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 마지막, 상국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실려온 한 여자가 응급처치 중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러나 이 여자는 어느 평범한 환자가 아니었다. 응급실에서 갑자기 사라진 시체는 놀랍게도 수술실에 있었고, 병원장 오세화 교수가 막 검시를 하려던 차였다.
검시란? 사람의 사망이 범죄로 인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하여 변사체를 조사하는 일이다. 이것은 검사의 권한이라고 한다. 부검과는 다름 개념인데, 11회와 12회 내내 죽은 여자의 부검을 해서 사망원인을 정확하게 찾아야한다는게 주요 스토리였다.
왜? 검시 결과, 오세화 원장은 사망원인은 외부충격이라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외부충격에 의한 두부열상 및 출혈로 인한 죽음이라는 것. 죽은 여자, 이선정은 새글 21의 기자와 언성을 높이다 갑자기 쓰러졌는데, 이것이 말다툼을 하던 기자에 의한 과실치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과연 외부 충격에 의한 죽음이 맞을까? 검시를 끝내고 사장실로 달려온 세화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은 확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다만 미스테리한 것은 응급실에서 갑자기 죽은 여자의 검시를 총괄사장의 지시로 무려 병원장이 진행했다는 것. 즉, 이상하리만치 윗선에서 신경을 쓰고 있으며, 세화는 고르고 골라 '적당한' 사인을 댄 것이다.
그럼 여기에 관련된 윗선은 과연 누구인가? 지난회 잠깐 TV 뉴스에 스쳐지나가던 장면이 있었으니, 국회특활비로 국회의장이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허투루 장면을 넣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뭔가 새로운 떡밥이구나 싶었지만 꽤나 대어(大魚)였다. 큐엘전자(너무나도 삼Sumg전자 같은) 홍승찬 회장이 국회의장에게 돈을 대어주고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는. 뷰티센터에서 국회의장이 결제를 해놓으면 홍회장이 이를 대신 해주는, 그런 식으로 국회의장의 뒤를 봐주고 있던 것인데 이 얍삽한 정치인이 이것을 개인돈도 아니고 무려 국회특활비로 결제를 해놓은 것이다. 지가 돈을 더 해쳐먹으려고.
그렇다면 죽은 여자는 누구였는가? 바로 그 뷰티센터에서 일하던 이정선이라는 직원이었다. 새글 21에 이 사실을 알렸던(자의에 의해 알렸다기 보다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해줬을뿐인) 제보자였다. 그녀가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던 사모님이 바로 국회의장에 와이프였다는 것. 이것을 연결하여 증거를 잡아낸 것이 새글 21 서현의 선배기자였다.
그러나 그녀를 인터뷰하여 내보낸 방송에서 너무나도 어설프게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아는 사람이면 아 저 사람 정선이구나 싶게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 정선이 기자를 찾아가 항의를 하던 중에 쓰러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죽음에 엮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말 과실치사가 맞다면 기자가 그녀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하고, 국회특활비고 뭐고 이 사건은 이렇게 묻혀버리게 되는 것. 큐엘전자 홍승찬 회장과 그의 친구(라이벌이 더 적절하겠다) 화정그룹 조남형 회장에게 가장 베스트인 것. 모든 이슈를 그녀의 과실치사로 눌러버리는 것이지. 그렇게 하기 위해 승효와 세화를 이용한 것이다.
이 의학드라마에는 이름만 봐서 생각이 날듯한 모 전자와 그룹 건물만 봐도 생각이 날듯한 현금 많은 모 그룹을 연상시키며 정경유착까지도 살짝 건드려주고 계시는 중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9회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상국대병원의 구조조정실에서 특별히 나서며 이정선의 장례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려 하는데, 우리의 예진우 의사가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수를 못 읽어낼리가.
진우는 경문과 함께 정선의 부모를 찾아가 부검을 꼭 해야할 것을 종용한다. 진우와 경문이 봤을때 정선은 외부 충격으로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녀는 심장쪽에 문제가 있었고, 하필 그 순간 그로 인해 쓰러져 혈관이 막혀 사망한 것.
