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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상 앞에

[독후감] 부처스 크로싱(Butcher's Crossing, 존 윌리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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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Butcher's Crossing
존 윌리암스 (정세윤 옮김)
출판 구픽
출간 2023년 9월 18일
 
| 존 윌리암스 John Edward Williams(1922-1994)
미국 텍사스 주 클락스빌에서 태어나 어릴떄부터 연기와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다. 사우스웨스트이 신문사와 라이도 방송국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는데 1942년부터 미국 공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했고 복무 기간 동안 1948년 발표한 그의 첫 소설 오직 밤뿐인⟫의 초안을 작성한다. 전쟁이 끝난 후 콜로라도 덴버로 이주한 윌리엄스는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 시기에 소설 ⟪오직 밤뿐인⟫과 시집⟪The Broken Landscape⟫를 출간한다. 미주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54년 다시 덴버 대학교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교수의 길을 걷던 그는 1960년 두 번째 소설 ⟪부처스 크로싱⟫을 발표한다. 1870년대 캔자스 개척자의 삶을 다룬 이 소설은 "서부를 정면으로 다룬 안티-서부극"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두 번째 시집 ⟪The Necessary Lie⟫도 발표하였다. 윌리엄ㅅ으ㅢ 세 번쨰 소설은 대학교 영문학 교수의 삶을 다룬 ⟪스토너⟫였고 1965년 출간되었다. 네 번째 소설은 로마의 가장 폭력적인시대를 다룬 1972년작 ⟪아우구스투스⟫인데 그는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다. 윌리엄스는 1985년 덴버 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1994년 아칸소 페이예트빌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집필 중이던 소설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 Why Choose? 책을 선택한 이유?
한국에 먼저 발간된 ⟪스토너⟫를 손에 꼽는 인생책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의 신작(실제론 훨씬 전에 발간되었지만)이 한국에 나오게 되어서 호기심에 책을 미리 구매했었다. 구매해놓고 한참 후에야 읽게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스토너⟫만큼은 아니지만,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서부극 스토리를 흡입력 있게 전개했던 것이 가장 인상깊다.
 
| 줄거리
자연주의에 빠진 하버드 대학생 윌 앤드루스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대학을 중퇴한 후 가진 돈을 모아 서부로 향한다. 캔자스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앤드루스는 들소 사냥에 심취한 사냥꾼 밀러를 만나 로키산맥의 들소 떼 은신처를 습격해 한몫 크게 잡아 보기로 한다. 부처스 크로싱에서 철도 사업의 성공을 바라며 사업을 하고 있던 가죽 상인맥도널드의 만류가 있었고, 사실상 들소 사냥 인기가 거의 끝물이었고 품질 좋은 들소 가죽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때였지만 밀러(들소 사냥꾼), 밀러의 동업자 찰리(야영지와 마차 관리자), 슈나이더(밀러가 죽인 들소의 가죽을 벗기는), 앤드루스는 함께 사냥을 떠난다. 
사냥길은 녹록치 않았고, 오랜만에 길을 떠난 밀러는 철도길이 깔려 변해버린 땅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하지마 끝내 네 사람은 산 속 깊숙한 곳의 은신처를 찾아내 들소 사냥을 시작한다. 그런데 밀러는 어느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대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살아있는 들소들을 찾아내 사냥을 한다.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 슈나이더와 밀러는 계속해서 대립하지만 완고한 밀러의 뜻을 따른다. 결국 떠나야할 때는 놓친 네 사람은 그곳에서 겨울을 보내게 된다. 갑작스러운 눈보라에 가까스로 겨울을 버틴 그들은 다소 위험할 정도로 많은 들소가죽을 마차에 실어 내려오지마, 겨우내 얼음이 녹아 흐르기 시작한 넓은 너비의 시냇물을 건너다 끝내 사고를 당해 마차를 잃고, 슈나이더는 두개골이 깨져 죽은 채 강물에 떠내려간다.
수개월만에 빈손으로 돌아온 밀러, 찰리, 앤드루스의 앞에 부처스 크로싱은 그간 많이 변했다. 들소가죽 시장이 죽어버려 재고가 잔뜩 남았고, 철도길은 부처스 크로싱에서 80km 떨어진 곳에 깔리게 되었다.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떠나버렸다. 밀러는 제값을 받기는 커녕 이번 사냥으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하고 맥도널드의 사무실에 불을 질러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 제목의 의미? 
Butcher는 정육점 주인, 도살업자를 의미한다. 마을이름이 도사업자들의 크로싱이라고 하니, 일단은 사람이 오래 살 수 있는 곳으로는 안 느껴진다. 실제로도 임시로 생긴 마을이었고, 철도가 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리기도 한다. 어찌보면 제목에서부터 앤드루스와 밀러의 사냥길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듯도 하다.
 
