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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조커 (Jok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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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9.10.02

장르 스릴러, 드라마

국가 미국

러닝타임 123분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아서 플랙/조커), 재지 비츠(소피 두몬드), 로버트 드 니로(머레이 프랭클린), 프란시스 콘로이(페니 플렉), 브래트 컬렌(토마스 웨인)

 

 

줄거리

 

“내 인생이 비극인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
하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맨 정신으로는 그가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후기 REVIEW

 

한줄 요약 : 그가 나쁜게 아니라, 세상이 나쁜 거다.

두줄 요약 : 그런데 이게 모두 그의 망상은 아닐까.

 

 

DC코믹스에서 꽤 오래된 빌런인 조커에 대한 기원은 아무도 모른다. 코믹스에서 조커가 누구인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이 미스테리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빌런의 시작을 다룬 영화.

 

 

 

 

악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용두사미조차 아까울 지경으로 꼬리가 남아있기는 한건지 의심스러운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떠올랐기 때문에. 사실 DC는 히어로도 좋지만, 빌런들이 참 매력적이야. 이건 나뿐 아니라, 2008년 개봉된 다크나이트를 본 사람들이라면 다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히스레저의 조커는 그야말로 전설이다. 이번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도 좋았지만, 역시 히스레저는 내 머리 속에 너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 온통 새카만 진정한 악 중의 악, 흑 중의 흑을. 조커를 보고 나왔더니 다크나이트가 땡겨서 다시 본 건 나뿐만이 아닐 듯.

 

어쨌든 내 걱정은 기우였고, 이 영화는 조커란 누구였을까, 그는 왜 조커가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그럴듯한 답을 준다. 아동학대를 일삼고 망상에 시달린 병든 노모를 모시며 웃음을 참지못하는 정신병과 우울증을 앓으며 퍽퍽한 직장생활에 초라한 삶을 살아가며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이 있지만 재능도 실력도 없는 아서에게는 계속 절망뿐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와 그 사고로 인해 겉잡을 수 없이 분노에 불타오르는 대중들 속에서 아서는 살아오며 받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잠깐의 행복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는지, 믿어왔던 자신의 삶의 실체를 알게 되고 그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끝내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온 기회, 그가 좋아하는 머레이 프랭클린의 쇼에 게스트로 섭외되며 그는 생애 마지막 연기를 준비한다. 그 마지막에서 그는 조커가 된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모든 사건들이 그에게 참 나빴다. 정말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정신병에 걸린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닌 것도 같다), 우울증은 확실한 것 같다. 당장 미쳐죽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로 그의 삶은 가난하고 또 피폐했다. 육체적인 것을 넘어서 정신적인 부분이 특히. 세상이 나빴다. 그에게 친구란 존재는 다 거짓이고, 사랑 역시 망상에 불과했다. 그뿐이랴. 가족마저도 그에게는 불행이었고, 어쩌면 그라는 존재 역시도. 어쩌면 그가 쏜 총은 세상을 향한 자신의 분노에 대한 표현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그저 꾸역꾸역 살아왔을뿐인데 세상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는 생각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괜히 씁슬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다소 스포가 포함되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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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이고(이른바, 아서의 망상), 결국 우리는 조커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영화를 보다 나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운 부분이 딱 3번 있었다. 처음은 영화 초반에 상담을 받던 중 잠시 스쳐지나간 정신병원에 갖힌 아서의 모습. 아서가 문에 머리를 스스로 쿵쿵쿵 박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차라리 정신병원에 있던 때가 낫다고 했는데 그가 정신병원에 갖힌 적이 있었다라는 뉘앙스를 풍긴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정말 갖힌게 맞았는지, 그런 어떻게 지금은 나와서 이렇게 사회활동을 하는 건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그리고 그의 정신병원 이력은 대사로만 처리해도 될 것인데 굳이 장면을 넣어 보여줬다. 잠시 기시감을 느꼈지만 워낙 영화 초반이라 금방 잊어버렸다.

 

그리고 영화 중후반, 토마스 웨인의 혼외자식인 줄 알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페니의 망상이었고, 심지어 아서는 페니의 친아들도 아니었다. 아서는 그녀가 입양한 아이. 결국 우리는 아서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부모에게 태어났는지, 아서라는 이름이 진짜 맞긴 한건지.

 

마지막, 모든 사건이 끝나고 아서는, 아니 조커는 정신병원 안에 있다. 상담사를 마주보고 담배를 피며 그는 갑자기 재미있는 얘기가 생각났다고 말한다. 상담사가 내용을 묻자 그는 웃으며 말해도 모른다고 했지. 도대체 이 장면이 왜 들어갔나 싶었다. 재밌는 얘기? 그게 뭘까. 그리고 영화의 엔딩은 발바닥에 피를 묻힌채 발랄하게(?)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하는 조커의 모습. 120여분의 러닝타임동안 보여줬던 사회의 때가 쩔대로 쩐 인간 아서의 뒷모습이라기엔 몹시도 가벼웠다. 그렇게 엔딩을 보고나서 한참 나중에서야 든 생각은 이게 다 정신병원에 갖힌 조커의 망상 혹은 거짓말 혹인 입털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한 후기도 보여서 더욱 확신을 가졌다.

 

조커 이 새ㄲ.... 2시간동안 날 속였겠다, 동정심을 가진 스스로가 같잖았다. 물론 이런 해석이 정답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결국 조커는 2시간동안 우리에게 입만 신나게 털고, 우리는 끝내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지 못함으로써 나는 좀 더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신비한 이 악당의 기원따위는 알지 않아도 좋다. 그의 시작을 알게 되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어 괜히 조커라는 존재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더 좋았다. 이 미친놈이 저러다 결국 정신병원을 탈출해 배트맨과 제대로 한 판 붙는 다크나이트가 이어지겠다는 즐거운 상상도 좋았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만 놓고 보더라도 꽤 잘 뽑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고 나면 기분이 찝찝해서 또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더욱 잔인한 고담의 현실이 영화 밖의 현실과 크게 다르랴. 그리고 정말 조커가 미친 건지, 아니면 그냥 우리는 미친 세상 속에 살고 있어서 정상인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건지 그 애매한 경계를 느낀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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