조남형 회장까지 나서서 구조조정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검을 막으려 하나, 승효는 자신이 그림을 잘 만들어보겠다(사인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 부검을 진행한다. 상국대병원 관계자는 모두 통제시키고 외부 법의학자와 전문사진가 등 모두 외부 사람만을 들여보내 부검을 진행토록 한다. 그렇게 또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역시 포기를 모르는 우리의 예진우씨는 유족을 참관시키고 사진가에게 부검사진을 빼내오게 하여 정확한 사인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경문은 이를 본인이 터뜨리지 않고, 병원장 세화에게 건넨다. 그가 하면 뒤엎는 것이지만(이른바 반란 정도일까) 세화가 하면 그저 잘못된 발표를 정정하는 것이기 때문. 검시와 부검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니 세화가 하면 그냥 앞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다. 의사로서의 신념을 누구보다 중요시하고 프라이드로 똘똘 뭉친 그녀이지 않았나.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다. 구사장쪽보다 먼저 부검결과를 밝혀버린 것. 부검결과 정선의 사인은 외부 충격이 아닌 병사. 이로써 그녀는 그냥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 되고, 새글 21도 그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 벗어나 이 국회특활비의 잘못된 사용에 대해 좀 더 파고들 수 있게 된다. 즉, 홍승찬을 계속 팔 수 있게 되어 조남형이 매우 빡쳤다는 것이지.
(문성배우 이번에 분량 좀 많아서 좋았다. 뭐랄까 그냥 단순히 '나쁜' 재벌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재벌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달까?)
승효도 납작 업드리는 이 재벌에게. 이 드라마에서 재벌 총수들은, 그러니까 아마 재벌 3세쯤 될 듯한 이들은 괴물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이것은 승효를 대하는 그들의 말투와 표정, 태도를 통해서 주로 그려지는데, 남형 같은 경우에는 승효를 굉장히 싫어하는 것을 티를 내면서도 제 몫을 다해 돈을 벌어오는 승효를 이리저리 찔러 괴롭히면서 여러 일을 맡겨 철저히 승효를 이용한다. 사람들 앞에서는 상당히 까리하고 냉철한 총괄사장이나 남형의 앞에서는 바짝 엎드리는 승효. 그리고 부원장 태상과 원장 세화에게 그들을 조심해야한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승효가 그렇게 경고함으로써 재벌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극적으로, 괴물같이 그려진다.
아니나달라, 갑자기 스릴러물이 되었는지 본인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던 중 그곳에서 기다리던 왠 괴한들(검은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었다)에게 겁을 먹어 도망치듯 뛰어가 집으로 들어간 세화. 그리고 누군가 세화의 집 대문을 쾅쾅쾅 쳐댄다. 그들은 주차장의 그 여자들. 깜짝 놀라며 12회가 끝났고, 다음 예고에서는 세화가 갑자기 휴가를 내 병원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정리하는데만 이렇게 흥미진진하니.. 도무지 다음 회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병원 내의 이슈에서 벗어나 이제 병원 밖으로 향한 이 드라마는 승효와 남형을 통해 이 사회의 또 어떤 썩은 자리를 보여줄지.
이렇게 기대가 되는 와중에 이 드라마 로맨스의 끈을 놓지 않나보다. 확실히 진우는 서현에게 마음이 있는거 같고 (썸띵 그 이상을 보여주는 손 잡아주기, 서현이 울때 위로해주기 이런 스킬들로 봐서는 확실하다), 노을과 승효의 관계가 참 아리까리한데. 노을이 마음은 1도 모르겠고(1도 알고 싶지 않고) 구사장께서는 썸띵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신 듯 하다. 지난회에 울고 있던 노을이를 굳이 구사장이 퇴근하다말고 와서 위로해줬잖아. 그리고 둘이 같이 문상가서는 구사장님이 자꾸 노을이 신경써줌. 젠장, 그렇다면 선우는 역시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인가. 기어코 난 이 드라마의 로맨스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선우는 자기 병을 형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건지 대출까지 받아가며 따로 집을 구해 살려 하는 것 같던데. 제발 예씨네 형제 눈물콧물 쏟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형제 둘이 이렇게만이라도 살게 해주오. 진우가 말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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