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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더 배트맨(The Batma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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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2.3.1

장르 액션, 범죄, 드라마

국가 미국

러닝타임 176분

배급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브루스 웨인/배트맨), 폴 다노(리들러), 조 크라비트(셀리나 카일/캣 우먼), 앤디 서키스(알프레드), 제프리 라이트(제임스 고든), 콜린 파렐(펭귄), 피터 사스가드(길 콜슨), 존 터투로(카마인 팔코네)

 

| 줄거리

 

지난 2년간 고담사이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이능ㄹ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퇴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히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후기

 

- 한 줄 요약: 고담, 저기는 사람이 정말 살 수 있는 곳인가. 아 근데... 서울이라고 뭐 다를 바 있는가... (대선투표를 8일 앞두고 관람한 날)

 

- 처음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가 기억난다. 배트맨 영화를 또 찍는다고? 이미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인색 띵작인데? 어? 근데 에드워드(벨라 남친)가 배트맨이야???? 헐헐헐. 살다보니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연기하는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보송보송한 트와일라잇 뱀파이어가 아직도 방송이 되고 있는데 세월 무슨 일인지. 그러자 영화 촬영이 녹녹치 않았던 걸로 아는데, 바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코시키 때문이었지. 로버트 패틴슨도 코로나에 걸리고, 스태프들도 걸리고 여튼 역병으로 인해 총체적 난국이라 촬영하는데 오래 걸리고 개봉도 밀렸던 걸로 안다.

- 역병이라는 암흑의 터널의 끝에 좀 다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에 드디어 '더 배트맨'이 개봉했다. 이 배트맨도 일단은 3부작으로 계획되어 있다는데, 더 배트맨은 그 시작을 여는 작품이다. 브루스 웨인이 밤중에 박쥐 코스튬을 입고 범죄를 저지를 자들을 때려잡기 시작한지 2년이 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의 '이' 배트맨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채 굉장히 어두운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 특유의 날티나는 재벌 3세 이미지도 전혀 없다. 아직은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라는 자아를 철저하게 분리하기 전의 모습이다.

- 고담시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뉴욕의 별명이 고담 시티라고도 하는데, 이 영화 속의 고담은 고층 빌딩이 늘어선 풀샷이 화면에 비치지 않으면 여기가 뉴욕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피폐하다. 마치 1930년대 대공황 이후의 뉴욕(보다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는 듯하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21세기 어드매가 기준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느끼는데는 배트맨 무기의 첨단성(?)이 빠져 있는 것도 한 몫한다. 늘 눈을 즐겁게 했던 최신 기술의 배트카나 추적 기술 등은 온데 간데 없고, 가내수공업으로 범죄의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심지어 리들러가 던진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도 사람의 머리와 손이다. 추적의 아날로그함이 더해져 배경으로 빠지는 시선의 분산을 온전히 인물에게만 집중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 당장 지금 도시가 망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마약, 강도, 살인에 찌들어있는 고담 시티. 배트맨은 반쯤은 정의, 반쯤은 화풀이로 어두운 도시의 범죄자들을 때려잡고, 경찰들은 그에게 적대적이다. 오직 고든만이 그를 믿고, 배트맨과 고든은 서로 좋은 팀플레이를 펼치며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나간다. 삼촌보다는 잘 아는 동네 형같은 연령대의 고든이라, 유난히 이들이 함께 하는 팀플이 어색하지 않았다. 여기에 친구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배트맨을 돕는 셀리나와 아직은 발톱을 숨기고 있는 펭귄, 그리고 카포네 등 인물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각 인물과 브루스 웨인 또는 배트맨과의 서사를 모두 소홀히 하지 않고 공을 들여 풀어낸다. 덕분에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하나 보다. 특히 펭귄은 예고편에서 카체이싱 액션을 보여줘서 엄청난 흑막인 줄 알았는데 그냥 커튼이었다. 다만 시퀄에서는 어느 정도의 비중일지 기대가 된다(시퀄에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 '더 배트맨'은 엄청 어둡다. 어둡거나 사막처럼 황량하거나. 고담의 시장이고, 경찰청장이고, 검사고 깨끗한 놈이 없다. 털어서 먼지 나는 수준이 아니라 구린내가 사방에서 진동한다. 사실 이 분위기, 이미지는 다른 배트맨 시리즈들보다도 훨씬 더 원작에 가깝다고 한다. 티저 공개에서부터 난리 났었던 '난 복수다'라는 대사도 배트맨 덕후들한테는 유명한 대사였다고 한다. 다크 나이트는 이에 비하면 꿈과 희망의 도시처럼 보이는 상대적인 효과가 있을지경. 온통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러닝타임도 길고, 배트맨뿐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공들여 담다보니 분명히 지루해하는 사람이 나올거라 예상했고, 아니나 다를까 현재 영화에 대한 평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내 경우에는 굉장한 '호'인데 우울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영화 말미에 드디어 어깨를 쭉 펴고 앞으로 나아가는 로버트 패틴슨만의 배트맨을 보는 재미, 그리고  이 영화, OST 맛집이다. 나는 시각적인 것이 먼저 들어와서 청각 자극은 나중에 오는 편인데, 이 영화는 다채로운 OST로 고막을 먼저 때리는 재미가 있었다. 가끔 그냥 멋내려고 틀었나 싶은 선곡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1930년대 같은 도시에 1990년대의 악랄한 범죄를 펼치며 2022년의 혼란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젊은이, 그리고 1980년대 느낌이 사뭇나는 OST(다 그렇지 않다)까지 잘 어울려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결정적으로 3시간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N차 관람은 선뜻 못하게 된다. 꼭 시퀄 제작이 들어가서 다음 번 배트맨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영화관에서 꼭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 아, 더 배트맨은 쿠키가 없다. 뭐 굳이 기다리면 짤막한(진짜 짧다. 눈 한번 깜빡이는 정도) 뭐가 있긴 한데, 그냥 나중에 VOD 풀려서 봐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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