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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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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3.05.16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국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러닝타임 141분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제이 개츠비), 토비 맥과이어(닉 캐러웨이), 캐리 멀리건(데이지 뷰캐넌), 조엘 엘저튼(톰 뷰캐넌), 아일라 피셔(머틀 윌슨), 제이슨 클락(조지 윌슨), 엘리자베스 데비키(조던 베이커), 아미타브 밧찬(마이어 울프쉐임)

| 줄거리

 

"오후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허망한 꿈만이 홀로 남아 싸우고 있었다."

1922년 뉴욕 외곽에서 살고 있는 닉은 호화로운 별장에 살고 있는 이웃 개츠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옥스포드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개츠비는 어딘가 비밀이 가득한 의문의 사나이. 이 베일에 싸인 백만장자는 토요일마다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 파티에 초대 받아 참석한 후 개츠비와 우정을 쌓게 된 닉은 자신의 사촌 데이지와 개츠비가 옛 연인 사이였던 것을 알게 된다. 데이지는 가난한데다 전쟁터에서도 돌아오지 않는 개츠비를 잊은 채 부유한 톰과 결혼항 상태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톰은 정비공의 아내와 은밀한 사이였고, 때마침 개츠비와 재회하게 된 데이지는 잊혀졌던 사랑의 감정을 되살리는데...

 



| 후기

화려한 파티와 쇼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우울하고 공허한 결말. 개츠비의 이름 앞에 붙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초라한 그의 삶의 결말에 대한 아이러니이자, 유일하게 그를 이해했던 닉이 전해준 위로가 아니었을까. 자신에 대한 사랑일지 데이지에 대한 사랑일지, 어쨌든 그것도 사랑이라 부를 있다면, 사랑이 충만했던 개츠비의 삶은 과연 희극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상류사회에 뛰어들고자 아등바등했던 개츠비의 삶과 끝내 누구 하나 지켜보지 않은 그의 죽음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허무함이 1920년대 뉴욕의 화려한, 그러나 거품이 가득했던 상류사회의 이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가지 비유가 담겨 있는 (혹은 독자에 의해 해석되는) 작품인데 특히 개츠비는 그 자체가 바로 1920년대의 미국을 상징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끝을 모르고 달려가던 당시 미국 사회의 모래 위의 번영이었고, 곧 다가올 대공황 바로 직전에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 그 자체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인물인데, 많은 미국인들은 바로 이 때를 많이들 그리워한다고 하더라. 그 결과야 어찌되었든 미국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하니.

사실 고전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성별에 대한 고루한 묘사 또는 편입견, 지루하고 어려운 문체 때문에 고전을 멀리해 왔는데, 이 작품은 왜 위대한 고전은 시대가 지나도 높게 평가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깨닫게 해준다. 다만, 2013년도 영화화된 작품은 감독의 개성이 아주 잔뜩 묻어있어서 치밀하게 시대상을 반영하기 보다는 보다 감각적으로 연출을 강조한 부분들이 있다. 특히 당시 유행하던 음악이 아니라, 최신 유행의 힙합 음악이라든가, 과도하게 강조한 개츠비의 집과 파티장면 같은 것들이. 비록 조금 투머치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지만 특히 배우들의 현기까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다. 강조된 연출과 더욱 극화된 배우들의 연기. 다시 한번 디카프리오의 명연기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만만해하고, 불안해하고, 좌절하고, 슬퍼하는, 개츠비로서의 그 모든 희로애락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디카프리오 때문에 좀 더 개츠비에 대해 동정심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볼 때 아무래도 역사적인 지식을 알고 보면 조금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첫째는, 'Roaring 20's'. 이미 언급했듯이 1차 세계 대전 승리 후 미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풍요로웠다는 것인데,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더불어 플래퍼의 등장은 20년대만의 특색을 더욱 살려준다. 보통 데이지를 전형적인 플래퍼라고 보지만, 사실 그녀는 외양만 플래퍼일뿐 상당히 보수적인 캐릭터였다. 가난한 남자와 결혼할 수 없었고, 개츠비가 좋았던 건지 개츠비의 돈이 좋았던 건지는 영화를 보다보면 읽어낼 수 있다. 결정적으로 그녀는 전통적으로 부유했던 가문의 톰을 선택했으니(애초에 개츠비를 선택할 마음이 없었다고 본다).

