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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테넷 (TENET, 2020) 스포주의를 하고 싶다.. 하지만 스포할 정도로 이해를 못한 그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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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0.08.26
장르 액션, SF
국가 영국, 미국
상영시간 150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주도자), 로버트 패틴슨(닐), 엘리자베스 데비키(캣), 케네스 브래너(사토르), 애런 존슨(아이브스), 마이클 케인, 크레멘스 포시 등

| 줄거리

당신에게 줄 건 한 단어 '테넷'
"이해하지 말고 느겨라!"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라지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 후기

놀란 형이 영화 내내 말한다. "이해하려 들지 마. 느껴"

네, 잘 느꼈습니다. 그리고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잘 모르겠지만 참 잘 만든 영화인 것은 알겠습니다. 보통 잘 만들어진 영화에 한번은 들법한 n차 관람의 의지가 이 영화에 대해 조금도 생기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이걸 한 번 더 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고, 감독이 관객에게 느끼라고 판 깔아놓은 것은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n차 관람은 쿨하게 포기하고 대신 영화를 잘 설명해주는 리뷰어들을 찾아보고, 씨네21이 38페이지에 걸쳐 소개한 영화정보를 정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역시 결론은 하나다.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나. 그러니까 이해하려 들지말고, 느껴. 내년 어드메에 TV에서 방영할지도 모를 이 영화를 엄마가 보시게 된다면, 이렇게 말씀해드리리. (그리고 등짝스매싱 예약)

그래서 전문성이라던가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 설명하기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물리바보(이과생이었다...)의 간단한 테넷 후기를 몇자 끄적여본다.

1. 주인공이 잘 안 보여.... 닐만 보여.

그렇다. 사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사실 내 취향의 잘생김은 아니었다) 그냥 매력이 없는 게...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혼자 고군분투하고(오페라 씬), 갑자기 이유를 전혀 감 잡을 수 조차 없는데 사건에 휘말린 캣에게 미안해하고 무조건 캣을 살리려하는 그에 일련의 선택들이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다.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서사를 마치 쥐어짜내는 다이어트를 하듯 쫙 빼버려서 주인공에 대해서 뭐라... 남은 게 없다. 반면에 미스테리 투성이인 닐에게 더 관심이 가버리는 것이다(그렇다고 로버트 패틴슨이 취향인 것은 아니다). 분명 주인공보다 뭔가를 더 알고 있고 감추고 있는데,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그런데 (대놓고) 비밀을 감춤으로써 풍겨져오는 어떤 미스테리한 매력(그게 뭔데)에 더불어 강한 여운을 주는 결말까지. 사실은 이 모든 사건의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던 닐이었고, 결말에 이르러서야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닐의 삶, 닐과 주인공의 관계에 대해서 상상해보게 되는 것이다.


2. 캣의 비현실적인 외모

캣 역할의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에 나왔던 그 여왕님이다. 가오갤에게 초반부터 털려서(?) 불맛 복수를 보여주는 그 배터리 도둑맞은 여왕님. 가오갤에서 키가 엄청 커보였던 것은 그냥 CG나 의상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아니 정말로 키가 엄청 큰 거였다. 심지어 영화에서는 하이힐을 신고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남편인 사토르의 경호원 한 명 빼고는 그녀의 키를 능가할 자가 없었다. 심지어 그 경호원도 그냥 비슷했던 느낌. 놀란 형은 무엇을 노린걸까. 이미 오디션이 필요없이 놀란형이 엘리자베스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나서서 오디션을 봤다던 일화를 읽었는데, 애초에 놀란 형은 왜 캣 역할에 저 사람을 캐스팅하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만 영화 내내 들었다. 그러다 카 체이싱 장면에서 알았다. 카 체이싱 장면에서 홀로 달리는 차에 갖힌 캣이 탈출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장신 키가 아주 중요했다!! 어쨌든 영화 내내 들던 생각, 와 캣 진짜 키 크다. 그러면서 또 엄청 날씬. 대단하다 대단해.


3. 리뷰를 봐도 잘 모르겠는 카 체이싱 장면

분명히 시간여행이 중요한 소재라고 알고 갔는데 시작하고 한시간이 넘도록 대충 그 비슷한 것도 안나오길래 언제쯤 나오나 딴생각이 들때쯤 카체이싱 장면이 툭, 아니 왁!하고 던져졌다. 도대체 이게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는데 차가 여러 대가 나오더니, 심지어 전복되어 있는 차가 갑자기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마냥 일어서더니 달려오고 지들끼리 뭘 주고 받고, 좀 전까진 멀쩡해보이던 사토르는 왜 호흡기 같은 걸 썼으며 왜 저러나 왜 저러지? 하는데 이게 바로 인버전이래. 네? 뭐요? 심지어 다친 캣을 살리기 위해 인버전한 주도자가 잃어버린 알고리즘을 되찾아오겠다면서 밖으로 나가 좀 전에 봤던 그 카 체이싱 장면을 다시 반복하는데 또 뭘 주고 받고 왔다갔다하더니 불타.... 뭐죠 이게? 심지어 각자 캐릭터들의 시간 순서대로 잘 설명해준 영상리뷰도 있어서 봤지만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되서 중간에 포기했다고 한다. 내가 어디가서 이해력 부족하단 소리는 못 들었는데, 이것은 안되겠다.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도 사라졌다.

4. 그리고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도 잘 안 잡히는 스탈스크-12 전투 장면

여길 보다보면 그런 기분이 든다. 무슨 말인지 단어 자체는 알아듣겠는데 대뇌를 들어가려다 튕기는 기분. 돌아가는 상황이 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저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그냥 보고 있는 그런 느낌. 저기서 왜 폭발했는데 다시 되돌렸다가 또 폭발하는지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장면의 전환이 너무 빨라서 생각해 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는 결국 주도자와 닐은 임무를 완수하는데... 정말 그냥 눈만 뜨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도 작전이 성공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게 핵심 키포인트.


5.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사실 놀란 형도 공부하라고 만든 건 아닐거야. 그냥 받아들여.

이거 뭐 물리학 공부하라고 만든 영화도 아니고, 놀란 형은 꿈속의 꿈속의 꿈속 이야기까지 했던 사람인데 순행하는 시간과 역행하는 시간을 붙여버리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을뿐. 할아버지 역설이니 어쩌니 하지만, 사실 결국 주도자도 닐도 인버전해서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무언가를 바꾼' 적이 없다. 오히려 과거에 일어날 일을 일어나게 했을 뿐이다. 어, 그럼 사토르는 왜... 아니 그러면 사토르가 먼저.... 이렇게 파고들기 시작하면 다 소용없다. 그래서 능력도 안되지만, 파볼 의지를 애초에 묻어버리고, 그냥 놀란 형이 펼치는 자본과 놀란만의 아이디어가 펼치는, 어떤식으로든 길이길이 남을 이 작품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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