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TOM(티오엠) 1관
2022.01.07 ~ 2022.03.06
지그문트 프로이트 (1856.5.6. ~ 1939.9.23.) 신구, 오영수
-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 1938년 나치와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한 후 구강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무신론자의 시금석으로 통하는 그는 종교적 신념을 일종의 강박으로 보고 무신론적 세계관을 과학적 세계관이라 칭했다.
C.S. 루이스 (1898.11.29 ~ 1963.11.22.) 이상윤, 전박찬
-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명사이자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나니아연대기, 순전한 기독교 등 수많은 저서를 통해 기독교 변증을 펼친 20세기 대표 유신론자다. 한때 무신론자였던 그는 자신의 무신론을 방어하기 위해 프로이트의 논법을 이용했지만 기독교인으로 회신한 이후에는 오히려 프로이트의 논변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했다.
작 마크 세인트 저메인
연출 오경택
제작 (주)파크커퍼니
| 시놉시스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결정한 1939년 9월 3일 오전, 런던, 프로이트의 서재.
옥스퍼드 대학의 젊은 교수 겸 작가 루이스가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다.
루이스는 자신의 책에서 그를 비판한 탓에 불려왔다고 생각하지만
프로이트는 뜻밖에 신의 존재에 대한 그의 변증을 궁금해한다.
시시각각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종교와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를 넘어
유머와 사랑에까지 지칠 줄 모르는 논쟁을 이어가는데...
| 후기 REVIEW
나만 안봤던 2020년 초연에 이어, 2022년에 재연으로 돌아온 라스트 세션.
첫 티켓팅 오픈할 당시 이미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었던 터라, 오영수 배우님의 라이브한 연기가 너무 궁금해서 예매를 했더랬다.
(그래놓고 날짜 착각해서 못갈 뻔한 건 개그)
마침 내가 보러 간 날은 오영수 배우님께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신 다음날. 그날의 커튼콜은 마치 수상을 축하하는 느낌도 나던 것 같다. 오일남 할아버지가 실제로 막 무대 위에서 움직여서 신기하다는 느낌이 제일 많이 들었는데, 특히나 구강암 환자였던 프로이드의 연기가 너무나 실감났다. 호흡도 불안정하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느낌이 든달까. 심지어 극 후반으로 넘어가면 극사실주의로 구강암 환자의 고통을 보여준다(Feat. 유사틀니...)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끊임없이 입을 터시는(???) 프로이트 할아버지가 참으로 대단하시다...
그리고 멀끔하고 댄디한 이미지의 이상윤 배우님. 드라마에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이렇게 보다니. 1열에 안 앉았으면 이목구비 어떻게 생겼나 모를 정도로 얼굴은 진짜 작고 기럭지는 진짜 길고 어깨는 태평양이니, 역시 배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심지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딕션도 좋고 발성도 좋았다.
신의 존재에 대한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의 빈틈없는 논쟁. 서로 창과 방패를 번갈아가며 서로의 논리와 감성에 허를 찌른다. 특히 무신론자였던 루이스가 유신론자가 된 계기, 그 과정에 대해 프로이트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약점을 공격한다. 그러나 이 문제의 답은 없다. 두 사람이 논쟁을 끝내며 헤어지기 전 프로이트가 말했듯 프로이트가 맞다면, 루이스는 평생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고, 루이스가 맞더라도 두 사람 모두 그 답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이 있냐 없냐라는 궁금증 자체도 생기지 않는, 신의 존재 따위에는 일절 관심도 없는 내가 보기에 이 문제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싶을 정도로 이어나가는 이 열띤 논쟁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런 생각. 그러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작품에 대해 다시 소개를 읽어보면서(입장 전에 오일남 할아버지가 프로이트를 연기한다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무릎을 탁 치는 다른 생각이 들었는데.
이 일화가 프로이트가 죽기 3주 전에 있었다는 것에 비춰보면 루이스와 신에 관한 논쟁을 하는 것이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는 듯 했다(프로이트는 이 표현을 싫어할테지만). 생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죽음의 직전에 찾게 되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마지막으로 프로이트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기 위해 루이스를 초대한 느낌. 그렇지만 역시 없는 건 없는 거다라는 걸 마음 편히 정리하고 가신 듯 한 프로이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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