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유령’ (Phantom, 2023)

| 개봉 2023.01.18.
| 장르 액션
| 국가 한국
| 러닝타임 133분
| 배급 CJ EMN

| 감독 이해영
| 출연 설경구(무라야마 준지), 이하늬(박차경), 박소담(요시나가 유리코), 박해수(다카하라 카이토), 서현우(천은호), 김동희(이백호), 김종수(우당), 이솜(윤난영), 김중희(사쿠마 타다시) 등

| 줄거리

“유령에게 고함. 작전을 시작한다”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인 ‘유령’이 비밀리에 활약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는 ‘흑색단’의 신임총독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
조선총독부 내의 ‘유령’을 잡으려는 덫을 친다.

영문도 모른 채, ‘유령’으로 의심받고 벼랑 끝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 암호문 기록 담당 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계장(서현우),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뿐.

기필코 살아나가 동지들을 구하고 총독 암살 작전을 성공시켜야 하는 ‘유령’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 사이, 의심과 경계는 점점 짙어지는데...

과연 ‘유령’은 작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성공할 때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

| 후기 REVIEW

- 한 줄 요약: 아 좀 지루해지려고 하는 그 때 스파이의 정체와 함께 속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그때부터다.

- 외딴 호텔에 갖혀 스토리 전개를 하는 미술의 느낌이 감독의 전작인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떠올리게 한다. 독전은 잘 모르겠다. 안 떠오른다.
- 솔직히 말해서 호텔에서 전개되는 앞쪽 스토리는 좀 지루했다. 얼마나 지루했냐면 중간에 졸릴까봐 팝콘을 일부러 먹고, 같이 온 부모님이 주무시지는 않나 체크할 정도. 너무 연극적이라고나 할까? 호텔에 모여 입으로만 털고 있는게 지루하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1930년대 시대는 이용당한 것인지 별로 와닿지도 않고, 주구장창 일본어가 오가는 가운데, 굳이 경성 한 복판 밀실에서 고문해도 되는 걸 외딴 데로 데려와서 자 내일부터 너네 중에 한명씩 랜덤으로 골라다가 말로 줘팰거야하는데 긴장감이 들 관객이 어디있나. 다만 시종일관 눈에 띄는 쥰지의 초록빛 코트와 차경의 우월한 기럭지에 그렇지 못한 우중충한 표정, 상판때기 딱 한대만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연기를 너무 잘하는 유리코짱정도.. 그리고 고양이 하나짱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불태우는 천계장은 변태같았다.

- 그래서 이 영화는 망한 건가 싶을 때 분위기가 바뀐다. 카이토는 이미 쥰지가 스파이라는 답을 정해두고 쥰지를 조지고 있는 가운데, 테이블에 모여서 밥 (쳐)먹으며 너네 다 뒤졌어를 시전하는데, 이 때 바로 또다른 유령, 스파이의 정체가 밝혀지며 한바탕 액션활극을 펼친다. 아마 그때 정신 바짝 든 관객이 많을걸? 갑자기 막 때려뿌시고 총 뺏어서 쏴대고 막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내내 짜증났던 카이토도 엿먹이고. 아,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영화는 마지막까지 액션 영화를 표방한다. 또 나름 해피엔딩이다. 몇몇의 안타까운 죽음을 딛고 일어나 결국 미션을 완수한다. 픽션이어도 나라 훔친 놈들 혼내주는 건 언제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니까.

- 암살 같은 영화라고 하기에는, 암살보다 복잡하다. 캐릭터마다 친절한 설명은 잘 해주지 않으면서 뭐가 많아 복잡하다. 쥰지의 경우는 훌륭한 일본인 집안 출신이지만, 조선인인 어머니와 관련된 과거 회상이 분산되어 나온다. 사실 굳이 훌륭한 군인 집안에서 왜 조선인 여인과 결혼하고 심지어 쥰지는 조선어까지 잘하는 설정인지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사실 캐릭터의 서사보다는 설경구 배우의 피지컬이 돋보였는데, 대체 누가 입혀준걸까 초록색 코트. 가만 보면 키도 제법 크다. 그리고 그는 늘 ‘회색분자’ 느낌의 연기를 잘한다(이건 우리 어머니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런지 쥰지가 스파이는 아닌지 사실 영화 내내 의심이 들었다.

- 차경의 캐릭터에 관해, 차경은 참 이상하리만치 차분하다. 내내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고 우울하다. 다만 동지였던 난영이 죽었을 때, 백호가 죽었을때, 안강호가 자신을 희생하려 할때 정도에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 근데 사실 그 중에 제일 이해 안가는 건 이백호가 죽을 때인데, 백호와의 어떤 관계성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죽음에 박차경이 너무 슬퍼해서 내 머리 위로 물음표가 계속 떴다. 그냥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에게는 다 슬퍼하는 캐릭터인가. 곧 죽을 애 구하느라 힘빼느니 갇히 일본군인놈들 때려잡지 그랬어...

- 이 영화는 여성 캐릭터의 힘이 강한데, 특히 영화초반부터 내가 바로 스파이임을 소개해주는 박차경 역할도 그렇지만, 유리코짱이 장난이 아니다. 유리코 역할을 풀어내는게 바로 영화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표현이 되어있다. 유리코의 반전씬을 다시 한 번 보기 위해 2회차 관람도 생각해볼 수 있달까.

- 내 취향은 같은 시기에 개봉한 <교섭>보다는 <유령>에 가까운데, 흥행은 잘 못할 것 같다. 조금 아쉬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