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봉 2025.01.24.
| 장르 미스터리,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4분
| 제작사 영화사집
| 제작 이유진, 오효진
| 감독 권혁재
| 각본 김우진
| 각색 오효진
| 출연 송혜교(유니아 수녀), 전여빈(미카엘라 수녀), 이진욱(바오로 신부), 문우진(희준), 김국희(효원), 신재휘(애동), 허준호(안드레아 신부, 특별출연), 강동원(아가토 신부, 우정출연)
|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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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아 수녀(송혜교)는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다가 부마자가 희생될 것이 분명한 상황. 결국 유니아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담당의는 희준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의학이라 믿는 바오로 신부(이진욱). 우연한 기회에 그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비밀을 알아챈 유니아는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막무가내로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거침없는 유니아에게 반발심을 느끼지만, 동질감이 느껴지는 희준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한다. 마침내 두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하는데... 원칙은 단 하나, 무조건 살린다!

| 영화 검은 수녀들 후기
개봉 전에 풀린 평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던터라 걱정되긴 했는데, 결론은 나에겐 매우 ‘호’인 영화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끊기는 면은 있었지만, 그런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첫 번째로는 단연코 배우들의 연기력. 특히 원톱에 가까운 송혜교의 연기력이 눈에 띈다. 수녀 역할이다보니 의상도 검소하고, 화장기도 거의 없는데 송혜교는 역시 송혜교라 너무 예쁘다. 그런데 아름답고 청초한 그녀의 표정에 드러나는, 아이를 무조건 살리겠다는 단호한 결의. 희준에 몸에 씌인 악마가 뭐라뭐라 지껄이고 아무리 모욕을 해도 유니아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오직 이 아이만 살리기 위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악마가 지껄이는 말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퇴마를 소재로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구마의식을 하면 악마의 별의별 욕설과 모욕적인 말들로 구마자들이 자꾸 흔들리는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유니아에겐 그런 면이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죽음에 대한 걱정도 없이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버티는 그녀의 삶을 송혜교란 배우가 너무나 잘 해내었다. 개인적으로는 더 글로리에서도 한층 더 발전을 했다고 본다.


두 번째로는 기성집단들의 무관심 속에서 비주류(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유니아는 부마자를 알아보고, 구마 의식을 해야한다고 기성집단들(모두가 남성 사제들인)에게 읍소하지만, 그들은 구마의식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데 더욱이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한다. 그리고 영혼을 알아보는 자신을 내내 억누르고 감춰야 했던 미카엘라 역시 주류집단에서 비켜선 자이다. 그 둘이 서로 힘을 합쳐서 해내는 일은 어떤 규칙이나 규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단순한 진리, 희준을 무조건 살리는 것이었다. 여기에 정점을 더해주는 것이 애동. 애동은 남성이지만 부모도 없이 절에 버려진채 말도 못하는 벙어리나 다름 없던 것을 유니아의 오랜 친구였던 무당 효원이 거둬들인 아이였다. 말을 더듬으며 이제 막 자신의 길을 가기 시작한(아직 부적도 쓸 줄 모르는) 애동 역시 오직 단 하나, 희준을 살리기 위해 수녀들을 돕는다. 나는 이게 제법 마음이 찡해지는 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험한 세상 살아내기도 너무나 쉽지 않았는데 여전히 기성 집단들의 바운더리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말이다. 대사에도 그런 말이 있다. 진심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세 사람의 진심이면 금기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일까.
마지막 세 번째는, 두 번째와 좀 연결되는데, 나의 눈높에 맞는 구마의식이라고나 할까. 이쪽 장르에 워낙 문외한이다보니 비슷한 영화들을 보면 늘 사제들이 나와서 구마의식을 할 때 라틴어인지 뭔지로 쏼라쏼라한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왜 한국 땅에서 한국인 몸에 들어가있는 건데 남의 나라 말로 하나. 뭐 악령이 외국물 먹은 거라 갸가 알아들어야되나보지 하고 말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게 없다. 물론 기도문을 계속 외고 있는 미카엘라는 라틴어로 기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녀 역시 거의 대부분 우리말로 암송을 한다. 유니아 역시 내내 우리말을 한다. 나는 그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제가 아닌 수녀이기 때문에, 어떤 매뉴얼이나 의식도 필요하지 않고 그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오직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저 날것이더라도 직구로 던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퇴마 장르는 강력한 악령과 그에 씌인 희생자가 있고 그를 구하려는 구마자들이 있어서 희생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결국 악령을 몰아내는 것이 정해진 플롯이다. 그 안에서 어떤 다른 개성을 갖느냐, 어떤 차별성을 갖느냐가 참 중요할텐데, 사제가 아닌 수녀를 등장인물로 전면에 내세우고, 그렇다면 수녀, 즉 여성이 하는 구마의식이란 어떤 것이겠는가에 대해 상상력을 풀어낸 결과가 이 영화라면 나는 잘 만들어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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