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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라이프 15, 16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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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를 보고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왕 쓴 리뷰니 나야말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생각에 몇 글자 끄적이기로 했다. 할말은 많으나 쓰다가 열받아서 다 풀어내지 못할 것 같으니까 짧게.. 짧게 하자....

라이프 결말 :

1) 구승효 사장 해고. 병원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회장을 막아서고 병원편을 들며 개겨서 남형이 잘라내려는 것인줄 알았으나, 사실 이미 남형이 동생 조남정을 사장 자리에 끌어앉히기 위해 준비해왔던 것. 16회에서 센터장들이 공석인 총괄사장자리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췌장암의 권위자라는 조남정의 존재를 언급하고, 그의 이름이 미국에서의 기관 소개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는 것을(이게 간간히 승효가 들여다보던 어떤 소개페이지의 정체였다)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달라. 새로운 사장이 등장했고 진짜 남형의 동생이 맞았다.

남형을 막기 위해 환경부 장관한테 직접 찾아가 화정이 부모 땅을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사며 돈세탁하려했다는 것을 밝히겠다 협박하여 겨우겨우 위기를 막은 상국대 의사들이었으나, 남정의 등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병원을 지키려는 의사들과 '병원을 소유가 아닌 지배하려는' 남형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중이라는 것.

그 와중에 구승효는 남형 모르게 깨알같이 준비해온 제안서를 보내며 능력을 다시금 인정받아 해외플랜트인지 뭔지에 사장으로 다시 임명되었다. 그리고는 사표내고 강릉병원까지 간 노을을 굳이굳이 찾아가 함께 웃으며 걸어가는 엔딩을 넣어 해피엔딩을 암시하였다. 노을과의 멜로야말로 할말많으나 정말 하지 않겠다.

이 드라마에 필요없는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로맨스, 다른 하나는 붕 떠버린 예씨 집안 형제의 사연. 예씨네 형제 이야기는 이도저도 아니게 떠버린 느낌이라 굉장히 아쉽다.

2) 멜로라인 연결. 진우와 서현 해피엔딩. 승효와 노을 해피엔딩. 우리 선우 연애사업만 안 해피엔딩. 쳇. 아무리 생각해도 (짧게 하려했지만), 이 드라마에는 멜로는 불필요했다. 서현만 등장하면 진우는 다른 사람이 됐다. 응급센터의 그 사람과 사장 앞에서 바락바락 대드는 그 사람(이게 제일 현실성 없는 부분 중 하나긴 하다. 아무리 의사더래도 일개 직원이 제일꼭대기 사장한테. 그것도 대학병원에서)이 서현이랑 함께 있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 간극을 느껴서 뭐 어쩌라는 것인가....

여러말 해봐야 내 손만 아프지만 그래도 답답하니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외치는 심정으로 한번만 더 외쳐본다. 로맨스는 끼얹는게 아니었다. 할거면 좀 제대로 해보든가. 이건 뭐 자꾸 억지로 붙여놔서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끼게 했으니. 여기 로맨스도 마음에 안드는 판에 15회는 뜬금없는 진우와 서현의 로맨스 급전개. 처음부터 서현에게 굉장히 호감을 느꼈던 진우였는데...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나는 진우가 서현한테 호감을 느끼는게 뭐가 더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진우도 그냥 시위하는 서현을 메스컴에서 보고 기억에 남았을뿐인 거잖아. 아니 이게 뭐야... TV에서 우연히 이상형의 사람을 본거냐구... 진우는 그렇다치고, 서현은 14회부터인가 뜬금없이.. 진우와 함께 있던 노을에게 질투를 느껴서 진우에게 툴툴거리고. 그냥 적당히 있을법한 썸만 보여주면 안되는 거였을까. 16회 엔딩에 강릉병원까지 와서 노을을 찾는 승효는 솔직히 그거를 조승우가 연기했으니 망정이지 개인적으로는 캐붕급의 망한 장면이었다.

