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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영화 '코르사주' (Corasg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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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일 2022.12.21

| 국가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스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14분

 

| 감독 마리 크로이처

 

| 출연 비키 크립슨(엘리자베트), 플로리안 데히트마이스터(프란츠 요제프 1세), 카타리나 로렌츠(마리), 마누엘 루비(루트비히), 아론 프리즈(루돌프 황태자), 로자 해야지(발레리), 콜린 모건(베이)

 

| 줄거리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1킬로의 머리를 이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것뿐이다. 갑갑한 황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엘리자베트는 자유를 찾아 자신을 조이던 코르사주를 벗고 스스로의 초상을 완성하려 한다.

 

| 후기 REVIEW

한 줄 후기: 영원히 샘솟는 이야기의 주인공, 시시

 

강렬한 포스터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우아한 드레스 차림에 치렁치렁한 긴 머리, 왕관 그리고 손가락 욕. 제목조차 코르사주다. 이건 봐야한다 싶었다. 마침 CGV 명동 라이브러리에서 프리미어데이로 미리 상영을 해줘서 냉큼 보고 왔다. 포토티켓 기계가 고장나서 인쇄 못한게 함정..

 

1. 엘리자베트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유명한 그 엘리자베트다. 그녀의 삶 전체는 후대인들에게 샘솟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그녀는 끊임없이 창작의 대상이 되어왔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화제가 되었고, 늘 외모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고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격한 운동을 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모습이 영화에서도 보여졌다. 키는 173cm에 몸무게도 늘 40kg 후반을 유지했다고 하니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도 대단한 사람이다. 심지어 남편보다 키가 더 크다는데, 영화는 아주 철저한 고증을 하였다. 이 영화는 그녀의 나이가 마흔 정도 되었을 때, 마흔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전후의 상황을 담았다.

 

외모에 대한 강박증으로 나이 들어감에 대한 회한 같은 것이 서려있달까.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벗어나지를 못한다. 소탈한 성격이었지만 늘 코르사주를 꼭 조이게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러하다. 어려운 언어들을 마스터하고 남성들처럼 승마를 하며, 진보적인 사고를 하기까지 했다던 그녀가 참아내기엔 황후의 자리도, 코르사주도 갑갑하기만 한 것 같다.

 

 

2. 코르사주

매일 아침 코르사주를 꼭 조이게 입고, 몸무게를 잰다. 너무 조여서 중요한 행사에서는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코르사주를 놓을 수 없다.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면서도 결국 빈으로, 요제프의 곁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인생이 늘 코르사주와 함께 한다. 

 

3. 긴 머리

그녀의 초상화를 보면 늘 검고 풍성한 긴 머리가 눈에 띈다. 아름답게 잘 땋여져 있거나 우아하게 잘 늘어져 있거나. 영화에서도 시종일관 그녀는 공식석상에 다양한 머리스타일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코르사주만큼이나 그녀의 긴 머리카락도 스스로를 옥죄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스스로 머리를 잘라버렸을때는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까지 느낄 정도였다.

 

 

4. 팝송?

가끔씩 배경음악으로 굉장히 시대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힙한 노래들이 나온다. 이것이 단순히 역사 속 인물을 다루는 영화일 뿐 아니라,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를 넌지시 던져주는 것 같다.

 

5. 물

물은 영화의 중요한 소재다. 첫 등장부터 엘리자베트는 물 속에서(욕조 안에서) 등장한다. 욕조 안에 있는 장면들이 참 많이 나오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기도(수영이라기보다는 춤에 가까운) 하며, 마지막 장면에는 꽉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바다가 나오기도 한다. 나머지 '물'이 모두 그녀를 현실에서 붙잡고 있었다면 '바다'는 자유롭게 날아오르고픈 그녀의 소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5. 엔딩 크레딧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엘리자베트가 춤을 춘다. 긴 머리카락 그대로 늘어뜨리며 편안하게 춤을 춘다. 그러다가 어느 장면에는 갑자기 그녀의 코 밑에 수염이 달려있다. 이 장면이 도무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게 남은 숙제랄까.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고부갈등에 시달려 자기 몸 아파 낳은 자식들이지만 양육권을 뺏겨버리고 소탈하고 대범한 성격인데 갑갑한 황실 규율에 맞춰야 하느라 힘들어했기 때문에 공감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찌되었든 평생 남편의 사랑을 받았던 것 사실이고(중간중간 냉전기도 있었지만), 고부갈등을 핑계로 대기에는 그 이후에도 자식들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아 결국 그것이 계기가 되어 루돌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갑갑하다는 이유로 평생을 여행을 다니며 길바닥에 뿌린 돈은 다 어디서 나왔겠는가. 그저 후대의 사람들이 보기에 비극으로 끝나버린 아름다운 왕족의 타이틀이 너무나도 호기심을 동하게 하니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이 불리우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저런 평가를 다 떠나서, 영화에서만큼은 그 나이대의 엘리자베트라는 여성이 겪었을 내면의 흐름을 현실성 있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비단 그녀만이 느꼈을 감정이 아니다. 인생의 황금기가 꺽이고 있다고 생각되는 우리 모두가 겪을 우울함, 좌절, 슬픔 같은 것들이 바로 영화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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