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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나일 강의 죽음 (DEATH OF THE NIL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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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2.2.9.
국가 미국, 영국
장르 범죄, 추리
러닝타임 126분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에르큘 포와로), 갤 가돗(리넷 리지웨이 도일), 레티티아 라이트(로잘리 오터본), 톰 베이트먼(부크), 에마 매키(재클린 드 벨포르), 아네트 베닝(유피미아), 아미 해머(사이먼 도일), 로즈 레슬리(루이즈 버젯) 등

 

 

| 줄거리

행복한 신혼부부를 태운 나일 강의 초호화 여객선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위태롭고 불길한 분위기의 선상에서 탑승객들을 심문하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연이어 발생한 살인 사건은 그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관객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기치 못한 반전으로 놀라운 결말에 이르게 된다.

 

| 후기


- 한 줄 요약: 대체 사랑이 뭐길래...

1978년 작에 대해서 JTBC 방구석 1열에서 영상을 봤었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범인 누군지, 왜 죽였는지 이미 결말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무래도 원더우먼으로 익숙한 갤 가돗과 와칸다 포에버!!의 블랙팬서 동생도 나오고(로잘리다) 전작 오리엔탈 특급 살인에서도 연기했던 케네스 브래너가 포와로 역할을 맡으니 괜히 막 보고싶으니까. 왠지 마고 로비를 닮은 느낌의 에마 재키도 예뻤고. 그렇지만 그 말많은 아미 해머의 등장은 좀 꺼렸는데 이미 예전에 찍어서 2020년에 개봉하려고 했던 영화니 어쩔 수가 없을 수 밖에. 콜마넴은 이제 차마 다시 볼 수도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젠장..

온통 사랑이 가득한 작품이다. 오프닝에서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싸우다가 크게 부상을 입은 젊은 포와르를 만나려고 그의 약혼녀가 전쟁터까지 찾아와 큰 흉터가 남은 포와르를 위로한다. 리넷, 사이먼, 재클린의 삼각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해버린 리넷을 잊지못해 신혼여행까지 함께하는 구남친 의사(정확히는 전 구혼자 정도), 순수한 사랑에 빠진 로잘린과 부크말고도 이 작품에는 또 다른 이들의 사랑이 숨어있다. 온통 사랑이 가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나오고, 사랑때문에 희노애락이 펼쳐지다 못해 살인도 벌어진다.

 

원작도 이렇게 사랑타령일리가 없다는 확신이 생겨서 영화를 본 후 읽어봤는데 역시나였다. 원작의 레이스대령을 쳐냈고(추리를 하는 사람이 둘씩이나 있을 필요는 없지), 일부 캐릭터의 이름과 관계를 바꾸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은 리넷을 중심으로 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넷과 관련이 없는 인물도 몇몇 쳐냈고. 큰 맥락의 이야기 구조와 결말은 바뀌지 않았으나 그 안의 캐릭터가 조금씩 바뀐 정도. 그런데 원작에서는 오히려 금발미인이었던 것은 리넷이었고 어두운 머리색은 재클린이었는데 외모가 서로 바뀌었다. 나름 흥미로운 점. 이야기 중심을 맡은 세 사람을 빼고도 다른 이들의 관계가 저마다 특색이 있으니, 원작도 함께 본다면 좀 더 풍부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원작 역시 부담없는 소설이라 며칠 안에 금방 읽을 수 있기도 하고.

영화의 엔딩은 영화 오프닝을 화려하게 열었던 클럽에서 손님도 없고 테이블도 모조리 정리된 빈 관객석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오터본과 그녀를 바라보는 포와르를 보여준다. 포와르를 반갑게 맞이하던 클럽 앞 기자들은 온데간데 없고, 떠들석하던 손님들과 행인들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이 터진 런던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포와르는 사랑했던 연인을 기억하려는 듯 길렀던 콧수염을 싹 밀고 그 아래 피부에 남아있던 전쟁의 흉터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그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을 아닐지(또 후속작이 나오나?). 화려했던 1920년대, 그리고 대공황을 지나며 더욱 부자가 되었던 이들의 휘황찬란했던 삶의 끝에는 전쟁의 피폐함이 남으니, 이 오락영화의 뒷맛이 갑자기 쓸쓸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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