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08.08.06 (2009.02.19, 2017.07.12, 2020.07.0.1 재개봉)
장르 액션,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국가 미국
러닝타임 152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스 웨인/배트맨), 히스 레저(조커), 아론 에크하트(하비 덴트/투 페이스), 마이클 케인(알프레드), 매기 질렌할(레이첼 도스), 게리 올드만(제임스 고든), 모건 프리먼(루시어스 폭스)
│줄거리
정의로운 지방 검사 ‘하비 덴트’, ‘짐 고든’ 반장과 함께 범죄 소탕 작전을 펼치며
범죄와 부패로 들끓는 고담시를 지켜나가는 ‘배트맨’
그러던 어느 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범죄 조직은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광기어린 악당 ‘조커’를 끌어들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커의 등장에 고담시 전체가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급기야 배트맨을 향한 강한 집착을 드러낸 조커는
그가 시민들 앞에 정체를 밝힐 때까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죽이겠다 선포하고
배트맨은 사상 최악의 악당 조커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마지막 대결을 준비한다.

│후기
한 번 리뷰를 했는데 또 쓰는 리뷰. 봐도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품이라.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 그야말로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영화로 꼽힐(특히 나에게) 영화이고, 히어로물의 어떤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고 싶다.
악당(빌런)이란 무엇인가? 더 정확하게는, 빌런과 히어로의 관계란 무엇인가. 마치 어둠과 빛처럼 서로 공존해야 그 가치가 발견되고 인정되는 관계. 어둠이 없는 세상에서는 빛의 소중함을 깨닫기 어렵고, 어둠만 가득한 세상에서는 한 줄기 빛이 그리도 간절할 수가 없다. 조커도 배트맨에게 말하지 않았는가. 너는 나를 완벽하게 한다. 그 둘의 관계를 소름끼치면서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바로 그것인 것 같다. 반복되어왔던 히어로와 빌런의 고정적인 관계의 틀을 그야말로 박살내버리는 것. 물론 이 장점을 극대화 한 것은 바로 배트맨과 조커, 크리스찬 베일과 히스 레저 두 배우의 연기력이다. 특히 히스 레저. 다크 나이트를 볼 때마다 그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지금은 도대체 어떤 연기를 보여주었을까 끊임없이 가정하고 아쉬워할 정도로 히스 레저의 조커는 정말 완벽하다. 살아있었다면 지금 40대의 나이였을텐데, 얼마나 더 성숙하고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었을까.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개봉한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가장 독보적으로 혁신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마저도 바로 이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한다. 무릇 히어로에게 맞서는 빌런이란 분명 행위에 대한 목적이 있을텐데, 예를 들어, 세계정복이라든가 세계멸망이라든가, 나라를 뒤집어 엎을 정도의 큰 돈이라든가 혹은 그 나라를 뒤집어 엎을 정도의 정치적 행사력이라든가. 분명 그따위(?) 행동을 하는데 이유가 있다. 최근 가장 강대한 빌런이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타노스만 해도 그 자신에게는 굉장히 당위성이 있는 목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영화 오프닝에서 은행을 털었던 건 고담시의 갱단에게 접근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 돈 자체에는 욕심이 없다. 오히려 갱단에게 받은 돈을 다 불태워버리지 않았던가. 배트맨을 죽이겠다고 갱단에게 약속해놓고 결국 배트맨을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배트맨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럴듯하게 판을 짜려면 갱단들과 거래를 해야했고, 거래하기 가장 좋은 품목은 배트맨 죽이기였을 뿐.
조커는 누구인지도 모른다. 지문, DNA, 치아 데이터까지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혹여라도 그의 과거일까 하더라도 영화 조커의 에필로그를 통해 러닝타임 내내 들려주었던 아서 플랙의 이야기가 진짜 조커의 이야기였는지 의심스럽게 되었다. 조커는 본명은 무엇인지, 어떤 배경으로 성장해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아, 오직 원하는 것은 배트맨을 물먹이는 것 정도랄까? 고담시민이 가진, 그들의 선한 마음을 믿고 있는 배트맨을 어떻게든 꺽어내려고 판을 짜는 조커에게 가장 최후의 히든카드는 바로 하비 덴트이다. 고담시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선한 마음과 용기를 지녔던 고담의 백의의 기사 하비 덴트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것도 그가 그토록 의심했던 경찰 내부자들에 의해서 사랑하는 레이첼을 지키지 못한 하비는 고담시의 가장 바닥으로 추락한다. 레이첼의 죽음에 관여한 자들을 모조리 찾아내 응징하는 투페이스가 되어버린 하비 덴트는 조커가 짠 판 안에서 배트맨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장기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조커가 원하는대로 하비가 저지른 범죄를 세상에 알릴 수 없던 배트맨은 그의 죄를 모두 뒤집어 쓰고, 하비 덴트라는 이름과 그가 지녔던 선한 마음과 용기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어둠의 기사가 되어 도망친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엔딩인가(?).

어렸을 때는 조커라는 캐릭터에 압도되어 배트맨은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볼 때마다 조커가 그린 큰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면서 그 안에서 그와 맞서 싸우는 배트맨의 간절함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찬 베일 연기 참 잘 했네. 배트맨 비긴즈와 이어지면서 이제 막 영웅으로 거듭난 그가 인생 최대의 적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마치 기승전결의 '전' 단계를 보는 듯하다. 갈등의 최고조랄까. 이 트릴로지 시리즈를 닫기에는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보다는 조금 기대에 못 미쳤지만. 세상 가장 미친 레벨의 진짜 미친 자, 조커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고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브루스 웨인의 대결이 촘촘히 엮여있어 역시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다크 나이트는 희대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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