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05.06.24 (재개봉 2020.06.24)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국가 미국
러닝타임 139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스 웨인/배트맨), 마이클 케인(알프레드), 리암 니슨(듀카드), 케이티 홈즈(레이첼 토스), 게리 오륻만(짐 고든), 킬리언 머피(조나단 크레인 박사), 톰 윌킨슨(카민 팔코니), 릇거 하우어(얼 이사)

| 줄거리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피살되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본 후 죄의식과 분노로 늘 고통받는다. 복수하고 싶은 욕망은 불타오르지만 명예를 지켜야 한다던 부모님의 가르침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악을 물리칠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고담시를 떠나 홀로 세상을 유량한다.
브루스는 범죄자들의 소굴에 섞여 생활하며 그들의 습성을 터득한다. 그러던 중, 듀카드(리암 니슨)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 정신적, 육체적인 수련법을 배우게 되고 듀커드는 브루스에게 ‘어둠의 사도들’에 가입하라는 제안을 한다. 듀카드가 속해있는 ‘어둠의 사도들’은 동양계 무술의 달인 라스 알굴(켄 와타나베)이 이끄는 범죄 소탕 조직. 그러나 브루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감경책으로 응징하는 이들의 방법이 자신과는 맞지 않음을 깨닫고 고담시로 돌아온다.
브루스가 떠나 있는 동안 고담시는 부패와 범죄로 파멸되어가고 있었다. 사회봉사라는 이념 하에 운영되었던 브루스 가문의 기업인 ‘웨인 엔터프라이즈’마저 전문 경영인 리차드 얼 이사(룻거 하우어)의 손에 좌우되고 있었다. 얼 이사는 브루스 소유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기업을 증시에 상장하는 일을 추진 중이었던 것이다.
한편, 브루스의 소꼽 친구이자 검사보인 레이첼 도스(케이티 홈즈)는 갱단의 횡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부패권력과 밀착된 갱두목 팔코니(톰 윌킨슨)가 고담시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크레인(킬리언 머피)의 도움으로 레이첼이 기소하는 사건마다 교묘히 빠져나갔던 것. 레이첼에게 기소되는 부하들을 크레인의 병원에 입원시켜 면제되게 해주는 대신, 그 대가로 수수께끼의 약품을 고담시로 밀반입시키는 이들의 결탁 속에서 고담 시민들은 점차 생존을 위협받는다.
브루스는 악이 점령한 고담시를 되살리기 위해 충성스런 집사 알프레드(마이클 케인)와 청렴한 경찰 짐 고든(게리 올드만), 그리고 웨인 기업의 응용과학 전문가 폭스(모건 프리만)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존재 ‘배트맨’으로 재탄생을 준비하는데...



│ 후기
검색해 보고 알았는데 개봉한지 15년만의 재개봉이었다...!! 15년 전 크리스찬 베일, 30대 초반이었는데 지금 영화를 보니 어리다 어려. 피부가 탱탱해. 목소리도 괜히 어린(?) 느낌이 들고. 나는 사실 다크나이트를 인생 영화로 꼽은 주제에 사실 배트맨 비긴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조금 부끄럽). 이번에야말로 큰 스크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휴가 내고 갔더니 계속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집중에 실패했다는 슬픈 엔딩으로 끝난 우리.
뭐 띄엄띄엄 보긴 했지만, 어쨌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의 장대한 그 서막, 배트맨 비긴즈. 말이 필요없다. 말 그대로 배트맨의 시작을 다루는 이 작품은 Hero는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특히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 그는 어린 시절 눈 앞에서 부모님이 죽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고담시의 범죄를 막고자 어두운 밤에 박쥐가면을 쓰고 망토를 흩날리던 미스테리한 남자. 여기에 그가 왜 가면을 쓸 수 밖에 없는지, 그의 내면의 고민과 갈등, 나름대로는 고뇌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노력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고,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얹어 ‘왜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었는가’에 대해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개인적인 서사에 힘을 실어준다. 마치 사춘기 소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기엔 삶이 너무 빡셌지만. 이로부터 5년 뒤에 아이언맨이 등장했으니, 제법 재미있는 전개이다.

