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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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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0.01.22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14분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김규평), 이성민(박통), 곽도원(박용각), 이희준(곽상천), 김소진(데보라심), 서현우(전두혁), 지현준(함대용), 박성근(강창수)

 

 

줄거리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흔들린 충성, 그 날의 총성

 

 

후기 REVIEW

 

한줄후기 : 그때 육군이 아니라 남산으로 갔다면, 어떤 괴물이 나왔을까?

 

때가 어느때인데 또 그때 얘기를 꺼내는가 싶었는데, 역시 현대사에 다시 없을 사건이라 그런지 다시 봐도 흥미롭다. 커뮤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은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불호보다는 호에 가깝다. 같은 소재의 블랙코미디 영화 '그때 그사람들'을 본 지 얼마 안되서 아직 사건 구성이 머리에 잘 남아있는터라 재밌게 봤다. 어떤 영화를 먼저 보든 남사의 부장들과 그때 그 사람들을 같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영화의 스타일은 물론,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포인트가 다르므로.

 

그때 그사람들 리뷰 : https://alongwayaround.tistory.com/199

 

그때 그 사람들이 그날 있었던 사건 자체와 그날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상황 자체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면(더불어 양념처럼 뿌려진 풍자는 플러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왜'에 집중한다. 특히 왜 김규평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포스터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김규평의 이야기다. 다른 주요 인물들이 얼핏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특히 박통은 김규평의 반대편에 서서 뒷모습만 보여준다. 인물이 인물인지라, 뒷모습만 보여주는 설정이 재밌다) 오로지 김규평의 얼굴만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포스터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영화는 김규평의 입장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김규평은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진 애를 쓴다. 익히 알고 있듯 경호실장과의 마찰과 갈등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축이고, 김규평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제일 결정적인 역학을 하는 것은 박통. 자신의 수하를 쓰고 버리는 말처럼 여기는 박통은 기어코 충실한 부하였던 김규평 역시 쓰고 버리려는 찰나에 이를 알아챈 그가 먼저 선수를 친 것이랄까.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사건 당일로부터 40일전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화에 기초했지만, 완전히 팩트는 아닌 이 영화는 실존 인물들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들을 쓴다. 그들이 하는 행동, 말투는 모두 실제 인물들과 비슷한데 말이다. 마치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지만, 마치 난 보긴 봤는데 일부러 본 건 아니야 하는 변명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달까.

 

 

김규평은 왜 총을 쐈는가는 1977년 6월에 열린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 1979년으로 설정했다. 좀 더 자극적이다. 프레이저 청문회는 이른바 '코리아게이트', 한국 정보가 로비스트 박동선(영화에서는 데보라심_을 톻해 미국 관료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폭로해서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박통의 오른팔이었으나 유신 이후 토사구팽 당해 미국으로 망명한 전 중앙전보부장 김형욱(영화에서는 박용각)이 청문회에서 정권의 비리를 폭로했다고 한다. 때문에 그를 이어 중앙정보부장이 된 김재규(영화에서는 김규평)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김형욱을 귀국시키는 일이었다고 하는데, 김규평에게 박용각은 크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였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영화 제목이다. 남산의 부장이 아닌 남산의 부장'들'이다. 남산은 중앙정보부를 가리키는 것이고, 그렇다면 즉 영화는 김규평뿐 아니라 전 중정부장 박용각 역시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통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책을 준비중이던 박용각은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의 권력다툼 끝에 결국 김규평이 보낸 요원의 손에 죽게된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박용각을 죽인 이들은 그의 시체를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리는 설정이다. 박용각의 실존인물, 김형욱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여러 썰이 있다고 한다. 우리 마나님 말씀을 빌리자면, 그때 땅에 묻어버렸다는 말도 있고, 진짜로 닭모이 분쇄기에 넣어버렸다는 말도 있었다더라. 감독은 분쇄기설을 선택했다. 썰을 진짜인 것처럼 보여줬을 뿐인데 우리 마나님은 "그래 역시 갈아버렸구나!" 하셔서 영화의 폐해(?)를 새삼 실감했다.

 

 

박용각을 처리하여 경호실장과의 힘겨루기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경호실장에게 쏠린 박통의 신임을 다시 얻고자 했지만, 박통에게 김규평은 이미 다 쓴 장기말이었다. 결국 박통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박통이 언제 자신을 쳐내버릴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자신이 차기 집권자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김규평으로 하여금 총을 꺼내게 하였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참 기가 막히지 않는가. 일부러 육군 참모총장까지 안가에 불러다놓는 치밀함까지 보였지만, 모든 일을 끝내고 김규평은 끝내 남산이 아닌 육군으로 향한다. 그때 참모총장 말을 듣지 않고 남산으로 갔다면? 제 수족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을 남산으로 갔다면? 남산의 부장은 이제 부장이 아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과연 그것이 덜한 놈이었을지 더한 놈이었을지는 알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결코 덜하지 않은, 만만치 않은 놈이 등장해버렸지만.

 

역사는 그런게 재밌는 것 같다. 그때 그 사람이 그러지 않았다면, 혹은 죽지 않았다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상상력. 그때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하지 않았다면? 그때 광해군이 물러나지 않고 왕을 계속 했더라면? 정조가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더라면?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그때 무장독립운동이 성공했더라면? 우리 스스로 자주독립을 할 수 있었더라면? 등등등. 그러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그 사람이 남산으로 갔더라면.

 

다른 걸 다 떠나서, 배우들이 참 연기를 잘한다. 이병헌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이성민 배우는 분장부터 말투까지 자꾸만 실존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리송할 지경. 이희준 배우는 일부러 살도 찌운건지 몸집이 유난히 거대하고, 걸음걸이도 이상하다. 다들 재능낭비에 출중하여 꽤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었다.

 

영화는 박통이 몰래 숨겨놨던 그의 개인자금의 향방에 대해서도 암시한다. 영화의 마지막, 보안사령관 '전두혁'이 어두운 박통의 집무실에 들어와 박통의 금고를 열고 그 안에 있던 돈을 가져간다. 이 장면으로 인해 우리 마나님은 또 한말씀하셨다. "저 놈의 새끼, 역시 저게 다 가져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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