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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모던보이 (Modern Boy,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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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08.10.02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21분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이해명), 김혜수(로라/조난실), 김남길(신스케), 김준배(배상허), 김영재(오가이), 신구(이해명 부)

| 줄거리

1937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 이해명(박해일)은 단짝친구 신스케(김남길)와 함께 놀러간 비밀구락부에서 댄서로 등장한 여인 조난실(김혜수)에게 첫눈에 매혹된다. 온갖 방법을 동원한 끝에 꿈같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행복도 잠시. 난실이 싸준 도시락이 총독부에서 폭발하고, 그녀는 해명의 집을 털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난실을 찾아 경성을 헤매는 해명. 그가 알게 되는 사실은 그녀가 이름도 여럿, 직업도 여럿, 남자마저도 여럿인 정체가 묘연한 여인이라는 것! 밀려드는 위기감 속에서도 그녀를 향한 열망을 멈출 수 없는 해명. 걷잡을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선 그는 또 어떤 놀라운 사건을 만나게 될 것인가! 사랑과 운명을 건 일생일대의 위험천만한 추척이 펼쳐진다.

해명의 머리스타일이 묘하게 안어울린다는 생각을 자꾸 했는데, 시인 백석의 청년시절이 모델이었다....


후기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의 포스터까지도 기억을 하지만 보지 않았던 이유는... 일단 남주가 취향이 아니다 ㅎㅎ. 박해일 배우의 영화를 거의 본 적도 없고, 어쩌다 스치며 본 것도 그다지 취향은 아니었어서 볼까말까 정말 오백번 고민헀는데, 끝내 보고 난 지금 확실히 알았다. 정말 취향이 아니다 ㅎㅎㅎ. 개인의 취향이란...

처음 영화 초반부를 봤을 때 느꼈던 것은 1920년대를 다 때려넣은 것 같다는 것. 자유분방한 모던걸들은 1920년대의 플레피를 떠올리게 하고, 특히나 비밀구락부에서 춤을 추며 공연하는 조난실의 스타일은 마치 2003년 영화 시카고를 떠올리게 했다. 시카고 역시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춤을 추고 노래하며, 자유롭게 놀아대는(?) 영화 속 젊은이들을 보며 저게 정말 1937년이란 말이야? 심지어 출근 준비를 하는 이해명의 분주한 손놀림(ex. 모닝 토스트 먹기)을 보며 정말 저개 30년대라고?? 눈을 의심했는데, 찾아보니 정말 고증을 잘한 작품이라고 하더라.


아, 그때의 경성은 저런 모습이었나. 내 생각보다 화려하고, 내 생각보다 너무 모던하다. 특히 마치 일부러 파마시술을 받은 것마냥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데다가 하얀 수트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이해명을 보고 있노라면, 저 모습이 정말 그 시대의 모던보이라니, 경성은 정말 화려한 도시였나보다. 하긴, 도쿄나 상하이도 그랬을진데 하물며 경성이 아닐리 없지. 그러나 비슷한 배경의 암살이나 밀정 같은 영화를 보면 경성의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었나보다. 영화로 역사를 공부하면 이렇게 됩니다. 저런 환경의 한가운데서도 뚝심을 일치 않고 독립운동을 이어갔던 이들의 의지가 역시 놀랍다.

고증이 너무나 철저해서 스토리에 집중이 잘 안되었다. 정말 저랬다고? 우와, 화려하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모던한 느낌! 이러고 있느라 스토리가 가는 둥 마는 둥, 해명이 로라랑 러브러브를 하든지 말든지, 도망친 로라를 쫓든지 말든지. 그래서 더 영화에 집중을 못했나보다. 사실 한 번 본 로라의 공연에 완전 푹빠진채 아예 그녀에게 인생을 걸어버린 이해명이 이해가 안가기도 하면서, 사람이란 그렇게 한 순간에 삶의 방향을 틀어버릴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게 수긍이 갔다. 일본인이 되고 싶은게 어렸을 적 장래희망일 정도로 역사 의식이 없던 해명이 난실의 죽음 이후 머리도 단정하게 잘라버리고 어느 산골의 무장투쟁 독립운동가가 된 엔딩은 바로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별 감흥없다가 에필로그에서 해명이 혹시라도 조선이 해방되면 조선어로 된 노래를 내자며 난실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울컥했다. 정말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해명이 그렇게 말했다. 조선의 해방은 꿈같은 일이었을테지만, 해명은 정말 한다면 하는 남자였다. 그때 독립운동을 위해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난실에게 얼마나 슬픈 말이었을까. 그렇게 순수한 사랑을 쫓던 젊은 소년이 잃어버린 사랑을 대신해 나라를 되찾고자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한 문장인 것 같다.

동일 인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허해보이는 해명. 사랑하는 난실을 잃고 그는 더이상 '모던보이'가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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