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04.05.21
트로이 디렉터스 컷 개봉 2020.07.03
장르 액션
국가 미국
러닝타임 디렉터스 컷 기준 196분
감독 볼프강 페터젠
출연 브래드 피트(아킬레우스), 에릭 바나(핵토르), 올랜도 블룸(파리스), 다이앤 크루거(헬레네), 로즈 번(브리세이스), 브라이언 콕스(아가멤논), 숀 빈(오디세우스)
| 줄거리
'트로이 전쟁'을 승리하면 영원한 영광을 얻는 대신
죽음을 맞이한다는 예언을 듣게 된 그리스 영웅 '아킬레스'
하지만 전장을 함께한 그의 동생이 트로이 왕자 '헥토르'에게
목숨을 잃게 되면서 아킬레스는 걷잡을 수 없는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명예와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던 아킬레스는
피의 복수를 위해 트로이와 헥토르에게 칼날을 겨누는데…
10만 대군이 참전한 사상 최대의 대격전!
불멸의 '트로이 전쟁' 신화가 깨어난다!

| 후기
무려 14년만의 재개봉이라니, 그것도 디렉터스 컷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망할 놈의 역병 때문에 신작들은 갈 곳을 잃었지만 덕분에 좋아했던 작품들이 재개봉해서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으니, 이것도 전화위복으로 봐야할런지. 물론 극장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14년만의 재개봉이다. 14년. 내 기억에 개봉은 2004년이었지만 촬영 자체는 2003년이었던 걸로 아는데, 에릭 바나 젊다 젊어. 브래드 피트는 이미 저때도 40세 정도였는데 몸매 탄탄하고 피부 좋은 거 보소. 복근은 무슨 일이야 정말. 눈 호강 제대로다. 저 복근이 아직도 있다는게 킬포인트. 브래드 피트와 에릭 바나, 저 근육맨들 사이에서 여전히 한떨기 꽃같은(?) 올랜도 블룸의 파리스는 여전히 사랑에 미쳐서 철딱서니가 없다. 이 영화는 예전에도 느꼈지만, 살인의 고리가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더이상 전쟁에 나서지 않고 귀환하려 했던 아킬레우스는 헥토르 손에 짧은 생을 다한 사촌의 복수를 위해 결국 헥토르를 죽였고, 형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던 파리스는 브리세이스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킬레우스를 죽인다. 에개해를 지배하겠다는 어리석은 한 남자의 욕망은 아무 죄 없는 트로이의 국민들과 트로이 땅을 불태웠는데, 아가멤논은 기어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를 죽였고, 브리세이스는 삼촌의 원수를 통쾌하게 갚았다. 죽고 죽이는 그런 참혹한 전쟁의 한 가운데, 결국 전쟁을 주도했던 모두가 죽어버리고, 아킬레우스의 장례는 오디세우스가 치뤄준다. 오디세우스는 대체 무슨 죄죠.

전쟁이란 참으로 잔혹하고 참으로 의미가 없다. 옛날 이야기 속 신화같은 저 트로이 전쟁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특히 트로이 목마 작전이 성공하여 트로이 사람들이 그야말로 죽어나가는 장면에서는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이 얼마나 부질없고 의미 없는, 가장 비극적인 행위인가. 잘생긴 남자 배우들의 근육과 외모 자랑에 잠시 묻혀 한 남자의 어리석고 오만한 욕심에 죄없는 이들의 목숨을 희생되는 이 참혹한 이야기의 진실을 잠시 보지 못했다. 트로이를 지키다 죽은 군사들은 그나마 낫나, 아가멤논의 욕심을 채워주려다 죽은 병사들은 정말 안타깝다. 씁쓸하다 씁쓸해. 그깟 역사에 이름 남기는 게 뭐라고.
어렸을 때는 막 반지의 제왕 뽕이 가득 찼던 터라 철딱서니도 없고, 싸울 용기도 없고, 죽을 용기도 없는 파리스가 너무 부끄러웠다. 근육맨들 사이에서 요정의 몸은 너무 슬랜더였고. 특히 헬레네의 남편이었던 메넬라우스와 일대일로 붙어서 신나게 깨지다 도망쳐서 형인 헥토르의 발목을 부여잡고 일어서지도 못할때는 정말 괜히 내 손발이 부끄러운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올랜도 블룸이 정말 철딱서니 없는 연기를 잘한다(?) 싶은 생각이 들고, 얼마나 사랑해야 나라를 내어주고도 저 사랑을 지키려할까 싶고. 근데 뭐 어차피 헬레네는 그저 핑계였고, 굳이 헬레네와 파리스가 아니었어도 아가멤논의 욕심은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불쌍한 헬레네는 탓해서는 안된다.

약 33여분이 늘어난 디렉터스 컷은 곳곳에 새로운 장면들이 숨어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디렉터스 컷은 목마를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할지 프리아모스 왕과 파리스, (한 대 치고 싶은) 제사장의 논의 장면. 목마는 그리스 군들이 도망가며 바다의 신에게 바친 제물이니 가져가자는 제사장과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 태워버리자는 파리스. 그러자 헥토르도 신을 모욕하고 다음날 아킬레우스에게 죽었다며, 트로이의 아들들이 더이상 신을 모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무례한 말들을 서슴없이 왕의 앞에 내뱉는 제사장과 신의 뜻을 거스리지 않음으로서 아들을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이 이어진다. 본편에서는 파리스가 "Father, Bun it. "이라고 말하며 장면이 바로 전환되는데 이 뒤에 이런 컷이 숨어있었다. 제사장 진짜 더 잔인하게 갈갈이 찢어버렸어야 했는데. 트로이 패전의 가장 큰 요인은 그렇게 신만 찾아대며 나라를 지킬 큰 아들을 사지로 내몬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를 부추겼던 제사장 놈도 한 몫 거하게 차지했다.
기억이 애매하긴 한데, 마지막에 헥토르가 알려줬던 길로 도망쳐 살아남은 트로이 사람들과 헥토르의 아내, 헬레네와 파리스(도망가다 커퀴질), 그리고 브리세이스까지. 브리세이스가 잠시 멈춰 돌아서서는 그들이 두고 온 트로이의 성을 돌아본다. 도망친 이들의 생사여부가 나왔던 것 본편에서는 나왔었나? 그냥 오디세우스가 아킬레우스의 장례를 치뤄주며 바로 독백 나레이션이 깔리며 끝났던 것 같은데. 어쨌든 잘 살아남아 다행. 행복해야해 브리세이스.




지금 다시 봐도 제법 괜찮은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구멍 하나 없고, 영상미도 훌륭하고, 배경음악도 웅장하다. 파리스는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 철딱서니 없고 겁에 질린 연기를 잘해서 오히려 못해보이는게 아닐까. 복수에 눈이 돌아간 아킬레우스 브래드 피트와 아킬레우스의 어린 사촌을 죽이고 나서 자신의 죽음도 예감하며 전투를 준비하는 헥토르의 에릭 바나 연기는 이들의 연기 내공이 얼마나 탄탄한지 알게 해준다. 그리스의 수많은 연합국 배들이 트로이를 향해 나아가는 바다 위 장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인데, 요즘 만들었다 해도 믿을 것 같은 영상이다. 간혹 인물 촬영 샷 중에 약간 결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의 샷이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이니 지금 내 눈에 보면 미흡한 필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기술적인 미흡함이 보일뿐이지 전혀 촌스럽지 않은 영화다. 보다보니 자꾸 벤허 생각이 났는데, 앞으로 더 세월이 지나면 이 영화도 시대를 대표하는 좋은 고전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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