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15, 16회 리뷰

반응형

여름휴가 다녀오느라 본방사수를 놓쳤다...

하지만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보기를 다했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슝슝 다 봐버렸다. 심지어 이건 반복재생 계속 돌려봤다. 단연코 나의 최애영상에 저장하겠다. 키포인트는 일본유학을 제가 다녀온줄 알았다는 동매 ㅋㅋㅋㅋㅋㅋㅋ 동매는 굉장히 직접적이면서도 기가막히게 돌려말하는 재주가 있다.

겁나 귀여운 우리의 바.등.쪼(바보 등신 쪼다). 요즘 심각한 이야기가 전개되느라 이 셋의 유잼조합을 못봐서 아쉬웠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타임인지 오랜만에 셋이서 술을 함께했다. 신문사를 설립하겠다는 희성...!!! 희성이라는 캐릭터는 궁극적으로 이렇게 구현되는 것인가. 신문사 이름을 정하지 못한채로 16회가 끝났는데.. 혹시.. 혹시... 독립신문...?? 이러면서 혼자 설레발을 쳐봤다. 대놓고 역사 씹어먹는 이름은 아니고 뭔가 의미가 깃든 이름의 신문이 되겠지. 마냥 흔들리는 청춘 같던 만석꾼 아들말고 도대체 희성의 역할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나름 일본 유학파의 지식인적인 면모도 있던(그냥 유학만 잘 다녀왔던 걸로...)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15회 초반, 모두가 힘을모아 유진이 김영주를 잡아 황은산에게 넘기며 동매가 풀려났고, (다 찢어진 옷 입고 피칠갑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야무지게 칼부림도 하고, 이완익에게 협박도 하느라 바쁘고....), 애신과 유진이 또 잠시 알콩달콩 연애모드 돌입하느라 바쁘다가 15회 끝에는 이 커플이 다시 험난한 산을 만나니.... 희성과의 혼인을 서두르려는 사홍에게 애신이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뿐만 아니라 이미 마음에 둔 정인이 있다고 하여 할아버지 뒷목 제대로 잡게 해주는 손녀 되시겠다.

분노한 할아버지가 이게 다 윗사람 제대로 모시지 못한 탓이 크다며 괜히 행랑아범과 함안댁을 광에 가둬버리고, 두 사람을 위해 사홍의 노여움을 풀고자 맨 바닥에 무릎꿇고 있던 애신에게 납채서를 가로챈 희성이 나타나며 15회가 끝났다. 희성이 애신과 함께 무릎꿇고 있다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엔딩멘트 듣고 깜짝 놀랬다. 그렇게 끝을 내버리면 16회가 너무너무 궁금해지지요. 그런데 그 나쁜 마음이 아니었다. 휴... 16회 보고 놀란 가슴 쓸어내렸다.

애신은 눈물콧물 쏟으며 평생 혼자살겠다고 사홍에게 뜻을 밝히고. 애신을 위해 행랑아범과 함안댁은 애신이 마음을 준 정인, 유진에게 긴급 SOS를. 사홍에게 왔다가 돌아가는 그를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버선발로 뛰어가는 애신이란. 김은숙의 드라마를 보면서 여성캐릭터에게 반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약간 한결같다. 그런게 있다. 보는 사람은 알 수 있는 그런.. 일관성) 애신은 참 멋있다. 사랑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는다. 양반가의 여식답게 꼿꼿하면서도 올곧다. 양반제의 허례허식에 빠지지 않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랄까. 얄밉지 않게 아름답다. 우아한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김태리가 연기하지 않는 고애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고애신, 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멋있는 사람인가 싶다.

희성은 자신의 조부와 부모와 그리고 유진의 관계에 대해서 드디어 다 알아버렸다(덤으로 지나가던 구동매도 알아버렸다). 이는 희성에게 막연하게 느껴지던 조부의 죄악이 실체화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바로 옆 방에서 그의 가문이 진 죄의 산실이 살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애신을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유진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가문이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감, 수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조부의 그늘 밑에서 고뇌했어야 했던 희성이 애신과 파혼함으로써, 그리고 신문사를 설립함으로써 그의 캐릭터가 한단계 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희성이 드디어 무언가를 한다.

요셉을 잡은 진범을 구함으로써 유진은 요셉이 뒤집어쓴 불명예를 벗겨냈다. 어린 유진이 미국으로 건너가 요셉과 함께 했던 시절이 아주 짧은 몇몇개의 장면으로만 나와서 아쉬운데다 어른이 된 유진과 요셉이 함께하며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기대했건만. 요셉이 만든 탁주를 그의 무덤 위에 뿌려주며 유진이 울때 나도 울고.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어야했던 어느 미국인과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조선이었기에 목숨을 걸어야했던 어느 미국인. 애신도 울고 유진도 울고. 이 커플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주세요.

