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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대학로 어딘가

2018.11.25 뮤지컬 '배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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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원 1관

2018.09.08-2018.11.25

 

연출 성종완

음악감독 김은영

작가 한재은

작곡가 주미나

 

케이 김종구

의신 에 녹

명렬 이용규

 

배니싱을 앞서 4번봤지만, 5번째이자 총막인 이 마지막 공연을 보고나서야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완전히 다다른 느낌이다. 케이, 의신, 명렬. 이 세사람의 이야기.

 

 

인간이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는 사랑이 떠오르고 그 다음은 우정이 생각난다. 천편일률적인 사랑과 우정의 정의 앞에 배니싱과 같은 작품을 보고나면 그런 정의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다. 인간에게는 그저 고독, 외로움과 같은 감정과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이나 우정 이런 단어로 단편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그래, 어떤 '따스한'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것을 케이와 의신을 통해 생각해내었다. 이 둘이 서로 주고받았던 감정은 무엇일까. 사랑? 아니다. 그깟 단어로는 두 사람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 더더욱 우정과 같은 테두리 안에는 그 둘을 가둬놓을 수 없다. 그럼 이 둘은 무엇이었을까. 태초의 자기 자신조차 희미해져 기억하지 못하는 뱀파이어 케이, 그는 인간의 고독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앞에 있던 사람도 자신의 뒤에 있던 사람도 모두 사라지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던 자와 이름을 아는 자초자 모두 사라졌다. 그래서 더이상 그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기자신조차도 잊어버릴 그 기나긴 시간과 어둠의 고독 속에서 케이는 그저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의 앞에 햇살같은 한 사람이 나타난다. 햇빛을 받아 타들어간 케이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경성의전의 의사라며 필요하면 언제든 자신을 찾아오라고 호기롭게 말한 청년 의신이다. 어찌나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대단한지 의신은 케이의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쓴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치료해주고자 하는 의신에게 케이는 본능적으로 끌린다. 순진무구한 이 의신이란 청년은 케이를 다시 빛 속으로 보내주기 위해 그의 피를 열심히 연구한다. 케이의 진짜 이름도, 나이도 모르면서. 이제 와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의신은 케이 그 자체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의신 역시 명렬처럼 케이의 피만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만 명렬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뱀파이어의 피를 연구하고자했던 것이고, 의신은 그저 의사로서의 순수한 마인드 때문이었다는 차이 정도.

 

V인자의 세번째 특징, 흡혈의 욕구. 이 때문에 케이가 살인을 하고 그들의 피를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된 의신은 케이를 멀리하고자 한다. 실상 케이가 죽인 사람은 모두 의신 주변의, 의신을 방해하는 자들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의사에게 살인이 가당키나 하나. 의신이 케이를 버리고자 하는 순간에서야 케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어떻게 자신이 감염되었는지. 마을에 이양인이 왔던 그때, 호기심에 어린 소년은 그만 이양인들의 배에 몰래 가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의신은 케이의 이야기따위엔 관심이 없다(어쩌면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을지도). 의신에 대한 배신감 혹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 혹은 다시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등 어떤 감정이 우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분노'였다. 케이는 의신의 목을 뜯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을 뜯어내며 의신에게 자신을 마시라고 한다.

 

+아 오늘 멋졌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이 '나를 마셔' 넘버. 케이가 의신에게 자신의 피를 내어주고, 의신은 케이의 손목에서 나는 피를 마신다. 케이는 의신의 뒷머리를 받쳐주고 의신은 케이의 어깨를 강하게 잡는다. 그리고는 서로를 똑바로 보지. 그냥 좋았다. 이 이미지가.

 

케이와 같은 존재가 된 의신. 그러나 여전히 의신은 케이를 보고있지 않다. 오히려 역효과만 내었다. 인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신의 의지는 너무나도 대단한 것이어서 아무리 케이가 말리고 순응하고 이야기해보아도 소용이 없다. 의신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V인자를 없애기 위해 스스로에게 임상실험을 한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실패, 실패. 케이는 그저 의신에게 짐승의 피를 가져다 줄뿐이다(그러나 그게 짐승의 피일지 인간의 피일지는. 궂은 날씨에도 피를 구해간 걸 보면.....어쨌든 케이는 의신이 손에 피 한방울 안 묻도록 살뜰히도 그를 보살폈다).