뜬금없이 승효가 가는 길마다 나타나서는 병원이 이렇다 저렇다 이런 부분을 봐달라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냐 말이 많은데, 작가가 원했던 게 노을로 하여금 승효가 대학병원의 현실에 대해서 깨닫고 변화하는 것이었다면 그 과정이 굉장히 실패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노을로 인해 승효가 변했다고 하기엔 문장 그대로 너무나 비약적이다. 차라리 승효가 사장으로 오면서 발생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환자의 죽음을 감췄던 암센터, 김태상의 대리수술 등)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이것은 충분히 수긍할만하나, 노을이 보여준 신생아실이나 비유적으로 들려준 여러 이야기들은 굉장히 뜬금없는 전개와 어거지로 캐릭터들을 붙여놓음으로써(총괄사장님과 일개직원이나 다름 없는 전문의...) 맞는 말을 하는 거지만 굉장히 아니꼽게 받아들이게 했달까.

3) 의사들 근황. 오원장님 잘계심. 부원장님 잘계심. 구조실장이 의사들 회의 몰래 도청하고 있다는 거 잡아서 잘라버렸는데, 구조실장이 어차피 나 돌아온다고 하니 그때마다 해고시켜버리겠다며 아이디 카드 뺏어서 휴지통에 넣어버리는 복수까지 완료. 높은 자리에 가고 싶었다던 우리 경문 교수님 드림스컴트루하셨으니 다행이다. 각 센터장들 너무 잘계심. 너무 잘계시나 아무래도 새로운 총괄사장의 등장으로 그들만의 사회가 또다시 전쟁터로 돌변할 것임이 틀림없었다. 태상도 개인병원 개업해서 오지게 잘계심.

4) 예가네 형제의 행복 찾기. 좀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는 선우의 이야기가 붕 떠버렸다는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의학드라마와 개인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가족애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선우의 이야기는 네 이야기 따로 내 이야기 따로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선우의 이야기가 꼭 필요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분명히 선우를 장애를 가진(그것마저도 모잘라 투병도 하고 있는) 사람으로 그렸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특히나 그런 사람을 병원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직업과 가족 및 사회관계로 설정했다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할말한 도구였을텐데... 이른바 선우의 자아찾기가 다소 늘어지면서(자아는 찾았지만 사랑은 못찾음) 애매해져버린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대충 묻어버린채로 쭉 와버렸던 보훈의 죽음은... 그래서 태상이 죽였다는 건지 안 죽였다는 건지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태상이 죽인 건 아닌 것 같고(보훈과의 사이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었으므로), 심평원의 평가지원금이 보훈 개인계좌에 들어갔다 나왔던 것은 단순히 그 개인 계좌가 옛날옛날 먼옛날에 의사들 사이에 잠깐 있었던 산악회 모임의 회비를 모아놓는 계좌였고, 총무가 태상이었기 때문에 계좌에 돈 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평가지원금에 관련된 건 태상의 음모였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예진우는 스스로가 보훈을 믿어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괴로움을 느끼는 듯 했으나.... 다 풀어놓고 보니 왠지 김새는 느낌이 드는 이유눈 뭘까.

 

그러나 어찌되었든 이 드라마는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혹은 이게 현실이라면 소름이 돋을 것 같다는 감상을 우리에게 전달해준 웰메이드 의학드라마다. 배우들 연기 출중하고, 대학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이 그러했으니까. 특히 분량 폭발했던 15, 16회 남형의 대사와 연기가 그것을 잘 보여주었다. 재계가, 특히 화정그룹으로 대변되는 거대 재벌그룹이 병원을, 보건의료분야에 대해서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남형이 끝까지 추진하려했던 병원의 민영화는 겨우겨우 틀어막았으나 남형의 대사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헬스케어에 돈을 물 쓰듯 쓰는 사람들이 가는 곳, 그 시스템에 낄 수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 상국대 병원 10년, 아니 5년만 두고 봐. 어느쪽으로 변해있을지."

개인적으로는 당연한 명제처럼 여겨지는 보건의료분야의 공공성에 대하여 충격을 주는 동시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남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위치에 있다면 힘과 권력으로 얼마든지 파괴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바이바이, 구사장님, 강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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