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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23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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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히나가 죽었다. 아픈 삶만 살다 가버렸다. 크흡....

 

22회 마지막 글로리 호텔을 날려버리고 끝나 연휴에 결방이었던 탓에 2주내내 궁금하던 글로리 호텔의 폭발의 과정이 그려지면서, 히나는 마치 호텔과 함께 곧 죽을 사람처럼 정리를 했다. 수미 편에 황제에게 보내는 서신(본인이 호텔을 폭파시킨 범인이라는 진술을 담은)을 보내고, 따르던 호텔의 고용인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멀리 떠나보내고. 해드리오 형제에게 호텔의 폭탄 설치를 부탁하고 일본 군인들에게 잔뜩 술을 먹여 놓은 후 호텔을 날려버리려는 것이었다.

 

일본 군인들을 응징하려는 애신이 호텔에 나타나 폭탄에 불을 붙이는 것을 도왔고, 결국 유진과 동매의 눈앞에서 글로리 호텔은 무사히(?) 폭파되었다. 그 불지옥 속에서 동매는 히나를 구해 도망치고, 유진은 애신을 구해 도망쳤다. 우리 히나는.... 히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크게 다친 상태였고, 엄마가 살던 곳으로 가고 싶다하여 동매와 히나는 히나의 엄마가 살았던 강릉으로 향했다. 그 바닷가에서, 히나가 동매에게 자신보다 먼저 죽지 말라고 눈물로 부탁하던 그 바닷가에서 히나는 동매에게 업힌 채 동매 등에서 눈을 감아버렸다.

 

동매에게 눈이 오면 이 해변이 이쁠 거 같으니, 눈이 올때 자기를 만나러 와달라며. 대신 너무 빨리 오지는 말라구. 근데 아무래도 동매는 빨리 히나를 만나러 갈 것 같다. 드라마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느껴져서 제발, 히나가 행복하기를 바럤는데, 여지없이 가장 먼저 죽어버렸구료. 죽기 전 동매에게 유진이 아닌 다른 사내(동매)가 마음에 들어와 그를 기다렸다며 말했지만, 뭐랄까 매화 커플은(동매의 매와 양화의 화라며. 난 몰랐오, 커플 이름이 있는 줄) 사랑은 아닌 그러나 우정보다 훨씬 진한 그 무언가의 관계 같았다. 세상에는 딱 이 감정이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 둘이 남녀의 애정에 비롯되는 애틋함이 아니라 고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는 그러한 애틋함을 보여준 것 같아 히나의 죽음이 더욱 애통했다.

 

그리고 동매의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진고개를 싹슬이하면서 했던 대사가 영 찜찜하다. 일본까지 가는 전보가 날이 궂고 혹여 늦어지더라도 열흘은 걸릴테니 그 열흘을 일년같이 살겠다는 말이었는데, 동매도 영 살아갈 의지가 뵈진 않는다. 사홍에게 애신을 지키라고 했잖아. 근데 왜 안 지키고 죽으려고 해... 심지어 동매는 아편중독이기까지 했다. 역시나 애신을 지키다 죽는 동매를 보게 되는 것인가. 그리 히나도 동매도 행복해지기를 바랬건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라는 생각은 22회 글로리 폭파때 약간 바뀌었다. 아무래도 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 혹여 1명이라도 살아남는다면 그건 희성이 되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기록하여 남기는 자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도윤의 생사를 알지 못한채 그의 누나와 동생을 부모의 집에 지내게 하면서 희성이 아버지에게 도윤의 누나와 동생을 지켜달라 한 것이 영 찜찜하다. 그니가 지키면 되지 왜 그걸 아버지한테 부탁하니... 그저 살아만 있어주길 바랬는데 아무래도 새드엔딩이 될 느낌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가슴 먹먹했던 것은 23회 엔딩이 아닐까. 행랑아범과 함안댁이 죽었다. 하야시때부터 이토 히로부미에 이르기까지 일본어를 통역했던 역관이 수배지를 뜯어가 이덕문 앞에 내놓으며 모리 타카시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의병 명단까지 줘버렸다... 아니 당신이 거기서 왜 튀어나와. 덕분에 이덕문이 애신이 의병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출세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려 들었다. 의병들의 거점과 애신이 의병이라는 것을 이토 히로부미에게 고하며 황도공과 의병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의병들의 거점에 지내던 이들이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행랑아범과 함안댁, 그리고 다른 노인들이 함께 산에서 내려와 일본군들의 주의를 흩뜨려 놓은 것이다. 마치 애신이 가마를 타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결국 일군들의 총에 죽고마는 행랑아범과 함안댁의 모습이 엔딩에 그려지면서 느꼈다. 애신이 엄청 슬퍼하겠구나. 이제 조선 땅에 애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남아있는 것일까. 불꽃처럼 살다간 이들의 생명을 등에 짊어지고 애신은 과연 어찌 되는 것일까.

