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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반도 (PENINSULA,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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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0.07.15
장르 액션,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16분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정석), 이정현(민정), 이레(준이), 권해효(김노인), 김민재(황중사), 구교환(서대위), 김도윤(구철민), 이예원(유진)

| 줄거리

전대미문의 재난 그 후 4년, 폐허의 땅으로 다시 들어간다!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 나와야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되돌아온 자, 살아남은 자 그리고 미쳐버린 자
필사의 사투가 시작된다!

| 후기

이 죽일 놈의 호기심. 영화 ‘반도’를 봤다.
재미없다고는 못하겠는데 애매하게 재미있다고도 못하겠는 이 심정. 이 느낌 그대로 담아 반도를 보고 난 나의 감상을 5가지로 정리해본다.

1. 거대한 세계관, 그러나 소모적인 캐릭터 사용

제일 할 말 많은 부분인데.... 서울역, 부산행에 이어진 이 세계관은 꽤 거대하고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좀비 바이러스는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대한민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시작되었으며, 한반도에서 퍼지기 시작한 좀비 바이러스는 단 하루만에 정부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전작 부산행의 제목에서도 상징하듯이 안전하다고 생각된 부산마저도 좀비떼의 습격을 막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가장 안전했던 곳은 북한이었지만,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지 절대 받아줄리 없다는 것. 결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나라를 잃고, 겨우 살아남아 배를 타고 탈출한 이들 중 일부는 홍콩으로 넘어가 살게 된다.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그 땅은 ‘반도’라 불리게 된다. 이 영화는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 이제 ‘반도’라 불리우는 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서 시작되었고, 홍콩 사람들이 살아남은 반도의 사람들을 마치 병균 취급하는 장면이 나오니 괜히 분했다. 왜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퍼졌는지에 대한 이유는 전혀 알려주지 않고, 지금 여기 이곳의 상황에 집중한다. 모두가 버려진 반도 땅은 잘만 하면 금이나 돈을 들고 나올 수 있는 노른자 땅이지만, 들어가서 ‘살아서’ ‘갖고 나와야’ 내 것이 될 수 있는 법. 겨우 살아서 도망쳤던 정석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반도로 돌아온다.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최초의 아포칼립스 세계를 표방하는 것은 그럴 듯 했는데, 그만큼 세계관에 힘이 실려있는 반면 정석을 제외한 캐릭터들에 대한 서사는 친절하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누군지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했다. 4년 전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데려가 달라며 애원하는 민정을 무시하고 가족들과 도망쳤던 정석은 4년 후 민정을 한눈에 알아보지만 민정은 그렇지 못한다. 그때 민정의 가족을 그냥 지나쳐 간 차가 31대라고 한다. 정석은 그 중에 한명이었을 뿐이고 민정은 그 사이 631부대에서 겨우 살아남아 도망쳐나오기 급급했다. 이런 민정의 고단한 서사를 몇 줄의 문장으로 퉁쳐버려서 아쉽기 그지 없었고, 대충 나이로 봤을 때 유진은 친딸인 게 확실한데 준이도 딸이 맞는건가 아리송한데 역시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왜 631부대를 도망쳐서 김노인과 함께 하는지, 김노인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도. (도대체 김노인은 왜 있어야하는 캐릭터인가 의구심을 갖던 중 엔딩에 다다르니 그제야 김노인이 필요한 이유가 나온다. 약간 비현실적이만.)

개개인의 서사는 이 거대한 멸망의 세계관 앞에서는 작은 점일뿐이다 이건가 싶었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다. 정석의 이야기만큼은 주인공 버프를 받아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스럽게 시작하여 끝맺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저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정석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이 소모적으로 사용된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116분이면 요즘에는 짧은 러닝타임에 속하는데,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길었던 자동차 추격씬을 잘라내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정성들여줬으면 영화 후반에 대놓고 울어라!하고 넣은 장면에서 내가 울어줄 수 있었을 것 같다(눈물 한 방울 안 나옴).