브루스 웨인은 부모님의 죽음이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죄의식에 사로 잡혀 세상을 향한 방향 모를 분노를 쏟아내고, 그의 두려움은 박쥐로 형상화하여 표현된다. 스스로를 깍아내며 여전히 갈피를 못잡던 그는 듀카드를 만나고 그에게서 영웅이 되는 방법을 익히지만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낸다. 가면을 쓴 이 영웅은 본격적으로 거대하고 막강한 적을 만나게 되고 이를 극복하며 온전한 영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크나이트에서 일생일대의 어마무시한 적을 만나게 되지.
그의 끝나지 않는 고뇌에는 고담 시민들의 불황으로 인한 불행(시장님도 아닌데 시 걱정), 아버지인 토마스가 죽고 난 후 생전에 그가 바랬던 대로 나아가지 않는 웨인 엔터프라이즈(경영하라고 맡겼더니 홀라당 까쳐먹으려고 하질 않나), 고담을 좌지우지하는 갱단의 두목 팔코니도 잡아야 하고, 팔코니의 갱단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담의 검사보이자 오랜 친구인 레이첼은 막나가는 재벌 2세인 척하는 브루스의 행동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니 오해도 풀어야하고(브루스의 첫사랑 사수궐기). 브루스를 왜 이렇게 못살게 구냐. 그냥 좀 고강도의 훈련을 받은 인간일 뿐인 우리 박쥐맨은 가면 쓰고 나갔다가 멍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안쓰럽다 안쓰러워. 그러고 보니 유난히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이전의 배트맨들보다 안쓰럽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레이첼은 케이티 홈즈보다는 다크 나이트의 매기 질렌할이 더 좋았다. 아니, 근데 이거 찾으면서 알았는데 제이크랑 매기랑 남매구나... 개인적인 취향인데, 케이티 홈즈의 쨍쨍거리는 목소리가 너무 집중을 깼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래 이렇게 쨍쨍거렸나, 아니면 저때 케이티 홈즈도 어려서 목소리가 저렇게 방방 뛰나 싶었는데, 어쨌든 예쁘긴 예쁘더라. 이제 막 검사보가 되어서 고담시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신입의 어떤 열정 같은 게 잘 보이는 페이스였다. 그에 비해 다크 나이트에서는 좀 더 성숙하고, 여유로운 느낌의 매기가 더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투 페이스와의 케미도.
그동안은 내게 사실상 다크나이트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여겨지는 영화였다. 배트맨이 되어야 다크 나이트가 되지. 비긴즈가 없었다면 과연 어둠의 기사가 나올 수 있었을리가. 그가 배트맨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보아야 다크 나이트로 추락하는, 혹은 다크 나이트로 숨어버리는 그 상황이 더욱 희생적이고 애석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만 봤을 때는 고담시의 평화를 위해 스스로 악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배트맨의 선택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배트맨 비긴즈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사람을 믿는 그에 변하지 않는 선함의 깊이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6월 24일에는 배트맨 비긴즈 재개봉, 7월 1일에는 다크나이트 재개봉, 7월 8일에는 다크나이트 라이즈 재개봉. 이렇게 일주일 간격으로 세 편이 모두 개봉한다. 이 중에서 영화관에서 봤던 건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유일해서, 다음주에는 영원불멸의 조커, 히스 레저를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해 조심히 출동해본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 늘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좌석은 언제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이렇게 진중하고 잘 만들어진 캐릭터였는데, 저스티스 리그로 가면서 어째 매력이 온데간데 없어. 물론 그 배트맨이 이 배트맨은 아니긴 하지만, 우주의 그 어떤 외계인이나 지구 어딘가의 초능력자들보다 인간이 제일 강하고 동시에 인간이 제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바닥까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던 배트맨 시리즈는 두고 두고 다시 보아도 참으로 명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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