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켄 키지
출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2)
출간 2009년 12월 4일
| 켄 키지 (1935.9.17~2001.11.10)
1950년대 비트 세대와 1960년대 히피 세대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1962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로 작가로 데뷔한다.
| 줄거리
한 정신병동에 활기차고 떠들썩한 가짜 환자 맥머피가 등장한다. 맥머피는 노동형을 선고받고 작업 농장에서 일하다가, 더 편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미치광이 흉내를 내며 말썽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위탁되었다. 귀머거리 겸 벙어리 행세를 하는 1인닝 서술자 브롬든, 소심하고 여린 말더듬이 빌비 비빗, 병동의 실세 역할을 하다가 맥머피와 허세를 겨루는 하딩, 그리고 병동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권위와 실체의 상징인 랫치드 수간호사 등이 맥머피를 맞아들인다.
맥머피는 수간호사를 중심으로 한 병원 의료진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환자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린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들어온 순간부터 랫치드 수간호사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는 특히 수간호사가 환자들을 교묘히 학대하고, 그로 인해 환자들이 더욱 치유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알고 격분하다.
-고전이란 어느 시대에 누구라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독자에게 작품만으로도 시대를 안내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도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훌륭히 평가받는 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힘을 지녔다.
-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주는 확고한 메시지(혹은 작품 해설에서 안내하는 의미)는 억압된 체제에서의 자유의지, 저항과 같은 것이지만, 그것을 정답으로 이해하나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라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해진 틀 밖의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 그것 또한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또한 자유의지를 불태우는 맥머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떠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떠나지 않고 억압된 체제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삶의 무대를 화려하게 뽐낼 때 그를 지켜보는 소시민이기 때문이다. 맥머피가 희생되고 나서야 병원을 떠나게 되는 다른 환자들에게서 지금 나의 삶은 어떠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정말 미친 것이 맞을까? 브롬든은 정신병원에 입원할만큼의 '환자'가 맞는걸까?
-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있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시간에 매여있는 존재들이므로, 시간이라는 콤바인 앞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들은 결코 없다. 억지로 저항하여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그 안에서 나 스스로를 찾는 것. 인간은 그것을 자아실현이라고 부르지 않나.
- 영화가 워낙 유명해서 원작을 읽기 전에 영화를 봐도 좋고(그럼 술술 잘 넘어간다), 원작을 읽은 후에 영화를 봐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강렬해서 이미 책을 읽을 때부터 내 머리에 맥머피는 잭 니콜슨이고, 잭 니콜슨이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가 그려진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래치드'는 이 작품의 수간호사인 래치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프리퀄이라는 썰도 있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치료 장면을 잘 볼 수 있다면 드라마 '래치드'도 추천한다.
제목에서 언급된 ‘뻐꾸기 둥지’는 속어로 정신병원을 의미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불청객인 맥머피는 뻐꾸기를 의미한다. 그는 같은 둥지로 날아든 또 다른 뻐꾸기 브롬든에게 저항 의지와 자유를 향한 열망을 심어 주었다. 자유의 땅을 향해 달려가는 브롬든의 모습은, 거대한 구조에 희생된 개인들에게 바치는 진혼곡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한줄기 희망인 셈이다. 평론가들이 이 작품을 두고 “억압된 자유와 강요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려는 인물들을 그려 냄으로써 1960년대의 혁명적 변화를 예견한” 작품이라고 극찬한 까닭이다.
(작품 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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