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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 1~4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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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드라마의 지난 1~4회 불호였다는 것에 대해서 이제부터 써보려한다.

그러니 혹시라도 검색하다가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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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라이프가 종영하지 않았나. 라이프가 유종의 미를 제대로 못 거둬준 것 같아서 흉부외과는 기깔나는 의학드라마가 되어주기를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집중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난 궁금했다. 나는 왜 이 연기잘하는 배우들이 나온 드라마에 흥미를 못 느꼈는지.

 

 

캐릭터가 너무나 평면적이다. 지독히도. 특히 고수가 연기하는 태수가. 대통령 후보자에게 이식되어야 할 심장을 가로채 도망가버린다 태수가. 왜?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그의 어머니도 심장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게 1회에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충격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얘네가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달았나 과거를 통해 알려주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러면서 이미 태수 캐릭터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현실성이 너무나 떨어졌거든. 태수의 마음은 이해하나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최소한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라면. 저런 정도의 행동은 범죄에 가깝다. 그러니까 거의 범죄자가 할법한 행동을 한건데,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태수의 마음은 백번 이해를 한다. 그러나 행동에 대한 이해는 머리가 영 따라가지를 못한다.

 

미흡하지만 나의 의견을 내보자면, 그때 심장을 들고 튀며 양심의 가책은 1도 없어뵈는 태수를 그릴 것이 아니라 이 심장을 어머니께 주고 싶어서 애달프게 눈물 흘리며 미친듯이 고민하는 태수를 그렸어야 하는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해야 태수라는 캐릭터가 가진 '서사'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얘는 돌+아이인가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라 얘가 도대체 어떤 슬픈 사연이 있는걸까에서 시작하려면.

 

어찌되었건 심장탈취범이 된 주인공에게 앞통수 한대 얹어맞고, 이야기는 2014년으로 돌아간다. 그때 태수는 타대출신으로 겨우겨우 전공의 4년차를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지도교수를 제대로 들이박았다. 수술하던 중 교수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 그냥 덮어두지 않고 다 까발린 것. 이 장면을 통해 태수가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걸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확신이 안 선다.

 

교수에게 제대로 엿을 날리자마자 달려와서는 무릎꿇고 어머니를 살려달라며 사죄하는 전개는 머리로는 이해가 안가나(솔직히 이건도 좀.... 성격 이상한 새X 아냐? 싶었다) 역시 마음으로는 이해가 된다. 나도 내 부모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데 무슨 짓이든 못할까. 다만 현실이라면 보통 자기 엄마를 입원시켜놓고, 지도교수가 그렇게 신경써주는 척 하는데 그날로 교수를 들이박지는 않겠지. 문제는 태수가 지도교수인 진철을 들이박은 그 과정이었다. 그 교수의 밑에 4년이나 있었으면 더한꼴을 봤으면 봤지 덜하지는 않았을거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함께한 시간이 있을텐데, 그들의 역사는 싹 갈려나가고 태수와 교수가 어떤 정도의 사이인지 시청자는 정보를 단 1도 얹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제자가 교수 등에 칼 꽂는 것부터 본거다.  최소한 태수가 전공의로 지낸 4년의 시간을 한두장면으로라도 설명을 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해야 태수를 이해할 수 있는걸까.

 

라이프와 비교하는게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거기엔 최소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내적갈등을 하거나, 갈등을 하는 척이라도 하거나, 행동을 할땐 숨어서 하기라도 헀다(예진우가 죽은 이보헌 원장의 아이디를 빌려서 자료를 다 까발린 것처럼. 그리고 그가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그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분노하고 고민한 후에 행동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1, 2회 동안 나는 박태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제대로 공감을 해 볼 기회를 박탈당한채 그냥 박태수는 이런 애야 라는 한 두문장의 명제를 주입당하고 있었다. 집중이 되겠어 안되겠어...

