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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22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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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이 드라마의 최고는 22회가 아닐까 생각이 들며, 남은 2회에서 매번 레전드를 갱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글로리 호텔 폭파씬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첫째로는 히나가 재산은 빼돌리고 저러겠지, 둘째로는 이 드라마의 상당한 제작비를 저기다 갈아넣었구나, 마지막으로는 이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았던 글로리 호텔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사라지고 마니 마치 추억을 뺏긴 것처럼 아련하기만 하다.



애신을 돕다가 유진은 주일 미공사관에 총을 겨눈 죄로 3년 실형에 처하고 불명예 전역으로 판결받았따. 동매는 무신회 낭인들과 싸우가 크게 다친 채로 바다에 빠졌고. 애신은 다행히 황제의 도움을 받아 보빙사 무리에 궁녀로 위장하여 조선으로 잘 돌아갔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3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선의 거리는 온통 일장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먹히고 있는 과정이, 조선이 일본에게 빼앗겨지고 있는 과정이 여실없이 드러났다. 덕분에 21회 초반에 애달프게 이별한 유진과 애신보다도 죽어간 수많은 안타까운 목숨들에 눈물이 흘렀다. 일본이 조선의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키던 중 이를 막으려는 시위대들이 저항하던 가운데 조선의 군인들을 지키려 했던 장포수가 죽고 말았다. 그 언젠가 미국의 배가 조선땅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아버지가 지켜냈던 것과 같이 그 역시 조선을 지키다 죽었다. 그가 죽을 때 울고, 그가 살기를 간절히 바랬던 고종 때문에 울고. 

3년 뒤인 1907년, 우리가 역사책에서도 들어봤던 그 헤이그 밀사 이후의 시점. 일본은 이 책임을 물어 기어코 고종을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이 과정에서 한 나라의 정사를 보는 자리에 임금의 앞에 더러운 군화를 신고 들어와 총칼로 위협하는 일본군들과 정미칠적의 앞에서 무너지는 고종을 보고 또 울었다. 

이 드라마에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만남의 인연들이 그 끝을 다하고 있었다. 황은산의 밑에서 배우던 일본인 제자도 떠나고, 장포수도 떠나고.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기약없는 기다림을 계속하는 것이 어쩌면 이리도 시대를 녹여낸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그러면서도 새로운 만남은 희망을 주었다.



미국에 머물던 유진에게 컬럼비아 대학으로 가는 길을 묻던 한 조선인 청년. 헤어지기 직전 유진은 그에게 자신을 ‘최유진’이라 밝혔고, 그는 유진에게 ‘안가 창호’라고 말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이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0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공부도 하고 그곳에서도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쓰셨다고 한다. 을사늑약 이후에는 조선으로 돌아와 신민회를 조직하였고, 평양에 대성학교를 세우시고. 선생의 생애를 짧게 훑어보니 이미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에도 활발하게 의병활동을 하시던 중이었던 듯하다. 온통 절망뿐인 역사가 묻은 드라마에 잠깐이나마 한줄기 희망을 심어주어 괜시리 작가의 능력에(?) 반하게 된 대목이었다.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속에 이번엔 특히나 카일 소령이 참 마음에 남았다. 유진이 하나님 아버지가 자신의 삶의 어느 순간에 있어 자신을 지켜주었던가 조금은 원망 섞인 한탄을 할때, 신을 믿는 카일은 언제나 그의 편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카일에게 감사를 표하는 유진을 보며 나도 또 울고. 언제나 중요한 순간마다 유진을 돕고 지켜주던 카일 소령이 이번에는 특히나 더 고마웠다. 


그렇게 바닷물에 빠져 소식이 끊긴 동매는 만주의 아편굴에서 다행히 살아있었고(정신도 멀쩡했고) 어찌 된일인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아편굴을 빠져나와 한성에도 잘 도착했고. 미션에서 짠내폭발을 담당하던 우리 동매 잘하면 죽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괜한 안심이 들고. 

