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문/대학로 어딘가

2019.2.10 뮤지컬 ‘풍월주’

반응형


유니플랙스 1관
2018.12.4 ~ 2019.2.17

대본/작사 정민아
작곡 박기현
연출 구소영
안무 이현정
음악감독 이주희


열 - 성두섭
사담 - 손유동
진성 - 김지현
운장 - 조순창
궁곰 - 신창주
진부인 - 김연진
연부인 - 김혜미








역시 내 진성 원픽(?) 지현배우. 이 조합으로 보기위해 계속 기다려야했다. 정작 3차 티켓팅때는 시간을 까먹고 못했지만, 나중에 예대가 터져서 겨우겨우 보게 되었다는. 이로써 재연부터 빠지지 않고 풍월주를 보게되었다. 초연때는 다른 덕질하느라 바빠서 안감.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게 내 덕질인생에서 아쉬운 것 중에 하나.

지현배우는 진성여왕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유독 진성의 감정이 더 크게 와닿았는데. 어렸을때는 잘 몰랐다, 그녀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을. 결국 담의 죽음도, 열의 죽음도 견뎌내야하는 것은 오직 홀로 남은 진성뿐이라는 것을. 사실 열은 아주 못됐다. 진성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그녀에게 영원한 복수를 하지 않았나. 오직 담에게만 곁을 허락하고, 진성에게는 제 슬픔도 제 마음도 모두 거짓으로 감추었던 잔인한 남자가 바로 열이었다. 그런 남자를 사랑했던 진성은 세상의 왕이었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음 한 조각은 절대 품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작품은 굉장히 불친절하다. 스토리에 구멍이 장난이 아니다. 빈 구멍은 관객이 메워야 한다. 회전문을 돌고도는 작품의 팬인 경우는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고 짧은 대사나 예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비어있는 구멍들을 메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루에 오기 전, 열이 풍월이 되기 전 열과 담의 관계. 열은 귀족집안 자제였고, 담은 그 집안의 몸종 같은 거였는데, 집안이 망하고(아마도 여왕과 관련된 역모가 아니겠는가) 살아남은 열과 담이 살기 위해 택한 것이 풍월이리라.

초연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재연은 담이도 풍월이었다. 그러나 삼연에 오면서 담은 풍월이 아니라 운루의 허드렛일을 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초연때도 그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어쨌든, 열은 담이까지 함께 살 수 있다는 조건으로 운루에 와서 살게 되었고 풍월이 되었던 것. 물론 이건 열심히 작품을 들여다보면 캐치해낼 수 있기는 한데 한번만 보고 마는 관객의 경우에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친절하지 않은 극. 배우들이 하는 모든 대사를 다 귀담아듣고 기억해서 짜맞춰야 이들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실 가장 부족한게 담이의 서사인데. 사담의 서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담은 갑자기 중반 이후에 분량이 폭발하며 열이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려 하고, 울고 아쉬워하고 뭐 그런다. 제일 아쉬운 부분인데 이것이. 열과 담이 얼마나 애틋한 관계인지를 알면 담이의 마음에도 깊게 공감할 수 있는데, 이 아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아 매번 이 작품을 볼때마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넘버로 덮는 작품. 넘버가 그만큼이나 좋다. 정말 좋다. 진짜 좋다. 버릴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진성과 담이 부르는 니가 아니면 그 넘버를 제일 좋아한다. 특히나 오늘은 두 사람의 기가 거세게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이젠 거의 열장인이 된 것 같은 두섭배우. 풍월주에 한해서는 내게 믿보배다. 게다가 담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더욱 그 느낌이 진해진 듯하다. 더불어 진성에 대한 마음은 더욱 냉철해보인다. 담과 진성에 대한 표현이 확실히 다른 열이 좋다. 그래서 담도 짠하고 진성도 짠하거든.

잊을만하면 또 돌아올 것 같은데, 또 돌아와도 한번은 꼭 볼 것 같다. 내 인생의 첫 회전극이었으니까. 어떻게 바뀌어와도 그냥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내게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