| 후기
- 솔직히 말해서 서부극 장르, 재미없다. 온통 노오란 허허벌판에 말 타고 달리며서 총질을 해대는(?) 장면은 영 시간을 들려 보거나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마 ⟪스토너⟫를 워낙 재밌게 봤어서 기대를 가지고, 중간중간 끈기를 가지고 읽었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지는데 1부는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앤드루스가 밀러네와 함께 마을을 떠나기까지의 과정, 2부는 사냥길에서의 네 사람의 이야기로 작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지막 3부는 결국 사냥으로 얻은 들소가죽을 잃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로 끝난다. 
- 나름 이야기의 반전이랄까, 가장 큰 반전은 대학살이라 할 정도로 들소를 때려잡다가(총 쏴서 죽였다) 마법처럼 갑자기 엄청난 눈보라가 오면서 이들이 갑작스러운 겨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슈나이더는 계속해서 그쯤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가죽에 대한 욕심인건지 그냥 살육에 미친 건지 밀러는 도통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그 때부터 내 마음속에서 밀러는 부정적인 인물이 되기 시작한다. 결국 너무 많은 가죽을 싣고 내려오다가 급류에 휩쓸려 마차를 잃고, 슈나이더도 죽게 한 것은 따지고 보면 밀러의 탓이지 않은가. 그래놓고 사업이 망했다고 맥도널드의 가죽 재고를 불태우는 화풀이를 하다니. 자기 삶이 망해버렸다고 맥도널드에게 화풀이하는(방화)도 내겐 제법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  어쨌든 이 이야기는 주인공 앤드루스의 성장소설이다. 대자연의 무서움을 모르고 막연하게 자연주의에 빠졌던 앤드루스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생명을 죽이고 죽이는 과정 속에서 뭔가가 변화한다. 그가 마을을 떠나기 전에 프랜신(술집 여자)에게 대한 태도와 마을로 돌아온 후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생각에서도 사뭇 달라진 그를 알 수 있다. 철부지 소년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어른이 되었달까. 앤드루스는 결국 부처스 크로싱을 빈손으로 떠난다. 그러나 두 손이 가벼워졌다고 결코 그의 마음마저도 공허하진 않으리라.


 
📌 "내가 자넬 망쳤다고?" 맥도널드가 웃었다. "자네 신세는 자네가 망쳤어. 자네와 자네 같은 인간들이. 자네가 살면서 매일 하는 일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이. 아무도 자네한테 이래라저래라 안 했어. 그러지 않았어. 죽인 사냥감들의 악취로 땅을 뒤덮으며 제먹대로 살아왔지. 가죽을 무더기로 풀어 시장을 망하게 하고는 이제 와서 내가 자넬 망쳤다고 징징거리는군." 맥도널드의 목소리가 점점노기를 띠었다. "자네는, 자네들 모두는 내 말을 귀담아들었어야 했어. 자네들은 자네들이 죽인 짐승들보다 나을 게 없어."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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