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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은행나무 침대 (The Gingko Bed,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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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996.02.17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88분

감독 강제규
출연 한석규(수현/종문), 심혜진(선영), 진희경(미단), 신현준(황장군)

줄거리

석판화가이자 대학 강사인 수현과 외과의사인 선영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의 일상은 안정돼 보이고 평범했지만 우연히 노천시장에서 은행나무 침대를 만나면서 혼란에 빠져든다. 그에게는 자신도 알지 못한 전생의 사랑이 존재한 것이다. 천년전, 가야금을 연주하는 궁중 악사 종문은 공주 미단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미단 공주는 이미 당대 최고의 무관인 황장군과 결혼하기로 되어있다. 종문과 미단의 관계를 눈치 챈 황장군은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혀 단칼에 종문의 목을 베어버린다. 망연자실한 미단은 종문의 뒤를 따른다. 몇백년 뒤 종문과 미단은 두 그루의 은행나무로 환생하는데...

 

후기 REVIEW

- 정말 거의 20여년만에, 혹은 그 이상으로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그때는 장면마다 감동하며 봤는데 이제 보니 CG가 참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당시 기술로는 나름 최고의 CG 기술이었는데, 지금보면 앞뒤로 배우의 동선이나 화면 톤이 맞지 않는 게 너무 잘보여서 조금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는 최고였다니까...

- 90년대말 감성. 1999년 인류멸망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도 그렇고, 전생이니 환생 그런 것도 사람들의 관심사였고, 천녀유혼 같은 귀신 소재의 영화들이 인기가 있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은행나무 침대뿐 아니라 귀천무? 김희선 배우가 귀신으로 나왔던 이런 영화도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정말 센세이션했다니까. 심지어 천년의 기다림과 사랑이었잖아.

- 개인적으로는 지금 생각해도 꽤 흥미로운 스토리다. 비극적으로 끝난 미단과 종문은 심지어 은행나무로 환생하여 서로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매로 환생한 황장군이 또 종문의 나무를 죽이는 바람에 홀로 남은 미단의 나무는 침대가 되어 170년을 기다렸다. 새삼 미단 캐릭터가 대단한게 천년의 사랑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데 홀로 170년을 종문을 기다리며 버틴 것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끝내 환생한 종문을 위해 그 오랜 기다림을 포기하는 것까지도. 선영이 침대에 불을 지르고, 황장군은 미단에게 침대에서 어서 나오라 하지만 미단은 미동조차 없다. 이대로 침대와 함께 영원히 사라질 생각인 것이지. 짧은 러닝타임에 천년의 서사를 담으려니 생략된게 많아서 그렇지, 사실 이 미단이란 캐릭터의 서사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 미단뿐 아니라 선영 역시 대단하다. 새삼 여성 캐릭터가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외과의사인 선영은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로,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의사가 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미단에 의해 수술했던 환자가 죽다 살아나는 바람에 돌팔이 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자격정지까지 당하는데,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다. 자신을 믿지못하고 깔보기까지 하는 원장에게 사람이 죽었다 살아나는 과정을 보여주려다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 자신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 사람이다. 영화 초반에도 선영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눈에 띄는 점이 있는데, 그녀는 수현을 사랑하지만 결혼제도 자체는 거부한다. 요즘에서야 비혼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더 고리타분했을 90년대말에 이런 개념을 가진 능력있는 여성이라니. 어렸을때야 하얗게 눈을 죄다 맞고 있는 황장군이 이미지적으로 강하게 인상에 남았지만, 지금에서야 보니 여성캐릭터들이 황장군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 요즘같으면 2시간이 훨씬 넘는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에, 90분에 이 스토리를 다 실으려니 뭉텅뭉텅 잘리고 생략된 것들이 많다. 덕분에 빈공간들은 빨리 캐치를 해서 내가 채워넣어야 한다. 지금이라면 친절하게 죄다 찍어서 넣어주겠지. 수현에게 그의 전생과 미단의 이야기를 모두 알려주신 악사의 등장도 좀 갑툭이고. 이제와보면 황장군이 굳이 천년씩이나 한 여자에게 매달리는 이유도 좀 서사가 부족하다. 여튼저튼간에 20년 전 작품이니 지금에서 아쉬운 점이 어디 한두가지겠냐만은, 아직도 먹힐만한 소재일 것 같아 리메이크가 되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생긴다. 천년의 사랑이라든가, 생을 뛰어넘는 기다림과 끝내 이별. 이런거 아직 먹힌다. 델루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물로 작품을 아주 잘 만들어야한다는 필수조건이 필요하고.

- 결국 한석규 배우 때문에 다시 본건데, 이게 왠일 연기를 참 잘한다. 저 잘려나간 스토리 가운데서 정말 감정선이 제대로다. 갑자기 미단을 그리워하고, 갑자기 미단에게 애정을 쏟으며 가지말라고 하는데, 앞뒤 상황이 잘 이어지지 않아 왜저래 싶으면서도 쓸데없이 연기를 잘해 개연성이 생긴다. 연기만 놓고보면 지금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 가져다 써도 손색이 없다. 대단하네. 그는 대체 언제쯤에 연기를 못했을까. 연기를 못했던 시절이라는게 존재는 했나.

- 사실 이 영화는 내게 OST로 기억되는 영화다. 워낙 어릴때라 영화 자체는 한 두번 밖에 못봤지만, 그 이후로도 몇번이나 음악을 찾아 들었다. 10대, 20대, 30대가 된 지금까지도. 특히 종문이 연주하는 가야금 소리, 이 영화의 오프닝이기도 한 이 가야금 연주곡이 최고다. 이 영화를 상징하는, 영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OST만 들려도 가슴이 저릿해지는 그런 느낌. 어쩌면 음악이 내 기억 속의 이 영화를 많이 미화시켰던 것 같다.

- 단적비연수를 아는가. 2000년에 개봉된 강제규 감독의 영화인데, 은행나무 침대와 이어지는 세계관의 영화다. 검색해보면 무려 은행나무 침대2로 나온다. 96년의 은행나무 침대는 당시에 꽤 성공한 작품 중 하나였다. 그러니 2를 굳이 만들었지. 하지만 2는.... 내가 2도 봤는데(왜그랬어 과거의 나)... 아스달연대기가 생각날 것 같은 배경에 인물들이 복잡하다. 저 단적비연수라는게 각각 단, 적, 비, 연, 수라는 5명의 인물들의 이름이기도 한데 그당시에도 정말 잘나가는 최고의 배우들을 데려다가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지금도 사실 나는 이해가 안된다) 어려운 스토리에.... 여튼 은행나무 침대보다도 단적비연수가 더 괴랄맞은 전설의 작품이 되어버렸다. 스토리야 어쨌든 지금은 그리운 사람들이 나왔던 작품이기도 하고.. 여튼간의 은행나무 침대 그 이전의 이야기다. 종문과 미단이 대충 신라시대 말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단적비연수는 그보다 훨씬 전인 고조선시대나 부족국가 정도 아니었을까 싶은. 굳이 이어보자면 그때 나는 단이 종문에 이어지고, 비가 미단, 적이 황장군에 이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시나리오를 보며 곱씹어보니 아닌 것도 같다... 그냥 이도저도 아니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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