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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주절주절

코로나(켄타우로스)에 확진 된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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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코비드족인 줄 알았던 나의 코로나 확진 이야기 세번째, 방콕 자가격리의 일상은?

자가격리를 하는데는 역시 자취생이 좋겠다. 하지만 자취할 여건이 되지 않아 부모님과 함꼐 사는 확진자에게는 여러모로 신경쓰이는게 참 많다. 특히 화장실을 분리해서 이용할 수가 없어서 매번 소독티슈로 손댔던 모든 곳을 다 닦고, 세수나 양치할때 빼고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자취 안 하는 대신 차를 샀으니 뭐 불만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조그만 방 안에 쳐박혀 있다보면 오지게 할 일이 없다. 그저 만만한 거라곤 넷플릭스 보기. 시간 많은데도 시리즈물은 보기 싫어서 넷플릭스 영화만 조지고(?) 있는 중이다. 영화 3편 정도면 하루는 무난히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계속 방안에 있다보니 가구가 눈에 보이고, 짐이 눈에 보이고. 몇 년동안 손 안댔던 짐들은 이제 버려야하는게 확실하고, 여기 이 가구를 치워서 작은 테이블을 놓고 싶고... 역시 모든 정리의 기본은 버리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계속하는 4일째 아침이다.

저 선명한 두 줄을 보라. 처음에는 T가 되게 희미했는데, 4일째가 되니 아주 선명해서 깜짝 놀랄지경이다. 내 생애 두 줄을 보게 되다니, 역시 남일인것만 같다. 내가 코로나라니... 내가 확진자라니....

2022년 7월 28일, 아침에 눈을 뜨니 목구멍이 엄청 부었는지 침삼킬때 엄청 아팠다. 그것말고는 괜찮았다(?). 기침이 조금 났지만 심하지는 않았고, 열도 별로 안나는 것 같아서 해열제도 안 먹었다. 기침약도 먹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다. 약간 감기몸살 끝물인가 싶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축축 처지는 느낌은 그냥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건지 더워서 그런건지 조금 헷갈렸다. 방구석에 앉아서 밥만 먹고 움직이지를 못하니 점점 소화가 잘 안되는 기분이 들긴 한다. 밥을 좀 덜 먹어도 되겠다. 인풋이 아웃풋보다 너무 많다.

2022년 7월 29일, 확진되고 5일차되는 아침. 눈을 뜨고 침을 삼키는데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다. 목구멍의 자기존재감도 뿜뿜하지 않는다. 아마 부었던게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역시 열도 나지 않는다. 이제 정말 끝물인가 싶은 느낌이지만, 이럴때 더욱 조심해야한다.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이 많이 난다. 유난히 땀이 더 나는 기분인데 이게 코로나 때문인지 의심스러울 지경.

2022년 7월 30일, 이제 자가격리도 이틀 남았다! 목구멍의 자기주장은 전혀 없다. 열도 없다. 다만 움직이지를 않아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뿐. 저녁을 먹고 나서 갑자기 숨 쉬기가 조금 답답한 느낌이었다. 소화가 잘 안되서 그럴 수도 있는데 기도에 가래가 낀 느낌? 목이 아프지는 않지만 가래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기침 가래약으로 눌러준다. 너무 더워서 제발 비나 한바탕 쏟아졌으면 하는 바램인데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역시 더울때는 확진되면 안된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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