇지는 않은 뭔가 그 어중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땠냐구요? 라고 물으신다면... 아니 그러니까 말이에요... 이게.... 애매한데.... - 원제인 ‘Fates and Furies’는 ‘운명의 세 여신과 분노의 세 여신’을 말한다고 한다. 운명의 세 자매 ‘모에라이’는 클로토가 운명의 실을 뽑고, 라케시스는 운명의 실을 감거나 짜고, 아트로포스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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