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20.02.12
국가 미국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35분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조 마치), 엠마 왓슨(메그 마치), 플로렌스 퓨(에이미 마치), 엘리자 스캔런(베스 마치), 티모시 샬라메)로리 로렌스), 메릴 스트립(대고모), 로라 던(마미), 밥 어덴커크(미스터 마치), 루이 가렐(프리드리히), 제임스 노턴(존 브룩) 등
│줄거리
Dear Women
그해 겨울, 사랑스러운 자매들을 만났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 이웃집 소년 로리는 네 자매를 우연히 알게되고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자매들과 인연을 쌓아간다.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에겐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되는데...

│후기
어렸을 때 고전을 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요즘이다. 이렇게 고리타분하면서도 답답한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가치관, 시대의 가치관) 생각들을 체득하지 않을 수 있어서. 시대상을 생각해봐야한다고 자각해보지만 그래도 재미가 없는 걸. 그렇지만 이렇게 머리가 커진 후 읽는 고전은 다른 재미다. 내가 받아들일 것, 쳐낼 것이 무엇인지 한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마치 책을 찢고 나온 배우들과 아름다운 배경과 연출, 그리고 현대식으로 해석된 대사들로 고전의 낡은 미학이 많이 사라진다. 그래서 좋다 영화가.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제시하는 영화가. 결코 짧지 않은 13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와 7년전을 교차하는 연출은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며 스토리 전개에 시의적절하게 배치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조 마치라면 나는 단연코 엠마 왓슨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그녀가 첫째인 메그 역할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내심 놀랬다. 물론 시얼샤 로넌도 너무 잘 어울린다. 어디서 그랬는데, 시얼샤는 정말 시대극에 잘 어울린다고. 전작인 메리 스코틀랜드에서의 그녀의 연기에 상당히 만족했던지라 시얼샤의 조도 당연히 기대되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똑순이 이미지인 엠마가 바로 조를 연기해야한다고 생각했었나보다. 영화가 워낙 조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메그의 비중이 다소 아쉬웠지만, 마치 조가 락스타와 같은 느낌이라면 대부분의 여성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현모양처의 삶(나름의 꿈이 있었지만 사랑과 가족을 위해 눌러담고 살았을)을 살았던 메그 역시 누군가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으리라. 차분하고, 아름답고, 가끔은 허영심이 있지만 그리고 삶의 내내 쫓아오는 가난이 너무나 지긋지긋하지만 사랑과 가족을 선택했던 책임감 있는 첫째 메그. 러블리한 엠마 왓슨이 연기하니 캐릭터의 매력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왔다.
어렸을때 만화로 읽었던 작은 아씨들은 전쟁에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오면서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로 끝났다. 여기까지가 1부였는데, 어렸을땐 1, 2부로 나뉜 줄 몰랐지. 그렇지만 사실 이 뒷 이야기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홍역에 걸려 죽다 살아난 셋째 베스는 결국 그것이 원인이 되어 후에 사망하게 되고, 둘째 조와 썸 타던 옆집 남자친구는 엄하게 막내와 결혼하게 되고(부잣집에 시집가겠다던 에이미는 결국 소원 성취), 예쁘고 착했던 첫째 메그는 가난한 가정교사와 결혼해서 가난에 계속 고생하고. 1부는 단란한 가족의 네 자매가 시끌벅쩍하게 살아가는 동화였다면 2부는 갑자기 리얼리티와 약간의 막장 요소가 스며들어 각기 다른 여성들이 겪게 되는 현실 아니었을까. 동화는 동화일뿐.
어렸을 적 만화의 에이미는 그렇게 얄미워보일 수가 없었는데, 이젠 나도 나이가 든 건지 에이미가 얄미워보이지 않았다. 그저 에이미 역시 자신의 꿈을 쫒으며 그냥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 고모와 함께 유럽을 여행가거나 조의 썸남 로리와 결혼한 것이 그저 조의 자리를 뺏은 게 아니라, 에이미도 사실 조만큼이나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고 싶었고, 늘 뒷전에 밀려났지만 에이미도 로리를 좋아했었던 거라고. 삶의 주연이 아니라 조연 취급당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슬픈데. 늘 빛나고 눈에 띄는 조에게 밀려나 조금은 열등감을 가졌을 수도 있는 에이미에게도 먼저 빛 볼날이 있어야지. 물론 홧김에 조의 소설을 불태워버린 건 정말 크게 혼이 나야할 얄미운 짓이지만. 그러다보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이 있다고.

그래서 네 자매의 모습을 보면, 물론 이 4명으로 여성의 삶을 나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여성의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면들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인습에 갖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선택하는 여성, 사랑과 결혼이 더 우선이었던 여성, 늘 누군가의 뒤로 밀려 슬프지만 조연처럼 보였던 여성 혹은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은채 정말 조용히 살았던 여성 등등등. 그런 모습들이 이 네 자매에게 비춰졌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이제는 30대 초반에 들어선 나는 이 4명 중 누구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갖고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나는 정말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온 것인가 의문이 들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던 간에, 나의 생을 결정할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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