동매는 참으로 단편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인물이지 않을까. 나쁜 놈인 거 같다가도 짠한 놈이고, 너무 짠해서 안쓰럽다 싶으면 꼭 칼부림을 한다. 결코 착하지는 않다. 그는 그렇게 사람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했고 조선의 그늘 밑에 있고자 하지 않았다. 실상 조선은 그를 지켜준 적이 없었지만. 그러나 그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다. 왜냐면 그를 아껴주는 이가 많았으니까. 동매는 알고 있었을까? 호타루도 그렇고, 그의 부하들이 모두 그를 따르며 그를 아꼈다는 것을. 유진도, 희성도 그리고 애신까지도. 무엇보다도 희나가 그를 참 아끼었다. 사랑은 아니지만 어떤 우정 그 이상의 의리로도 이렇게 남녀가 한 프레임에서 아름다워 보일 수 있으니, 이것은 필시 동매와 히나라는 캐릭터의 힘이다.

자꾸 옆길로 새는데, 어쨌든 구동매를 돌이켜보자면... 역시 뭐라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저 그는 잔인하지만 외롭고, 올곧지 않으나 누구보다도 단 하나의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가 그의 길을 똑바로 걷게 하는 이는 애신이었고, 동매는 그저 애신을 향해 걸었을뿐이었으나 그 어느때인가 그의 걸음은 선의를 향한 것이었고, 가끔은 그것이 조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동매가 애신에게 갖는 감정이 단순히 사랑만은 아닐 것이라는게 이번에 번뜩 들었는데, 희성의 감정은 완전히 사랑에 가깝다면 동매의 감정은 오히려 동경에 아주 많이 가까운 것 같다. 이상하게도 이 드라마 남자 주연들 중 가장 몸이 좋고 매우 피지컬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장 플라토닉한 사랑이 느껴져서 말이다. 

또 옆길로 샜는데... 이게 다 구동매가 내겐 너무 어려운 캐릭터라서 그렇다. 어찌되었든 최고의 서브 남주였다. 21회 마지막에는 유진이 조선에 돌아옴과 동시에 동매도 조선으로 돌아왔다. 사홍이 애신을 부탁한 남자이기도 하고. 그만큼 큰 비중이 있고 일본 낭인이라는 배경에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유연석 배우가 참으로 잘 연기해준 것 같다. 다른 역할들보다도 특히 구동매는 이를 연기해준 유연석 배우에게 참으로 고마움을 말하고 싶다.

이번에 감동을 받아서 말이 많이 길어졌다. 이젠 좀 마무리해야지. 이완용이 진짜로 등장했다. 지금까지 이완익이 이완용이랑 너무 다르다며 까대던 기레기들 보기 좋게 눌러버릴 수 있는 건가. 쪽대본으로 쓰는 작품도 아니고 촬영완료된지는 좀 되었으니 애초에 등장하려던 인물이라는 것. 역사 왜곡이라고 입털던 인간들 다 어디갔냐. 내가 본 기레기 기사만 몇개더라. 지들이 24회 드라마 4회만 보고 다 본 것처럼 입털던 인간들 다 어디있어. 드라마를 드라마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사람들. 혹은 그냥 신나게 욕하는 것에만 열중하던 사람들. 그러나 드라마의 힘이 이토록 위대하다. 을사오적, 정미칠적. 그저 책의 한 줄 읽고 그런것이 있었지라고 스쳐지나기만 했던 것을 곱씹고 또 곱씹게 하지 않는가. 

정미칠적, 이완용, 송병준, 이병무, 고영희, 조중응, 이재곤, 임선준. 
을사오적,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준현.

아주 완용이는 다 해쳐먹었구나. 길이길이 남을 이름이다.

역사는 새드엔딩이어도 그 사람들만은 해피엔딩이길 바라고 있으나, 마지막회까지 마음이 무겁고 먹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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