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07.08.15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국가 미국
러닝타임 157분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이크 질렌할(로버트 그레이스미스), 마크 러팔로(데이빗 토스키), 로버트 다우니주니어(폴 에이브리), 안소니 에드워즈(윌리엄 암스트롱), 브라이언 콕스(멜빈 벨라이), 찰스 플레셔(밥 본), 존 캐럴 린치(아서 리 엘렌), 엘리어스 코티스(잭 뮬라네스), 클로에 세비니(멜라니)
| 줄거리
나는 조디악 킬러다, 너희들은 나를 잡지 못한다...
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즈 헤럴드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1968년 12월 20일 허만 호숫가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 4일 블루 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난사 당해 연인 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가 편지에 적힌 단서들은 사건을 조사한 사람 혹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신문사의 업무는 일대 마비가 된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이후 언론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던지며 경찰을 조롱하는 살인범은 처음이기 때문. 범인은 함께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스어,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 등 온갖 암호로 뒤범벅된 이 암호문을 풀기 위해 CIA와 FBI, NIA, 해군정보부, 국가안전보장국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지만 풀리지 않았다. 신문에 게재된 이후 어느 고등학교의 교사 부부가 암호를 풀어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가 1932년에 만들어진 영화 <가장 위험한 게임(The Most Dangerous Game)>을 참조해 살인의 숨겨진 동기를 해독하게 된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별명을 ‘조디악’이라고 밝히자 그를 ‘조디악 킬러’라고 명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조디악 킬러의 편지와 협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969년 9월 27일 나파 카운티에서 젊은 연인이 두건을 쓰고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나타난 조디악 킬러에게 습격 당해 여자는 칼에 찔려 살해되고 남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달 후인 10월 11일, 프레시디오 하이츠 부근에서 택시운전사가 총에 맞아 사망하고 3일 후 조디악은 이 역시 자신의 짓이라며 택시운전사의 셔츠조각과 함께 다섯 번 째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그 편지는 이제껏 보낸 어떤 편지보다도 끔찍하고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건 당일 경찰이 자신을 검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음에는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기다렸다가 죽이겠다는 것.
샌프란시스코는 말 그대로 공포에 싸인 도시로 변한다. 사건은 커져만 가고, 그레이스미스와 크로니클의 간판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경위 데이빗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 경위(안소니 에드워즈)는 수사를 진행할수록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언제 살인을 할 것인지에 대해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앞으로 저지를 살인은 단순강도나 우발적인 살해, 사고 등으로 보일 것이다. 너희들은 날 잡지 못한다. 난 너희보다 영리하니까…”
-1969년 11월 9일, 조디악 킬러의 일곱 번째 편지-
하지만 조디악은 추적 망을 피해 더 많은 협박을 담은 편지를 통해 조롱을 퍼부으면서 언제나 한 발 앞서 있었다. 그리고 범인이 보낸 편지들은 그레이스미스, 에이브리, 토스키, 암스트롱, 네 명의 인생을 뒤집어 놓는다. 집요하게 조디악 킬러를 쫓던 그레이스미스의 결혼생활은 엉망이 되고 토스키는 자작극의 루머까지 뒤집어 쓰며 불명예를 당한다. 암스트롱은 좌절한 채 수사를 포기하고 에이브리는 약물중독으로 폐인이 되어 신문사를 떠났다. 조디악은 더 이상 공격 대상을 밝히지 않았다. 모방범죄가 전국에서 속출했고 유력 용의자는 거리를 활보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디악의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스미스는 범인의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 후기



"This is Zodiac speaking..."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감독이 데이빗 핀처였다는 것이다. 그의 데뷔작이자 흥행작(한국 한정?)인 에일리언 3와 세븐을 안 봤던 나에게 데이빗 핀처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파이트클럽’이었다.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 그리고 정말 찬란하게 빛나던 브래드 피트의 미모까지. 영화 ‘세븐’도 보진 않았지만 잘생긴 브래드피트 이미지는 여러번 접했다. 특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서. 이 영화도 나중에서야 그 감독이 그 감독이었어? 라며 혼자 놀랬지.
'파이트클럽'의, 그런 감각적인 작품의 데이빗 핀처라고...? 한 사람의 감독이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할 수도 있구나 싶다. '조디악'은 시간 순서대로 충실하게 사건을 나열하고 그 안에서 폴이나 로버트, 데이빗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어찌보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의 영화. 극적인 연출을 강조하다가 점점 내러티브를 중요시하는 변화가 느껴진달까.



우리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출연 분량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디악 범인을 쫓는 기자가 끝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직장도 그만두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을 잘 표현해주었고(역시 로다주!), 그럼 실질적인 주인공은 제이크 질렌할인가 싶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 뚜렷한 비중이 보이지 않아서 도대체 무슨 역할인가 싶었다. 오히려 헐크 선생님 마크 러팔로가 형사역할을 맡아 끝까지 조디악을 쫓았으나, 그가 범인을 잡기 위해 가짜 조디악의 편지를 신문사에 보냈다는 모함을 받게 되자 그 이후부터는 제이크 질렌할의 원탑무비였다. 영화의 긴장감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영화 후반의 짧은 시간동안 일상생활을 뒤로 미뤄두고 조디악을 쫓아다니는 그레이스미스에.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였지만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았던 것이 오프닝으로 벌레이오의 사건을 배치하고, 에필로그로 벌레이오의 생존자인 마이크에게 용의자를 지목하게 하는 배치가 제법 흥미로웠다. 오프닝과 엔딩의 연결이 일관성이 있는데, 그 가운데의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발생한 이 연쇄살인은 각 지역마다 제각기 범인을 쫓느라 모든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여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퍼즐을 푸는 것은 경찰도 기자도 아닌 바로 신문사의 삽화가 그레이스미스였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고.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해서 보는 나까지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증거와 수사권의 굴레에 갖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답답함의 종국에 미제사건의 범인이 결국 잡힐 때의 그 속시원함이 이 영화의 재미였었다. 그러나 진범으로 추정되는 이는 이미 죽어버렸고, 잡아다가 벌을 내리지 못했다는 현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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