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2005.02.03
장르 미스터리, 코미디
국가 한국
러닝타임 102분
배급 MKB, MK픽처스
관객수 89만명
감독 임상수
출연 한석규(주 과장), 백윤식(김 부장), 송재호(대통령 각하), 김응수(김부장의 수행비서, 민 대령), 조상건(만찬장 집사, 심상효), 권병길(양 비서실장), 정원중(차 경호실장), 조은지(여대생 조씨), 김윤아(만찬장 초청 손님/프롤로그 나레이션), 정종준(참모총장), 이재구(주과장의 부하, 권영조), 김상호(주과장의 부하, 장원태), 김성욱(주과장의 운전기사, 원상욱), 김태한(주과장의 부하, 송준형), 윤여정(철없는 엄마/에필로그 나레이션)
줄거리
헬기에 자리 없다고 대통령과의 행사에 함께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중앙정보부 김부장은 주치의로부터 건강이 아 좋으니 잠시 쉬라는 권유를 받는다. 집무실에서 부황을 뜨던 중 대통령의 만찬 소식을 전해 들은 김부장, 잠시 생각에 잠기지만 이내 수행 비서 민대령과 함께 궁정동으로 향한다. 만찬은 시작되고, 오늘따라 더 심한 경호실장의 안하무인스런 태도에 비위가 상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는 슬며시 방을 나와 오른팔 주과장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대통령 살해계획을 알린다.
김부장의 오른팔 주과장. 오늘도 여러가지 골치 아픈 일들을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이런 일들이 이제 지긋지긋하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만찬 소식에 투덜거리지만 뭐 별 수 있으랴. 함께 할 손님들을 섭외하여 만찬장에 도착한다. 잠시 후, 자신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오늘 내가 해치운다”며 지원하란 김부장의 명령에 잠시 머뭇거리던 주과장, 별 뽀족한 수도 없는 듯 명령에 따르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긴다. 경비실로 들어온 주과장은 부하 네 명에게 작전을 명령하고 무장시킨다.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충직한 부하 영조와 순박한 준형,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끌려나온 경비원 원태, 그리고 해병대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지목된 운전수 상욱까지. 영문도 모른채 주과장의 명령에 따라 각자 위치에서 대기중인 부하들. 침을 꼴깍이며 잔뜩 긴장한 채로 김부장의 총소리를 기다리는데....
후기 REVIEW
- 곧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하는데다 요즘 한석규 배우 필모깨기가 한참이라 시기가 딱 맞아들어 2005년 개봉작 그때 그 사람들을 봤다. 가끔 TV에 나오면 꼭 봤던 장면만 봐서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개봉당시 저는 미성년자이기도 했구요. 물론 15세 관람가로 등급은 매겨져있는데.... 보니까 안되겠던데... 그때 대체 뭘 보고 15세로 한거야. 청불각이구만.

- 1979년 10월 26일, 그때 그 사건이 일어났던 그 장소에 있었던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15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니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영화의 감성이랄까 색감에서 그런게 느껴진다. 기술의 차이때문일까. 조금 낯설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주과장이 남산에서 잡혀들어온 사람들 고문하는 것을 둘러보는 장면과 상황이 일단락된 후 궁정당에서 죽은 사람들을 둘러보는 장면은 롱테이크샷으로 촬영되었는데 마치 나도 함께 주과장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 같은 연출이었다. 어떤 감정을 얹지도 덜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기만 하는 것 같아 객관적인 시선 혹은 관찰자의 시선 그런 느낌도 들고.
- 블랙코미디를 지향하는 이 영화는 가끔 인물들의 표정이 과장되거나 작위적으로 보이기하면서도 굉장히 풍자적이다. 육군 참모총장이 왔는데 얼굴을 몰라서 아 들여보내주는 군인들이라든가. (근데 군인이 홍록기) 제일 풍자적이었던 장면은 각하의 죽음 뒤 당시의 머저리들이 모여 헛소리를 심각하며 정성스레 하는 모습. 머저리들이 모여 머저리같은 소리를 하는데 자기가 머저리인지 모르고 잘난척들을 해대니 이것 참. 그리고 보통 VIP로 표현되는 사람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우스웠다.
- 그 날의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영화 안에서 김 부장은 안하무인인 경호실장과 그에게 동조하는 대통령에게 심사가 뒤틀려 암살을 계획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가 ‘왜’ 그를 죽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 김부장과 각하는 물론, 함께 죽임을 당한 경호실장과 그 광경을 목격했던 여성들, 비서실장뿐 아니라, 총성이 울린 후 재빠르게 경호원들을 해치운 주과장과 그의 부하들까지. 관련된 사람들이 그 하루에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혹은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중심인 이야기. 주과장은 경호원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해병대 동기이기도 하고 와이프들끼리도 친했던 친구를 제 손으로 죽이기까지 한다. 까라면 까야하니 주과장이고 민대령이고 그냥 시키는대로 따르기는 하는데, 사실 걱정은 태산 같아서 거사(?)를 치르기 전 와이프에게 기도 좀 하라며, 오늘 기도빨 받아야한다는 주과장의 대사는 현실감이 들면서도 조금 우습기도 했다. 결국 엔딩에서 가족들이 울며 기도하는 손을 꼭 잡고 총구를 제 머리에 겨눴다가 뗐다가 겨눴다가 뗐다가 하는 장면까지 이어지는데. 새삼 주과장 저 놈이 뭐 특별하고 특출난 놈이어서 그랬겠나,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죄, 운이 더럽게 없었던 게 죄지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었다.


