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2018.04.24 - 2018.07.15
작, 연출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허수현
초 - 김종구 / 해 - 박한근 / 홍 - 정연
후기 REVIEW
이제는 약간 의리로 하는 관극. 누구를 위한 의리인가. 그것은 비밀.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자첫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기어코 총막까지 왔다. 자첫을 총막으로 하게 되다니. 참으로 미련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치이면 답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 못보니까. 그래서 그런 위험한 짓을 하면 안되는데 하고야 말았다.
하고나니 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감상이 따라붙기는 한다. 동시에 대학로에서 다중인격 소재로 한 극은 이제 그만. 잠시 멈춰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배우들이 워낙에 연기를 잘해서 그건 금방 묻혔다.
우리는 이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가. 나는 그의 본명이 김해경인지도 몰랐다.
바다 해, 벼슬 경. (극 내용만 보고는 거울 경인줄...)
그가 그렇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도 몰랐고, 조선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는지도 몰랐다. 교육과정에서 굳이 이상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다 알려줄 필요야 없었겠지만, 단순히 수능을 위해 그의 작품 두어개를 접하는 것보다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게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두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나는 번뇌로움에 사로잡혔다. 내가 왜 저 문학인이 겪고 있는 존재의 외로움을 함께 공감해주어야 하는가. 격변의 시대. 누군가는 글과 펜을 들고 나라를 지키려 하였고, 또 누군가는 총과 칼을 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 그러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자신의 글이 어려워 이해해주는 이 하나 없고, 외로워서 징징대는(?) 저 이의 마음을 내가 공감해주어야 하는가, 거의 한시간 가량을 나 혼자 내적갈등을 했다. 피흘리며 죽어간 다른 이들에게는 없었던 내일을 그는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어찌 감히 다른 이의 삶과 고민을 폄하할 수 있겠는가. 그가 겪은 것은 존재의 괴로움과 외로움이다. 살아있다는 괴로움. 살아있다는 외로움. 폐병을 앓며 토해내는 기침에 그의 외로움이 한껏 묻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 사랑은 커녕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않는다. 오롯이 인간 김해경을, 문학가 이상을, 그가 그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알아주려 하지 않는다. 그의 외로움. 그 외로움과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해 거울 속의 초를 끌어내 자신을 초월하기를 원했고, 자신이 겪은 모든 감정의 덩어리들을 홍에게 던져 떼어내버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김해경이었다. 초를, 홍을, 자기 자신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결국 오롯이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이 괴로움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살다 보면 살아지는 이 인생을 글을 써가다 어느 끝자락에 멜론 한 조각 먹고 싶어지는 그 끝을 향해. 스모크라는 극 속의 김해경이 느꼈던 것이 아닐까.
안 울려고 했는데, 죽기를 간절히 소망하였으나 정말 죽고싶지 않았던 초의 표정이 떠올라 눈물 찔끔. 다양한 은유와 암시가 담겨 있어 쉽지만은 않은 스토리의 극이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노래와 음악이 함께여서 참으로 꽉 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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