 

눈물겹게 애신과 유진이 재회를 하였으나, 이미 벌써 슬픈 이유는 무엇인지. 3년 사이에 이미 생지옥이 되어버린 조선 땅에 돌아온 우리의 이방인, 미스터 션샤인. 그는 조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한 여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일뿐인데, 그저 그 길이 의병의 길이었을뿐. 생지옥 속에 가장 최전방에서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이가 살아남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마음이지 않나 싶을 정도니. 어차피 새드엔딩에 다 죽을거라면, 애신과 유진이 서로를 지키다 죽는 것이나 보게 해주구료 작가양반....

 

 


 

나는 유진보다 애신이 더 좋으니까, 마지막 회 리뷰는 애신을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나에게 이 드라마는 유진이 아니라 애신의 드라마였다.

 

 

 

유진.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노비로 태어나 눈 앞에서 주인에 의해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지켜보노 어린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미친듯이 달렸고, 구해달라 눈물 흘리며 구걸하였다. 그의 삶에는 언제나 신이 함께하셨는지 황도공을 만나 선교사 요셉을 만나고, 요셉과 함께 머나먼 땅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낯선 땅은 동양인 아이에게 평범한 삶을 허락하지 않았고, 유진은 역시 또 그저 살아남기 위해 길러온 긴 머리를 잘라내고(조선과의 인연을 스스로 끊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백인이 아니어도 미국인이 될 수 있는, 군인이 되기로 한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상사였던 카일을 살리고, 공을 인정받아 대위가 되어 다시 조선 땅으로 돌아오게 된 유진. 돌이켜보니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삶이었다. 심지어는 자신을 버렸고, 자신도 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조선땅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고, 오직 그녀가 살아남아주기만을 바랬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스스로 흔들어냈다.

 

참으로 판타지스러운 인물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지켜내었던 사내는 이제 사랑하는 이가 살아남아주는 것, 그것 하나만을 위해 다시 이방인이 되었다.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하고 있는 그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여전히 그의 삶에 신이 함께 한다면, 애신과 유진의 해피엔딩을 점쳐주시려나. 조선은 한번도 그를 품어준 적 없었으나, 그가 가는 발걸음은 모두 조선을 위한 것이었으며, 옳은 길로 가고 있었다. 그에게 애국심은 있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있어 망설임이 없다. 조선인, 미국인 그런 것을 떠나서 나는 그저 유진이라는 인물은 옳은 일을 행하는 인물이라고 보았다. 물론 그가 가는 발걸음에는 모두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애신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 얼마나 로맨틱한 설정이란 말인가. 돈도 명예도 나라도 필요없으며 오직 사랑하는 한 여인만을 지키고자 하는 어느 남자라는 설정. 캐릭터 설명이 벌써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유진이라는 캐릭터는 그 하나만 놓고 생각해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유진과 애신은 한 세트라고나 할까. 애신을 만나기 전의 유진과 만나고 난 후의 유진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으니. 유진이 겪는 사건사고에는 언제나 애신(애신 또는 애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 있었다. 그리고 애신을 향한 그의 말과 행동이 어찌나 션샤인마냥 따수운지 그래서 다들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다시 봤다고 하는 거 아닐까. 김태리의 고애신이 없었다면 이병헌의 최유진이 이토록 멋있을 수가 있었으랴.

 

나도 그렇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내 주위 사람 모두 한결같은 평이다. 그 때문에 보기 싫었는데 너무나 연기를 잘해서 보고 있다고. 나는 보기 싫은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신경 안쓰고 다른 캐릭터들을 보고 싶어서 보기 시작한거였는데 드라마 중반 이후를 지나가면서 어느새 유진과 애신의 사랑에 빠져들고 있었으며,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들만큼은 제발 살아남아주기를 바라면서도, 혹시라도 새드엔딩이라면 차라리 둘이 같이 죽이라는 마음까지 생길까.

 

가장 처절했던 역사의 한 가운데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어느 이방인의 삶이 잘 마무리되기를. 나라가 그를 지켜주지 못했으니 마지막까지 이방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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