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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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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2.07.19 (재개봉 2020.07.08)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국가 미국, 영국
러닝타임 164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스 우인/배트맨), 마이클 케인(알프레드), 게리 올드만(짐 고든), 앤 해서웨이(셀리나 카일), 톰 하디(베인), 마리옹 꼬띠아르(미란다 테이트), 조셉 고든 레빗(존 블레이크), 모건 프리먼(루시어스 폭스)

| 줄거리

배트맨이 조커와의 대결을 끝으로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8년 후, 하비 덴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떠안은 배트맨은 모든 것을 희생하며 떠나고.. 범죄방지 덴트법으로 인해 한동안 평화가 지속되던 고담시의 파멸을 예고하며 나타난 마스크를 쓴 잔인한 악당, 최강의 적 베인이 등장한다. 베인은 배트맨이 스스로 택한 유배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하지만, 다시 돌아온 배트맨에게 베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자신을 거부한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볼 것인가, 정의의 수호자로 나설 것인가. 배트맨은 승패를 알 수 없는 마지막 전투를 시작하려 하는데…


| 후기

2012년에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는 다크 나이트보다 약하네, 재미는 있지만 좀 길고 지루하다 싶은 느낌에, 역시 다크 나이트가 최고였다 싶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거 완전 명작이었네. 이번 재개봉을 맞아 일주일 간격으로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연이어 보니 그 연속성이 확실히 와닿아서 이 시리즈의 마무리인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에게 당한 건 고생도 아니었다. 진짜로 마음 고생, 몸 고생 다 한 브루스 웨인의 마지막 이야기.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배트맨의 시작이었던 곳, 어둠의 사도와 라스 알굴. 이 이야기는 다시 그 시작으로 돌아가 끝을 맺는 이야기였다.

사실 잘 보면 스토리가 촘촘히 엮여져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브루스의 지문을 훔쳐 주식을 팔게 한 건 은둔해있던 그를 불러내고 웨인엔터프라이즈가 숨기고 있던 클린 에너지, 원자로를 노출시키기 위함이었다. 모든 것이 라스 알굴의 딸이었던 탈리아와 그녀를 지키던 베인의 계획.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건 브루스 웨인만이 아니었으니, 8년 간의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벗어난 배트맨 역시 다시 범죄의 손아귀가 뻗친 고담시를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8년 동안 그는 약해져있었고 강인한 적이었던 베인을 상대하긴 역부족이었다. 크게 다치고 베인이 가둔 커다란 지하감옥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냈던 고담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봐야했던 브루스는 결국 고담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일어선다. Rise. 고담을 지키는 어둠의 기사가 다시 일어섰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온전히 브루스 웨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 브루스는 왜 이다지도 고담시를 지키려 할까. 셀리나가 말했듯, 그는 누구에게도 빚을 진 적이 없는데.

래빗오빠의 로빈 분장을 못 보는 건 좀 많이 아쉽


그 질문이 머릿 속을 맴도는 가운데,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는 다크 나이트 뽕에 차올라 넷플릭스로 비긴즈를 다시 틀었다. 그리고 비긴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브루스 가진 고담에 대한 믿음은 아버지 토마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고담을 위해 회사를 세우고, 고담 시민을 위해 열차를 세워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운영했었던 아버지 토마스로부터. 신념이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져 결국 배트맨을 탄생시켰고, 그가 절망의 순간에도 초심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 것이다. 이미 그 연결이 잘 보이도록 비긴즈에서는 부자 관계의 정을 아주 강조하여 연출하고 있었다.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을 보고 나서야 비긴즈의 장면들이 더 강렬하게 와닿았고, 다시 한 번 놀란 천재를 외치게 되었으니.

다시 일어선 어둠의 기사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베인과 싸운다. 자연광 아래 시커먼 박쥐 가면과 수트를 입은 배트맨은 시리즈를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빛 아래에서 싸웠다. 이 역시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각 편에 등장하는 빌런들은 제각각 배트맨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라스 알굴은 배트맨을 탄생시켰고, 조커는 그를 성장하게 했으며, 베인은 그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 모든 미션을 깨부순 브루스는 스스로를 죽음 뒤에 감추고 드디어 몸도 마음도 '희생'과 '보호'라는 굴레 아닌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를 얻게 되는 이 마무리는, 이제 보니 정말 꽉 닫힌 결말이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암시를 남기고, 심지어 로빈의 등장이라는 떡밥도 던져주었지만 사실 이 트릴로지는 그대로 종결이었다. 어릴때는 몰랐지. 그래서 이거 또 나오는 거 아니냐며 신나했는데, 더이상 남아있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이다.

좋은 작품은 두고두고 계속 회자되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첫편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 편의 스토리는 모두 굉장히 잘 짜여져 있고, 세련되었다. 생각날때마다 꺼내봐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이 트릴로지를 탄생시킨 이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것을 체감하며, 이제 이 시리즈 리뷰를 마무리한다.

톰 하디라는 것을 알고 봐도 역시 믿기가 어려운 베인. 얼핏 들리는 톰 하디의 목소리와 억양이 아니면 여전히 눈치채기가 힘들다.
수고가 참 많았던 크리스찬 베일. 그래도 그의 배트맨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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