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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대학로 어딘가

2021.2.13 연극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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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S시어터

2021.01.08 ~ 2021.03.21

 

극본/연출 장진

제작 장차, (주)파크컴퍼니

 

형사1 정웅인, 이철민, 박호산

형사2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

 

 

| 시놉시스

 

여섯 토막으로 살해당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용의자로 열여덟 살의 소년이 잡혔다.

그를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가 있다.

소년과 두 형사의 이야기다.

 

무대에는 단 두 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 후기

 

이것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끄적이는 몇 자.

 

2016년 초연을 봤었는데, 그때 내가 관람했던 캐스트는 박호산, 김무열. 약 5년이 지난 지금 얼음 어땠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기승전(김무열)욕이요 라고 답할 정도로 잘 생각이 안난다. 조금 더 자세히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두 형사가 나오긴 했는데, 다중인격이나 알고보니 사이코 등등의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 정도. 다음 삼연이 올 때 똑같이 다 까먹어버릴까봐 아쉬우니까 몇 글자 남겨본다.

 

공연시간은 짧다. 100분이 조금 안되는 것 같다. 형사1이 먼저 등장해서 용의자 소년이 자백하도록 살살 달래다가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형사2는 대놓고 용의자 소년을 정신병이 있는 사람인 것 마냥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형사2의 찰진 욕이 아주... 저 잘생기고 바른생활(할것만 같은 청년이) 시종일관 윽박지르고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너무 눈코입의 자기주장이 바르게 강해서 아무리 욕해도 여전히 선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 이겠지. 뭐 그렇다고 형사1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아니다. 몇년 전 미제로 남은 사건에 집착을 버리지 못해 날카로운 면을 숨기고 있는 살마.

 

열여덟살의 소년 강민혁, 그리고 소년이 짝사랑했던 스무살의 소녀 유연지. 소녀의 생일날 소년은 소녀에게 선물을 주고, 그 다음날 두 사람은 만나기로 했지만 소녀도, 소년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소녀는 여섯 토막으로 나뉘어져 시골 논두렁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고, 소년은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서 잡혀와 형사들에게 취조를 받는 중이다.

 

소년은 소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가, 슬퍼서 막 울다가, 소녀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부르다가, 끝내는 자기가 죽였다며 자백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소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일관성 없는 용의자의 행동에 형사들은 미칠 지경. 그리고 끝내 진실이 밝혀진다. 

 

아래 더보기를 누르면 대놓고 완전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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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부터는 완전 스포. 내가 기억하기 위한.

 

민혁의 어머니는 세 살때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형사들이 계속 연락을 시도하지만 닿지 않는다. 끝내 박순경이 아버지가 하는 가게에 가보는데, 그곳에서 민혁이 연지에게 주었던 보라색 스카프에 목이 메인 채 죽은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민혁은 그날 화훼농원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연지가 함께 있던 것을 봤다는 증언을 한다.

 

결국 연지를 죽인 것은 아버지라는 결론인데, 민혁은 취조실을 나서기 전 자신의 스케치북을 조두만에게 준다. 조두만이 스케치북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극이 끝난다. 내 나름대로는 그가 오랫동안 쫓고 있던 강간살인사건의 힌트가 스케치북에 그려져 있는 건지, 아니면 연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그려져 있는 건지, 둘 중 하나의 장면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등장인물은 세 명이지만, 무대 위 배우는 두 명이다. 형사1 조두만과 형사2 이종렬의 말과 행동을 통해 마치 용의자 소년 강민혁이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 하다. 두 배우의 연기를 통해 민혁의 말과 행동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그들의 시선처리를 통해 어디쯤엔가 민혁이 서있는 것이 보이고, 그들의 설명을 통해 지금 민혁이 하는 말이 들린다. 제법 재밌는 설정이기는 하나 이 때문에 결말이 조금 헷갈린다. 그래서 여섯 토막이 난 소녀의 범인은 누군지 알겠는데, 조두만은 왜 소년의 스케치북을 보고 놀란 것일까. 나만 혼자 열린 결말인가.

 

박호산 배우는 TV에서나 무대에서나 한결같다. 특유의 톤과 어투가 내가 바로 박호산이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조근조근 민혁을 달래다가 갑자기 미쳐서는 민혁을 압박하는 연기는 작품을 통틀어 최고였다. 신성민 배우는 왠만하면 나오는 작품을 다 보려고 노력하는 내 애정배우 중 하나. 잘생기고 잘생겼는데 연기도 잘하고 목소리도 너무 좋고 노래도 잘 부른다. 신은 그에게 너무 몰빵했다. 시종일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라 욕이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너무 잘하더라. 욕이 마치 표준어인줄. 역시 못하는 연기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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