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Passing): 백인 행세하기
저자 넬라 라슨
옮김 서숙
출판 민음사
발간 2021.07.20
- 넬라 라슨 (Nella Larsen)
1981년 미국 시카고에서 성니도제도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검은 피부를 타고나 인종 차별에 일찍 눈뜨게 된 그는 192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할렘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28년 첫 소설 ⟪유사⟫, 1929년 ⟪패싱⟫을 출간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뛰어난 업적을 이룬 흑인들에게 수여하는 윌리엄 하몬 브론즈 어워드와 구겐하임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초기의 활발한 창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혼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출판사와의 불화 등으로 세 번째 소설을 출판하지 못한 채 1964년 세상을 떠났다. 흑인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워커 등이 1980년대 이후 다르누 흑인 여성 작가를 재발굴하기 시작하면서 넬라 라슨의 작품이 재평가되고 문학사 속에 위치가 복원되었다.
https://blog.naver.com/minumworld/222456526483
패싱(Passing)이란 백인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흑인들이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을 뜻한다. 소설 ⟪패싱⟫에는 백인 피부를 지닌 두 흑인 여성 '클레어 켄드리'와 '아이린 레드필드'가 나온다. 둘 다 백인의 외모를 지닌 흑인이지만 완전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다.
클레어는 백인 행세를 하며, 남편과 가족들에게 철저히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성공적으로 백인 상류 사회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흑인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과의 생활, 딸 마저리에 대한 책임감에 둘러싸여왔던 그녀는 흑인 사회에 대한 그리움, 열망으로 아이린의 세계에 자꾸 침범하게 된다. 끝내는 아이린을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힘들게 하기까지 한다.
아이린은 클레어와 마찬가지로 백인의 피부를 가졌다. 그러나 클레어와 달리 그녀는 패싱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가끔 백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출입하기 위해 패싱을 이용하는 정도. 그러나 그녀는 1920년 뉴욕 흑인사회 사교계에 속해 있으며, 브라질로 떠나고 싶어하는 남편 브라이언을 만류하며 두 아들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린이 우연히 시카고에 들리게 되며, 백인 상류층이 출입할 수 있는 드레이튼 호텔에서 어린 시절 친구였던 클레어와 재회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부모대에 흑인과 백인의 피가 섞여 백인의 외모를 가지게 된 두 흑인 여자의 서로 다른 삶을, 아이린의 말을 통해 보여준다. 가난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핍박 받아 살아왔던 클레어는 패싱을 선택한다. 그럼으로써 백인 상류사회에 진입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살게 된 클레어였지만, 그녀의 정체성이 원하는 곳, 마치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흑인 사회를 자꾸 그리워하고, 그 안에 속하고 싶어한다. 흑인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 몰래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그녀. 그리고 아이린은 자꾸만 자신의 일상을 침범하는 클레어로 인해 힘들어한다.
239페이지의 짧은 소설을 거의 이틀 안에 다 읽었다. 내용이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으나,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1920년대뿐 아니라 할렘 르네상스가 일었던 1920년대. 그리고 차별받는 쪽에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아이언맨3의 과학자 마야 한센 역할로 유명한 레베카 홀이 감독을 맡아 영화화 되었고, 토르의 발키리로 유명한 테사 톰슨과 월드워Z에 출연했던 루스 네가가 주연을 맡았다. 심지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도 나온다!!! 원작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출연진이 무슨 일인지. 202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곧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다고 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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