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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킹메이커 (Kingmak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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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2.1.26

장르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24분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김운범), 이선균(서창대), 유재명(김영호), 조우진(이실장), 박인환(강인산), 이해영(이한상), 김성오(박비서), 전배수(이보좌관), 서은수(수연), 김종수(대통령), 배종옥(이희란) 등

 

| 줄거리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돠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행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내용 아무것도 모르고, 변성현과 이 두 배우의 이 사진만 믿고 보러갔다

 

| 후기

- 한줄 요약: 선한 또는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있는 것인가?

 

- 2022년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킹메이커'. 이 작품을 기대했던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단연코 그 중 첫번째는 변성현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변성현 감독의 전작이 무엇인가. 수많은 팬들을 양성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다. 나 역시 불한당을 제법 재밌게 봤는데,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못 본 것이 꽤 후회가 될 정도다. 그건 정말 브로맨스의 어떤 판타지(?) 같은 작품이었다. 어쨌든, 영화를 보다 보면 시대배경이 1960년대~70년대인데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스타일리시'하다는 이 느낌은 20세기를 표현하는 멀끔하고 세련된 21세기 배우들과 어떤 연출의 느낌, 구도나 미술 등과 같은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그런 것 같다. 한마디로 '변성현 감독의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 사실 변성현, 설경구, 이선균 이 세 사람만 보고 극장에 들어갔던 터라,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다. 시놉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설경구 배우의 말투로 단번에 그가 누구를 표현하고자 하는지 알았고, 이 이야기가 무엇을 배경으로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대통령을 연기한 김종수 배우의 연기까지 더불어. 다만, 내가 이렇게 한국 현대사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싶은 무지를 깨달아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는 영화를 보면서 캐치할 수 있었지만, 그 무엇에 대해 정확한 지식은 없었던 것이다. 현대사 공부 정말 중요하다.

-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픽션이다. 故 김대중 대통령을 모델로 하는 설경구의 '김운범'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을 모델로 하는 이선균의 '서창대'. 주연은 두 명이지만, 영화의 제목이 '킹메이커'인만큼 서창대의 서사에 더 무게감이 실려있다. 서창대를 품어야하는가에 대해 갈등하는 김운범의 감정도 보이지만 거의 대부분은 서창대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된다. 오직 세상을 바꾸겠다는 김운범의 의지 하나에 전부를 건 서창대, 그림자로 불리며 양지로 나오지 못해 괴로워하면서도 김운범의 의지를 여전히 믿는 서창대, 그리고 결국 서로의 방법이 달라 갈라져야하는 괴로운 상황 속의 서창대. 김운범의 등에 비수를 꽂는 꼴이 되었어도, 서창대의 김운범에 대한 존경과 동료의식은 여전했다.

- 사람들이 평가하길, 김대중이라는 인물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지닌 정치인'이다. 얼핏보면 조화로운 사람처럼 보이는 이 수식어는 동시에 양쪽에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강원도 인제의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던 한 정치인은 점차적으로 그 덩치가 불어나 대선 후보에까지 다다른다. 영화에서 서창대가 말했듯이 빛이 커지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서창대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김운범의 의지에 이끌려 함께 했지만, 선한 목적과 그렇지 못한 수단 사이에서 김운범과 서창대의 길은 결국 갈라지고 만다. 이것은 김운범이라는 인물이 지닌 '서생의 문제의식' 때문에 이미 예견된 결말이기도 했다. 영화 후반, 1976년 대선 때 각종 공작으로 지역감정이 극대화하며 결국 김운범이 선거에서 패하게 되는데, 앞선 이야기들, 김운범과 서창대가 함께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과정, 김운범이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 비하면 서창대가 김운범을 떠난 후, 그가 패배하도록 일삼는 각종 정치공작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마치 지역감정이 그때 시작되었다는 것 마냥(실제로는 지역감정은 늘 있어왔지만, 그 대선때 극대화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더라). 결국 한국 현대사에 지역감정이라는 뿌리 깊은, 낫지 않는 상처를 안겨준다. 살짝 루즈할 수도 있던 초중반에 비해 휘몰아치는 후반을 지나면 영화가 끝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선한 또는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아니, 선한 또는 정의로운 목적, 그 목적에 맞는 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가.

이 장면은 상당히 연극적이다. 연극무대 같은 느낌이 강해 기시감이 들 정도. 그만큼 이것이 픽션임을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 왜 마지막 장면이 1988년인가 했는데, 엄창록이 그때 사망했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은 여러 고초를 겪고 난 후 한 쪽 다리가 불편해진 김운범과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 든 서창대가 환상 속에서 재회하는 것인데, 마치 죽음 직전의 서창대의 꿈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의 대선에서 김운범은 또 패배하였다. 선하고 정의로운 목적으로, 그에 맞는 길을 가는 길은 참으로 어렵고 오래 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김운범은 , 그의 정의는 승리했다. 많이 오래걸렸지만, 꽤나 험난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그리고 그의 승리,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으니, 인내 끝에 그가 다다른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정말 평생을 바쳐 오직 한 가지의 뜻에만 달려왔던 그 분의 인생에 대해 존경심이 들게 되는 것이다.

- 배우진은 그야말로 탄탄해서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난다긴다하는 배우들 다 나왔잖아. 유재명 배우 나오는데 깜짝(맡은 역할도 깜짝)! 다들 짱짱이지만 나에게는 조우진 배우의 연기력은 가히 최고였다. 조우진 배우는 악역을 하면 안되겠다. 연기를 너무 섬세하게 잘해서 설득력이 너무 강하다. 서창대와 대립장면에서 순간적으로 이실장의 '정의'에 현혹될 뻔했다. 왜 너네만 '정의롭다'고 생각하나. 왜 내가 모시는 분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냐는 말에 말도 안되는 X소리인 걸 아는데, 조우진 배우가 하니 넘어갈뻔했다. 그렇지, 과연 선한 정의란 것이 있는가. 각자가 믿고 있는 정의가 선하면 선한 것 아닌가란 위험한 생각을 잠깐 할 정도였다. 물론 다행히 금방 정신 차렸다. 연기를 겁나 잘하는 배우가 이렇게 위험하다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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