 

기어코 의신은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백신은 의신 자신에게는 듣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임상실험 때문에 의신의 몸에서는 반응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케이는 달랐다. 단 한번, 그의 심장에 직접 주입한 백신은 바로 효과를 내어 케이를 햇빛 속에서 걸을 수 있게 하였다. 그토록 케이가 바래왔던, 꿈 속에서도 꿈을 꾸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러나 재생의 능력까지 잃은 케이의 몸은 총상을 낫게 해주지 않았다. 기어코 사라지는 것이 소원이었던 케이는 드디어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 눈앞에서 케이를 잃게 된 의신은 그제서야, 그제서야 진정으로 케이를 알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지. 의신은 말한다. 궁금한 것이 여러개였지만, 한가지만 알려달라고. 케이, 너의 진짜 이름. 케이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저 케이라고 답할 뿐. 숨을 거둔 케이를 데리고 의신은 햇빛 속으로 나아간다. 눈이 멀 듯한 태양아래 의신은 케이를 꼭 안아주고 함께 눈을 감지. 마치 살아있을때 케이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못한 그 모든 마음을 죽고나서야 온 몸으로 되돌려주고 싶어한달까.

 

실황OST 받고 싶은데 이거 보니 포토북을 가져야만 할 것 같다 :D

 

 

어쩌면 해피엔딩. 케이는 사라지고 싶었으니까. 의신도 안식을 찾았으니까. 어쩌면 배드엔딩. 인간 의신에게는 확신에 찬 그의 끔이 있었지만, 케이를 만나 케이 멋대로 그를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리면서 그의 꿈은 커녕, 인간으로서의 삶도 망가졌다. 타의에 의해 망가진 인생. 그래서 결국 배드엔딩. 그럼 명렬에게는 어떤 마무리일까.

 

명렬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케이를 보호하고자 했던 의신에게 목이 뜯기고 죽을 위기에 처한 명렬은 마지막 순간에 의신의 피를 마신다. 그렇게 명렬도 사라질 수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명렬은 어둠 속에서 의신의 마지막 흔적을 품에 안고 무대를 떠난다. 명렬은 누구인가. 이 작품의 가장 짠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 나는 특히 이용규 배우의 명렬을 사랑한다(사실 그를 더 많이 봤다). 그의 명렬에는 분명한 서사가 있고, 그의 명렬은 온몸으로 사랑받고 싶었다고 외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선택은 언제나 사랑받기 위해서였으나 그 선택의 결과는 원했던 바와는 자꾸 멀어지게 된다. 참으로 투명하게 의신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던 명렬이었는데.

 

보다보니 명렬의 저 애틋한 마음, 애정의 좌절, 저런 감정들이 세상 모든 수니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나의 헛소리다). 그래서 괜히 명렬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고, 더 짠하고.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명렬의 삶. 오히려 뛰어난 의신의 능력과 의신 그 자체에게 이끌리고 그를 따르고 있었던 사람. 그래서 의신에게 가려져있었어도 그 순간을 행복해했던 어린 소년. 짠하다 짠해.

 

마지막에서야 조금이라도 작품을 이해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어떤 작품은 한개도 모르는 채로 떠나버릴 때도 있고, 어떤 작품은 이미 예전에 이해해서 지루해하다가 떠나보낸 적도 있었는데, 이번 배니싱은 마음을 꽉채워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돌아와도 두 팔 벌려 마중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안식을 찾을 수 있기를. 명렬, 케이, 그리고 의신.

 

 

+그리고 지금부터 배니싱을 보내기 위한 짤털

 

 

이번 배니싱에 내가 가장 사랑한 배우. 정민. 그는 잘생기고 특히 몸매가 최고였다(?). 오죽하면 나는 제일 재밌는게 그의 몸매였을까. 살이 빠져가지궁... 슬림해지기까지해서 정말 최고였다. 정민배우 진짜... 애정해요... 잘생긴 거 진짜 최고. 아 물론, 그는 잘생긴 거 뿐 아니라 연기도 오지게 잘하며 노래도 참 잘하였다.

 

 

잊어먹으면 안되는 나의 본진. 오랜만에 집나간 그에 대한 애정을 찾았다. 총막 무대인사를 보는데, 그 역시 오랜만에 만족하는 공연을 한 것 같은 소감이라 내가 괜히 뿌듯 :D

 

 

나의 차차애. 에녹 배우를 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흰 피부, 큰 키, 탄탄한 몸매(그만해라 나샛기), 쩌렁쩌렁한 성량과 깔끔한 딕션. 그는 모든 걸 다 가졌다.

 

 

이 둘 최강의 케미라는 것을 총막에서야 느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페어. 둘이 만나면 김종구는 반드시 죽는다(????). 헛소리고, 워낙 정민 배우의 품에서 김종구 배우가 죽는 일이 허다해서(???????). 어쩌다 이 둘이 이리도 끈끈하게 서로 맺어졌는지는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나, 앞으로도 두 분 꼭 같은 극 상대배우로 만나서 백년해로(???????)해주시길 온 마음을 다해 하늘에 빈다. 둘이 몸매가 진짜 제일 재밌다(나는 변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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