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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NETFLIX SERIES 고요의 바다 (The Silent Se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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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2021.12.24
장르 디스토피아, SF, 미스테리, 스릴러
국가 대한민국
EP 8편
제작사 아티스트 스튜디오

연출 최향용
극본 박은교
출연 배두나(송지안), 공유(한윤재) 이준(류태석), 김선영(홍가영), 허성태(김재선), 이무생(공수혁), 이성욱(김썬), 정순원(공수찬), 강말금(송원경) 등


| 줄거리
대가뭄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는 2075년, 대한민국 우주항공국에서는 5년전 방사능 유출로 인해 폐쇄된 발해기지(달)로 탐사대를 보낸다. 탐사대의 임무는 발해기지 어딘가에 저장된 매우 중요한 연구 샘플을 찾는 것. 우주항공국 탐사 대장 한윤재와 그의 팀이 탐사대를 이끌며 동물 생물학자 송지안이 합류한다.

지안의 언니 송원경은 발해기지의 연구책임자였으나, 5년전 사고로 사망하였다. 원경의 죽음 이후 저명한 우주생물학자였던 지안은 동물생물학으로 연구분야를 바꿀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사망 직전에 원경은 지안에게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보낸다. 언니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지안은 발해기지로 떠나고, 다른 탐사대 팀원들은 이번 임무를 완수하면 더 높은 물 배급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윤재는 어린 딸을 위해서라도 더 높은 등급의 물 배급권이 필요하다.

달 도착부터 쉽지 않았던 탐사대는 가까스로 발해기지에 도착하게 되고, 샘플을 찾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죽은 시체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탐사대 내부에는 다른 목적을 가진 스파이가 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탐사대원들이 죽기 시작한다.

| 후기
찾아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다. 연출을 맡은 최향용 감독의 2014년 단편영화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도 출품되었다고 한다. 우주SF 소재를 어떻게 단편영화로 만들었을지 원작이 몹시도 궁금하다.

총 8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에피는 40~50분 정도이다. 가끔 지루한 부분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그래서 어떻게 되는건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바로 정주행 가능하다.

아래부터는 살짝 스포를 얹은 개인적이고 솔직한 후기. 스 포 주 의!!



재밌던 점:
(1) 화려한 배우진, 믿고 보는 연기력
배두나, 공유, 김선영, 허성태 등등 연기력이라면 믿고보는 배우들 아닌가. 적어도 연기구멍은 없겠다 싶어서 봤다. 난 특히 홍닥, 김선영 배우가 좋았다. 참 신기하게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느낌을 내서 너무 좋다. 특히 '사'자돌림 전문가 역할 너무 잘 어울린다. (물론 매우 취향 타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기는 하다. 솔직히 지안 캐릭터 설정이 가끔씩 나를 욱하게 했다. 팀플할때 제일 짜증나는 캐릭터. 하지만 그런 사람 한명쯤 있어야 영화는 재밌어진다). 그리고 이준 배우 연기 잘하더라. 나는 아직도 아이돌 이준을 기억하는데, 이미 차분한 목소리톤과 대사로 반 이상 먹고 들어갔어. 계속 수상쩍은 냄새 폴폴 풍기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도록 꽤 연기 잘하더라.

(2) 한국형 우주SF라는 장르
이 자체에 대해 '도전'이라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탄탄한 자본 덕분에 제법 괜찮은 영상 퀄리티의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역시 돈이 최고네. 250억. 초반에 승리호가 많이 생각났는데, 별 이유는 없고 그냥 같은 장르라서. 승리호와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도 만들 수 있구나 싶은 어떤 기특함이 생긴다.

(3) 신선한 스토리 설정과 고전적인 클리셰의 조화
대가뭄이라는 디스토피아(바다가 싹 다 마르고, 지구는 온통 황토색이다. 사막인 줄.), 이에 따른 계급으로 나뉘어져 버린 물배급권, 우주 연구에서도 뒷전으로 밀렸던(사실 우주영화 소재에서도 뒷방으로 밀린) 달이라는 공간으로의 회귀, 달 정도는 그래도 원활히(?)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미래 2075년(????),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 작품의 공간에서 가장 소름끼치게 무서웠던 물(실제로 물이 흐르기만 해도 무서웠다)이 신선한 느낌이었다면, 결국 인간의 이기심(그것이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때문에 윤리적으로 도를 넘어버린 생명연구, 고립된 공간엔 늘 그렇듯 내부스파이가 있기 마련이고, 결말에 다다르면 자기 목숨을 희생하는 정의로운 캐릭터 등등이 클리셰랄까. 아 이거 좀 고루하다 싶어도,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정도였다.

아쉬웠던 점:
(1) 마치 달 위를 걷는 듯한(무중력의) 느린 전개
특히 EP1의 마지막, 폐쇄된 발해 기지로 대원들이 간신히 들어갈때, EP8의 최후의 빌런, 태석의 서사를 푸는 부분. 왠만하면 버티려고 했는데 너무 느려서 뛰어넘기 좀 시전했다. EP1은 그냥 속도가 느린 것일뿐인데(그리고 정말 우주에 있는 듯한 연출을 노린 것 같아서 이해는 할 수 있다), EP8은... 사정이야 딱하든 말든 어쨌든 사람을 죽였고, 악인으로 설정된 캐릭터에 뭐 이리 변명거리를 달아주나 싶어서 답답했다. 다른 대원들은 빨리도 죽더만, 얘는 뭐 이리 죽는데 오래걸려 싶을 지경.

(2) 다소 느슨한 스토리 얽개?
가끔... 으읭? 스러운 전개가 몇몇 있다. 가장 으잉스러운 건, 그래서 왜 발해기지를 전부 폐쇄한건데...? 항공국이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연구를 한 것을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틀어막는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유였으면 좋았는데 뒷 얘기 하려고 대충 만든 설정인 느낌. 하지만 여긴 괜찮다. 사람들이 다 죽고나서 어떻게 루나073만 살아남게 된걸까? 루나073이 유전적으로 특수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리고 루나073은... 정말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내는게 가능키나 할까 싶은 기능(?)들을 가졌는데 이에 대한 설명도 후뚜루마뚜루 수준도 아니고 그냥 없다.

그리고 마지막, 송원경은 어디에? 지안은 원경의 시체를 계속 찾지만 끝내 원경의 시체는 찾을 수 없다. 모든 기지 사람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칠때 원경만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죽은게 맞긴 맞겠지?) 설마 시즌2를 만들어내기 위한 떡밥은 아니겠지..? 개인적으로 여기서 딱 멈추고 시즌2는 안 만들어도 될 거 같은데. 이 마무리가 딱 좋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라고 대충 넘어가야 속이 편하다. 거의 모든 에피마다 으읭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하나하나 다 따지면 피곤하고, 나는 공상과학물 덕후가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하지만 덕후가 아닌데도 이상한데 싶은 장면이 있는 건 정말 이상한 거 아닌가).



제목 고요의 바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것 같다. 실제로 달 표면에 '고요의 바다'로 이름붙인 지형이 있고, 1969년 루이 암스트롱이 발을 디딘 것도 바로 고요의 바다라고 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고요의 바다, 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달의 물인 '월수' 때문에 죽게되는 이들은 죽기 직전 모두 어둡고 고요한 바다에 잠기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고요한 바다, 즉 물을 가리킨다.

외계의 물질이면서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물이라는 설정이 가장 재밌었다. 물이 콸콸콸 쏟아지는데 소름이 쫙 끼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보시길. 그리고 늘 그러하듯, 인간이 제일 나쁜 동물이다라는 자기반성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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