개인적으로 16회는 뭐랄까.. 오랜만에 동매가 참 멋있었다. 요즘 짠내를 폴폴 풍기고 있었는데, 15회에서 다 찢어진 옷 입고 가슴근육 뿜뿜(..)하며 피칠갑 하고 돌아다닐때도 괜히 멋있고, 16회에서 자기 고문했던 경무청 놈과 이완익에게 매수된 우정국 놈 데려다가 우아하게 줘팰때도 괜히 멋있고. 약간 애신의 키다리 아저씨 포지션인가 싶기도 하고. 아 빵집 아저씨가 재일은행 돈 안 받으려고 지나가던 동매한테 말걸어서 호되게 당할때도 웃겼고.

유진과 동매가 겹치는 게 한가지 있는데.. 미국인도 조선인도 아닌 그저 유진 초이라는 것과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그저 구동매라는 것. 그들이 행하는 걸음은 애신을 지키기 위한 방향을 향해 있고, 그것은 그들의 의지와는 일치하지 않더라도 점점 조선을 위하는 길이 되고 있다. 유진은 은산과 장포수, 애신을 지키기 위해 신흥무관학교의 외국인교관자리를 받아들였고, 동매는 애신을 지키기 위해 사홍에게 불쑥 찾아가 위험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어찌보면 다소 막연하고 개념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저 마음에 품은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지키겠다는 이유. 500년을 이어온 이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관념적인 이유의 애신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며 공감이 간다. 서로 닮은 듯한 두 사람의 행보가 참으로 마음에 들어(?) 그냥 애신이 아무하고도 안 이어지고 계속 이렇게 다같이 아옹다옹 거리면서 이 나라를 위해 힘써주었으면 좋겠다 싶은게.. 꽃잎 흩날리는 나무 아래 바등쪼가 참으로 정다워보여서 그렇다. 설마 이건 다가올 비극을 위한 잠깐의 행복은 아니겠지요.

아라사나 미국에 기대어 버텨보려는 임금의 태도도 그렇고(이 드라마의 고종은 그리 나약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에 기대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할때의 고종은 너무나도 나약해보여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헀다) 사홍의 대사가 참으로 신경쓰였다. 양인복장을 한 미국인과 왜인복장을 한 일본인이 찾아와 자신에게 위험을 경고하는데, 대관절 누가 사홍을 위협하는 것인지.

장포수를 비롯한 여러 포수들을 통해 우정국에서 가로챘던 서신을 다시 전국 각지에 돌리려는 사홍. 17회 예고에서 상투를 풀어헤친 사홍이 나왔다. 아마도 사홍에게 문제가 생겨 애신의 가문 전체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 애신과 유진이 바닷가에서 나눈 대화를 미뤄짐작해보는데 (애신이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해본다든가, 미국에서 유진과 함께 하는 날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마찬가지), 가문에 문제가 생겨 결국 애신은 본인이 말했던대로 상해 등으로 피하여 독립운동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결말을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 애신이라면 어느 누구의 반려보다는 고애신 그 자체로, 주체적인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싶은데. 해피엔딩의 대명사 김은숙 작가가 어떤 엔딩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어쨌든 애신의 가문에 뭔가 변수가 생길 거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되어가고 있고, 여기에 외무대신 자리에 기어코 앉은 이완익과 신흥무관학교의 교관이 된 유진까지. 그리고 총을 구하기 위해 무관학교에 입학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철도 없고 체력도 없어뵈는 양반댁 자제들의 새로운 캐릭터 등장. 1, 2회에 나왔다가 최근에 자꾸 이름만 등장하는 송영에게 어떤 역할이 있어 다시 나타날것도 같고. 부모의 연이 자식이었던 애신에게 전해질 것도 같은데. 그리고 까마귀 소리를 배경으로 깔며 불길한 징조를 팍팍 내뿜어주는 일식 현상까지. 이것은 완전 안좋은 일 생길거라고 떡밥을 온 동네에 뿌려주고 있는 꼴인데, 모쪼록 사랑때문에 눈물 한바가지 쏟은 우리 애신 애기씨 그저 꽃길만 걷게 해주시오.

아 그나저나 누가 들어도 백지영의 목소리였던 그 O.S.T는 그래서 언제 음원이 공개되나? 내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