열일하는 강동원의 얼굴뿐아니라, 연기도 굉장히 열일한다


2. 자동차 PPL인가

엔딩 크레딧을 안 보고 나와서 가장 아쉬운 것은(쿠키영상 없다그래서 안 봤다), 도대체 자동차 협찬은 어디서 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위험에 빠진 정석을 구해준 준이는 자유자재로 운전을 하며 능숙하게 좀비떼를 물리친다. 준이의 운전실력도 대단하지만, 준이가 운전하는 차는 정말 최강의 방어력을 보여준다(배트카 저리가라). 마치 온 우주가 멸망해도 그 차 안에만 있으면 안전할 것 같고, 전쟁이 나도 그 차는 탱크보다 더 강력한 무기일 것 같은 그런 기분. 자동차 씬만 다 합치면 족히 15분은 될 것 같은데, 마치 차 광고를 본 듯하다. 도대체 어디 브랜드인가. 그 회사 마케팅팀은 굉장히 이 영화를 좋아할 듯.

3. 울어라!! 언니, 안 슬퍼요...

1번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엔딩을 향해 달려가면서, 대놓고 자기희생씬이 펼쳐진다. 관객이여 울어라!! 관객이여 감동하라! 라고 나에게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았다. 남들 살리겠다고 멀리 떨어져서 자기희생을 시도하길래 결국 또 고루한 재난영화가 되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클리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석이 마음 깊이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깨고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살리기 위해 뛰어드는 전개가 더 신선했다. 남을 살리기 위해 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모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그림이 더 좋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라 더 좋고. 억지로 자기희생을 넣어 감동을 쥐어짜내면 천년의 감동도 짜게 식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게 특히... 다른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아무리 슬퍼요 엉엉 울어요라고 판을 깔아줘도 안 와닿는다. 슬픈 상황인 건 머리로 알겠는데 마음이 안 따라간달까.

아쉽다. 민정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줬으면. 믿고 보는 이정현 배우



4. 외국인들이 좋아하게 생겼음

하지만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 이타적인 삶, 그리고 그 안에서 지키지 못했던 이들을 지켜내며 스스로 발전해가는 주인공, 잘 만들어진 아포칼립스 세계(근데 그게 바로 대한민국, 서울), 더 잘 만들어진 좀비떼, 살아남은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제대로 미친 세상. 이런 요소들이 외국인들이 참 좋아하게 생겼다. 해외에서 세일즈가 왜그리 잘되었는지 이해가 갔다. 화이팅 코리안 무비!

등장부터 그냥 미친놈 같던 미친놈1 서대위
반도에 가장 최적의 적응자, 황 중사. 미친놈 2.


5. 무엇보다도 완벽한 아포칼립스 구현

1번에 부가설명하는 것 같은데... 사실 조금 소름끼쳤다. 하루만에 하나의 국가가 사라지고, 그곳을 지칭하는 것이 그저 ‘반도’일 뿐이라는 것. 대다수의 국민이 좀비가 되어버리거나, 살아남아 미친자가 되거나, 어딘가 다른 나라로 도망쳐 핍박을 받으며 타향살이를 하거나, 좀비떼들이 반도에 갖히는 바람에 오로지 대한민국만 망해버린 그 상황.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부산행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했는데, 서울 곳곳에 익숙한 장소들이 깨지고 망가지고 더러워져 폐허가 되어 있는 장면들도 한몫 했고. 미술팀 엄청 심혈을 기울여서 잘 만든 것 같다. 특히 마치 투구장을 연상시키는 631부대의 세트라든가. 저 수많은 CG와 크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 세트까지 돈돈돈돈과 스탭들의 피땀눈물이 모인게 보였고, 인적 물적 자원이 콜라보로 만들어낸 공간을 매개로 관객에게 ‘개연성’을 전달한다.

전작 부산행과는 결이 달라서 오히려 별도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빌려쓴 세계관의 다른 이야기 같았던 느낌? 내게는 시퀄이 아니라 스핀 오프에 가까웠던 느낌. 뭐 어쨌든, 좀 더 인간적이었던 부산행에 비하면 꿈도 희망도 없는 반도. 그렇지만 그 안에서 어린 아이들은 마냥 좋단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여서. 좀비나 바이러스나 괴물 등이 등장하는 이런 영화들은 한결같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이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싸운다는 것. 어찌보면 이 문장 자체가 하나의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전혀 지겹지도 질리지도 않는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살아남으려면 운전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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