 

두번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시기와 맞물려, 그 때는 이른 바 '재즈의 시대'였다. 특히 재즈는 그동안 유럽 귀족들의 고급문화를 쫒던 미국인들이 그들만의 문화에 집중함으로써 흥하게 된 것이었다. 핏을 살리는 잘빠진 수트를 입은 남성들과 짧은 머리의 플래퍼들이 함께 댄스를 추며(개인적으로는 지금 봐도 조금 기괴한 동작들이 있다) 흥을 즐기는 당시의 영상을 보면 그때의 젊은이들이 참 신이 나 보인다. 참고로 흥청망청 술 퍼마시며 댄스를 추던 이들은 아마도 20년대의 부자들이었다고 한다. 좀 더 넘겨짚자면 부동산, 주식 등으로 성공한 벼락부자들...?(a.k.a 돈 많은 백수)

 

 

마지막으로 금주법. 수정헌법 18조라고 불렸던 금주법은 미국 내에서 술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었다.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알코올이 조금만 들어가도 모두 술로 규정되어 금지되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저 때 정말 금주법이라는 게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모두가 술을 퍼마신다. 그러나 이 금주법으로 인해 밀주사업이 활성화되었고 이 밀주 사업의 중심에는 이탈리아계 마피아들이 있어서 그들의 세력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큰 계기가 되었다. 개츠비는 바로 이 밀주를 통해 벼락부자가 된 케이스였다. 전통적으로 집안이 부유했던 톰 뷰캐넌과는 바로 대척적에 있었다.

 

법망을 피해 술을 팔고 마시던 시대의 상징 'Speakeasy'


감독 바즈 루어만과 디카프리오는 19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롬앤줄의 그 오그라드는 대사가 감독의 결과물이었나. 세상 잘 생긴 디카프리오를 보여준 감독이라 그런가, 어쩐지 영화 내내 술톤이었던 디카프리오가 어지간히 잘생겨 보이더라. 그런데 이 감독은 바로 물랑루즈(2001)의 감독이기도 하단다. 좋아하는 작품을 2개나 만들었는데, 여기에 앞으로 개츠비도 추가하는 걸로.

 

러닝타임이 2시간 반이 넘어 결코 진입장벽이 낮지는 않다. 그리고 개츠비는 영화가 시작하고 거의 30분이 지난 다음에야 등장을 하는데, 마치 온갖 소문으로 둘러싸인 개츠비를 찾아가는 느낌을 주는 반면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있다. 그러나 그 지루함을 견뎌 내면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가장 화려한 시기의 가장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 시대 그 자체였던 개츠비의 삶을.


사실 너무 개츠비의 이야기만 해서 닉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몇 글자 적어보려 한다. 사실은 이야기의 화자인 닉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캐릭터다. 소설에서는 그래도 나름 중서부의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닉인데, 스케일이 다른 톰, 데이지 부부와 개츠비 앞에서는 안그래도 쭈굴해보이는 토비 맥과이어가 더 피곤해보인다. 세 사람의 갈등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던 호텔씬에서 데이지와 개츠비가 나가버린 후 오늘이 자기 생일이었다던 닉의 대사가 생각난다. 20대의 청춘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닉은 닉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타인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사랑과 전쟁에 참 깊이, 참 진심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닉의 표정에서 인생 헛살았다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으리으리하던 시대의 부자도 아니었고, 더욱이 돈과 명예 앞에서는 얼마든지 이중적일 수 있던 뷰캐넌 가(를 비롯한 그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지독히 싫증이 났던 닉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개츠비를 이해하는 인물이 바로 닉이다. 그 과정과 수단이 어쨌든 닉에게 개츠비는 가장 강렬하게 살아있는 생(生)이자 불꽃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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