 

그래서 태수를 포기하고 엄기준의 석한으로 넘어가 생각을 했다. 태수를 그렇다치고 석한은 왜 집중하지 못했을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고 마냥 정의롭기만 한 인물보다는 온갖고생은 다하고 온갖 멸시를 다 당하지만 이 악물고 버텨낸 인물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요즘은 입체적인 인물들이 많으니까. 석한은 타대출신이나 모종의 거래(?)로 태산대학교 흉부외과 교수가 된 인물이다. 그를 밀어내기 위해 원장과 교수들은 일을 안주려하지만 그는 다른 병원들에 명함을 뿌기까지하면서 환자들을 받는다. 번듯한 대학병원의 교수가 수술을 하기 위해서 다른 병원들에 명함을 뿌리고 다닌다는 이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석한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 그리고 석한은 태수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응급수술과 원장이 잘못해서 삐끗한 수술의 뒷처리수술 사이에서 엄청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진 석한과 저 썩어빠진 집단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생존본능의 석한이 부딪히는 순간을 그려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태수를 표현하는 방법보다 석한의 방법이 더 낫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기에.

 

문제는... 태수가 그때의 석한처럼 유사하게 자신에게 득될 것이 하나도 없는 수술을 하겠다고 석한에게 논의할때 석한은 그를 말린다. 그러자 태수는 그럼 그때 교수님은 왜 그러셨냐 교수님이 그래서 얻은게 뭐냐(태수의 어머니를 수술해줬을때)했더니 뜬금없이 석한이 날린 대사였다. 너를 얻었잖아라고 했던가.... 느낌이 왔다. 저런식의 한두문장으로 인물과 인물사이의 관계와 서사를 퉁치려고 한다는걸. 나는 태수와 석한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단 1도 모르겠는데요. 설명을 해주신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연기잘하는 저 배우를 앞에 두고 나는 이 드라마를 계속 보아야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시간도 돈인데... 투자할 가치가 있을것인가...

 

그 뒤에 뭐 심장에 본드를 붙이네마네, 수술복 입고 철물점 들어가서 본드를 사오네마네(사실 난 그장면에서 서지혜가 연기하는 윤수연이 돈계산을 어떻게 했을까가 더 궁금했다. 외상인가?) 따위는 의구심을 갖고 싶은 에너지조차 들이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 엔딩에서 누구누구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하니 최소한 심장에 본드를 붙여도 되나요 정도는 자문을 구했겠지. 근데 그 환자는 심장에 본드를 붙여서 죽는게 아니라, 감염으로 죽을 것 같다. 그리고 의사들 말싸움하는 사이에 환자 다 죽겠다. 간호사들한테 뭐 좀 있냐고 그만 물어보고. 들어가기 전에 간호사가 수술할 상황 아니라고 말했어 안했어. 콱씨.

 

이 드라마 1회에 35분씩 중간광고끼고 하루에 2회씩, 그러니까 일주일에 4회씩 총 40부작이다. 실제로 20부작이나 다름없지만, 어쨌든 40부작 드라마에서 이렇게까지 인물 설명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넣고 싶어하는건지 궁금해서라도 봐야하는걸까.

 

이 드라마에는 정치도 없고 멜로도 없다고 자신하던데, 이미 정치는 있더라. 제작진이 생각하는 정치와 내가 생각하는 정치가 서로 다른 개념인가본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그냥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라는 것 같다. 그러나 타대출신을 탐탁치않게 여기는 수준을 넘어서 눈살찌푸릴정도로 석한에게 피해를 주기까지 하는 그 과정 역시 정치라는 개념 안에 포함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더 말하면 내가 피곤하니 각설하겠다. 멜로는 없어야하는게 맞다. 멜로 없어도 의학드라마는 의학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기 때문에 서로 아옹다옹하면서 정들고 그러다 사랑하고 죽고 못사는 그런 과정따위 안 넣어도 된다. 그냥 정치도 없고 멜로도 없다는 멘트는 바로 전 의학드라마였던 라이프를 겨냥한 말인 것 같아 의미없이 넘기련다.

 

쓰고보니 정말 불호로 가득한 리뷰다. 그런데 내가 이정도로 드라마를 보면서 답답했다는 것이 글에 묻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얘가 정말 보다가 답답해 죽을뻔했겠구나.. 그리 이해해주시기를... 그래도 이 드라마, 기대를 가지고 몇 번 더 보려고 한다. 내가 느낀 답답함이 풀어질 수도 있는 스토리가 보여질지도.

 

 

#POOQ(푹) 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 1,2회 통합본 다시보기 이미지 클릭!

 

 

 

#POOQ(푹) 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 3,4회 통합본 다시보기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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