- 흐름을 꽉 잡고 있다며 자신만만해하던 김 부장은 어이없게 끌려가며 26일의 사건은 마무리된다. 민대령이고 주과장이고 부하들까지 모두 잡혀들어가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아 죽고. 그때 그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윤여정 배우의 나레이션을 통해 들려지고 영화가 끝난다. 영화가 뒤로 가면 갑자기 급하게 다 끝내버리는 느낌인데 정말 26일 하루에 대한 이야기만 담아내느라 그런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그날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표현이지도 않을까 싶다. 뭐 어쨌든 진실은 알 수 없으니까요.
- 극 중 만찬장의 손님으로 기타를 연주하며 엔까를 부르던 여자.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죠? 당시 자우림의 김윤아가 연기했다는게 상당히 이슈였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함께 깔리는 노래가 너무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자우림 5집 수록곡 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였다. 이거 진짜 좋은 곡인데, 벌써 나온지 15년이 넘었구나. 무려 생기발랄한 하하하쏭 앨범에 같이 들어있는 노래다. 을씨년스러운 느낌의 노래가 각하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대중의 모습에 깔리며 어찌나 아이러니한지. 뭐가 그리 슬프다고 우는지.
- 이 영화와 연계해서 백윤식 배우가 김 부장으로 나와 뮤직비디오까지 찍었다. 노래 제목은 ‘Truth’. 걸신들린 것마냥 식욕에 미쳐가는 만찬장의 사람들과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김 부장, 그리고 그 가운데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래를 부르는 자우림까지. 꽤 재밌다.
- 요즘 한석규 배우 필모깨기 중인데, 사실 이만한 배우의 필모라면 내가 관심없이도 본 게 이미 꽤 여러개라 다시 봐야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러던 중에 이 영화는 정말 거의 처음보는 거나 다름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신선했다. 왜? 석규 배우가 너무 잘생겼어..... 너무 잘생기고 젊고 머리도 밤톨같은게 자꾸 주구장창 껌만 씹어대서(도치광인가?) 귀여운데 이미 영화 찍을 당시 그의 나이가 만으로 40세. 전혀 귀여울 나이가 아니시다.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걸까, 저것이 한국 남자 40세의 얼굴과 몸이 과연 맞는걸까. 왠지 지금이라도 촌스럽지 않을정도로 상체에 딱 맞춘 수트에 몸선이 굉장히 멋있다니까. 시대를 앞서가는 슬랜더인가. 심지어 피 묻은 옷을 갈아입느라 잠깐 탈의장면이 나와서 나도 함께 멈췄잖아. 와. 정말. 대박. 워후. 지금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렸을때 봤으면 그냥 쓰루했을텐데 너무 좋네요 진짜.



'감상문 > 극장 1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18) (0) | 2020.01.26 |
---|---|
은행나무 침대 (The Gingko Bed, 1996) (0) | 2020.01.15 |
우상 (Idol, 2018) (0) | 2020.01.12 |
닥터 두리틀 (Dolittle, 2020) (0) | 2020.01.10 |
사바하 (SVAHA :THE SIXTH FINGER, 2019) (0) | 2020.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