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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탁구공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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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탁구공' (2018.9.17~2018.9.18)

 

단막극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다. 지난주까지 열심히 봤던 라이프가 끝나서 급 심심해졌고, 유재명 배우가 나온다고 하니 괜히 호기심이 들어서 두번밖에 안하니까 부담없이 봤다.

 

 

사실 난 단막극이나 독립영화나 다양성영화들이 좀 어렵다.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는 커녕 보고 다시 봐도 잘 모르겠다. 단번에 작품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거나 자신만의 생각까지 덧붙여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좀 신기하다. 대사보다는 표정으로, 설명보다는 비유나 은유로 채워져 짧은 시간을 대신하다보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실 탁구공도 잘 모르겠어서 다 보고나서 만화 원작도 봤다.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차이고, 실연당한 괴로움때문에 아닌 밤중에 숨이 차오르도록 뜀박질을 하던 김영준(지수). 뛰다가 기절한 영준을 도와준 김득환(유재명)을 알게되면서 괜히 자꾸 득환에게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도 주고 그런다. 뇌종양에 걸린 사실을 알릴 수 없어 전 부인에게 가지 못하는 득환을 위해 목욕탕에도 보내주고, 득환을 대신해 장미한송이를 사다가 전 부인에게도 간다. 그러나 전 부인은 김득환이라는 사람을 모른다하고, 개천가에 득환의 집으로 돌아오니 그와 그의 물건들은 모두 사라진채로, '누가 더 멍청한걸까'라고 득환이 남긴 쪽지를 발견한다.

 

 

 

아파트 인근 개천 밑에서 살고 있는 노숙자 득환은 사기꾼에게 제대로 속아 돈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앉는다. 집을 나와 막노동, 편의점 알바, 대리운전 등등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겨우 돈을 모아 부인에게 돌아가려 하니 그의 머리속에 있는 탁구공, 뇌종야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어느날부터 자신에게 찾아와 신경써주는 대학생 영준과 시간을 보낸다. 영준을 전 부인의 아파트로 보내놓고 자기는 소중히 간직해온 수트를 입고 물건을 챙겨 개천 밑 집에서 달아나버린다. 그리고 끝내 쓰러져버린다.

 

 

영준은 왜 득환을 신경썼을까?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영준은 사랑때문에 노숙을 하고 있다는 득환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특히나 원작 웹툰을 보고 나니 더욱 영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득환이 멀끔하게 차려입고 전 부인에게 갈 수 있도록 이것 저것 챙기넣는 영준에게 그의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영준은 '그냥 대리만족이 하고 싶은거 뿐이야.'라고 말한다.

 

아마도 영준은 자신의 사랑은 이루지 못했어도, 득환의 사랑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었던가보다. 자신은 할 수 없지만 득환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렇지만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영준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세월의 때가 아니겠는가. 그것은 단순히 때밀고 머리감고 수염을 민다해서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득환이 쌓아왔던 때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았고, 때문에 그는 결국 끝까지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것은 득환의 전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러 득환을 모른 척 했던 전 부인 역시 세월의 때가 가득쌓여 떠나간 득환을 잡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결국 영준은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득환에 대한 오해만 남긴채 개천 밑을 떠나게 된다. 누가 더 멍청한걸까. 누가 더 멍청한 건지는 잘 모르겠고, 득환이 더 안타까운 것은 알겠다.

 

 

원작에는 없는 살인 사건 이야기.  나는 사실 이것 때문에 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인가 아리송했다.  메인스토리와 살인사건 스토리가 어울리지 못하고 붕 뜬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데... 예전에는 노숙인이었다는 펍 주인이 운영하는 펍은 또다른 이야기의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개천 밑에서 일어난 어느 의문의 노숙인의 살인사건을 맡은 경찰들이 들락날락거린다. 그의 죽음에 대해 득환이 범인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업가, 감정을 알아채기가 어려운 펍 주인, 그리고 매번 다죽을 것 같은 얼굴로 들어와서는 자살하겠다며 괴로워하는 안경 쓴 회사원도 펍의 주요 인물들이다. 누가 살인사건의 용의자일까. 얼음 깨는 도구를 쥐고 있는 펍 주인일까, 살인사건이 일어난 날 손에 피를 묻혔던 회사원일까, 아니면 노숙인에게 약값을 뺏겼다던 득환일까.

 

드라마는 범인이 누군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주지 않는 것 같다. 아닌가? 득환일까 싶기는 한데 난 잘 모르겠다. 실루엣도 득환이고, 그가 살고 있는 개천 밑 간이로 만든 집은 원래 죽은 노숙인의 것이었다고도 하고, 펍주인과 노숙인이 과거에 얽힌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해서(대체 왜 어떻게 알았는지는 드라마가 안 알려준다) 유력하기는 한데 나는 왜 득환이 그랬을까에 대한 답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범인이 누군지 추리해보는 과정을 더 주의깊게 봐야하는 것 같다. 펍에서 알바를 하면서 자꾸 득환을 안 좋게 보는 이야기들을 들을때마다 영준이 기분나빠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너무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왜곡한다는 것에 대해 꼬집어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저 노숙자이기 때문에 득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그를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POOQ(푹) 탁구공 1회 다시보기

 

 

 

#POOQ(푹) 탁구공 2회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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