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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샤이닝 (The Shining,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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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980.05.23
장르 공포
국가 미국
런닝타임 144분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잭 토랜스), 셜리 듀발(웬디 토랜스), 대니 로이드(대니 토랜스), 스캣맨 크로더스(딕 홀로랜)

| 줄거리
겨울 동안 호텔을 관리하며 느긋하게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잭'은 가족들을 데리고 눈 내리는 고요한 오버룩 호텔로 향한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들 '대니'는 이 호텔에 드리워진 음산한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폭설로 호텔이 고립되자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점점 미쳐가는 '잭',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 가까워져 오는 극한의 공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남긴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

| 후기 REVIEW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 하나다. 넷플릭스에서 12월 30일까지만 서비스한다고 해서. 2015년에 스탠리 큐브릭 전시회를 갔었는데, 그때는 큐브릭의 영화를 전혀 안 봤던 때라, 기괴하면서도 신기한 전시물들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더랬다. 그 유명한 부서진 문짝 사이의 잭 니콜슨의 미친 연기 잘 보았다.

공포 영화의 바이블로 여겨진다던 작품.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불호였다. 요즘 영화에 제대로 길들여져 그런가, 일단 템포가 너무 느려서 지루했다. 30초만 끝낼 장면을 한 5분 정도 느릿느릿 기어가는 느낌. 그리고 이 영화에서 유명한 스테디 캠, 대칭적 구조가 장면을 집중하게 하는데는 효과가 좋았지만, 대칭적 구조가 계속 반복되다보니 피로도가 누적되는 느낌. 덕분에 여기서 무서워해라! 라는 장면에서 네, 1도 안 무서워요 10초 뛰어넘기 반복. 분위기를 한번에 음산하게 하는 음악도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너무 대놓고 이 장면은 무서워해야해 라고 알려주는 느낌이라 또 다시 피로도 누적.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오히려 이런 느린 템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 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세월이 지나도 베스트일 수 밖에 없다. 잭 니콜슨의 광기 어린 연기는 지루해서 몸을 베베 꼬던 와중에도 흠칫 흠칫하게 했다. 미친 남편과 헛것을 보느라 겁에 질린 셜리 듀발의 연기도 대단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소품 하나하나 소름끼치는 우아함을 느끼게 하고 큐브릭 특유의 미장센 등등. 특히 샤이닝의 장면들은 여러 영화에서 오마주하기도 했으니까 이런 고전 영화 한 편쯤은 봐둘만 한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하고(근데 스티븐 킹은 이 영화를 안 좋아했다고..), 원작 소설을 읽어볼 열정은 1도 없어서 다른 후기나 정보들을 찾아보던 중에 여러 해석을 접할 수 있었다. 일단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버룩 호텔은 백인들이 인디언들의 무덤 위에 세운 곳이라 장소부터 이미 공포. 어마어마한 원혼들이 쌓여있는 장소이니 무슨 기괴한 일이 일어나도 무섭지 않다. 이런 류의 영화가 그러했듯 이 공간에 있던 인간들은 어떤 영혼이나 사람이 아니라 공간 자체와 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창 미쳐가는 잭 토랜스 앞에 펼쳐진 1920년대 느낌의 파티. 가장 백인들이 자신감에 넘쳤던 그 황금의 시대를 보여주면서 정작 영화가 만들어진 198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피폐해진 미국 사회와 묘하게 대비되는 느낌이다. 잭이 전쟁 이후 무너진 미국 사회를 대변한다는 해석도 그럴 듯 했다.

엔딩에 죽은 잭의 얼굴이 1921년 파티에 찍힌 사진이 나오는데, 그래서 뭐지? 샤이닝이라는 대니의 능력을 생각하면 저건 아빠가 아니라 사실 영혼이었나? 어쩌라는 건지 머리에 궁금증 한가득이었는데, 아마도 호텔에 사로잡힌(혹은 호텔에 의해 죽은, 또는 호텔에서 죽은) 백인(잭)의 영혼이 환생해서도 다시 오버룩 호텔로 돌아와 죽었다는 해석이 가장 공감이 갔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이야기거리가 많을 것 같은데 단순히 고립되어 미쳐가는 어느 한 인간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보여주느라 많은 서사가 뭉텅뭉텅 날아간 느낌이라 아쉬웠다. 원작을 모르는 내 눈에도 빈약해보이는데 아는 사람들 눈에는 더 그러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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