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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대학로 어딘가

[연극후기] 연극 <기형도 플레이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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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극단 맨씨어터 연극 <기형도 플레이>

2023.10.19(목)-10.29(일)

아트원씨어터 3관

작: 독플레이

연출: 김현우

출연: 최덕문, 우현주, 이석준, 박호산, 이창훈, 이동하, 이은, 김승은, 김세영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2시, 6시 (단, 10월 29일은 2시 공연만)

(공연시간 100분, 인터미션 없음)

전석 4만원/스페셜데이(10월 29일) 6만원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3013201?app_tapbar_state=hide&

 

인터파크 티켓

 

tickets.interpark.com

 


| 후 기

 

- 우연히 이벤트에 당첨되서 연극 <기형도 플레이>를 관람하게 되었다. 당첨도 감사한데 좋은 자리까지 주셔서 후기를 몇 줄 안 남길 수가 없다. 이벤트를 열어주신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담당자님께 많이 감사하다. 그런 의미로 기형도 시집을 질러버렸다(?). 광고 진짜 아님.

 

https://moonji.com/book/4700/

 

입 속의 검은 잎 | 문학과지성사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이 시집에서 기형도는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 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시 세계는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moonji.com

 

- 연극 기형도 플레이는 시인 기형도의 9개의 시를 모티브로 한 연극 단편(?) 모음집이랄까. 9명의 배우가 9개의 작품에 출연한다. '아홉 명의 작가, 아홉 명의 배우, 아홉 편의 시, 그리고 하나의 기형도.' 아홉 편의 시는  빈 집(남편 박호산/이석준, 아내 우현주),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경진 우현주, 은수 김세영), 기억할만한 지나침(과장&안경 이석준, 대리 이동하), 질투는 나의 힘(남자 이석준, 여자 이은, 의사 김승은, 학생 김세영), 소리의 뼈(복학생 김승은, 휴학생 김세영), 흔해빠진 독서(언니 이은, 동생 김세영), 바람의 집(남편 이창훈, 아내 이은), 위험한 가게 1969(아버지 최덕문, 막내 이동하, 누이 이은, 사내 김승은), 조치원(케이 최덕문/박호산, 제이 이창훈/김승은) 이다.

 

- 내가 관람한 10월 21일(토) 저녁 공연에는 빈집(박호산, 우현주), 소리의 뼈(김승은, 김세영), 바람의 집(이창훈, 이은),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우현주, 김세영), 조치원(박호산, 이창훈)이었다.

 

1. 빈 집 (작가 유희경)

 기차 안 아내와 남편. 아내는 출발 전부터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부산스럽다. 남편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던 중 아내의 결혼반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반지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집에 두고 온 것이었고, 그 까닭을 두고 다투던 두 사람은 애써 잊고 있던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엇갈린 기억. 그리고 한 권의 시집. 그들은 어디에 닿게 될까.

 

2. 소리의 뼈 (작가 조인숙)

 어느 공원. 실내에서도 여전히 헬멧을 쓴 채 테이블에 앉아 있는 복학생. 잠시 후 과거 연인 사이였던 휴학생이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들어온다. 복학생이 휴학생에게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어항을 맡아주길 부탁하며 티격태격하다가, 지난 학기 김 교수님 수업 이후 들리기 시작한 소리와 두 사람에게 생긴 변화에 대해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3. 바람의 집 (작가 임상미)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오래된 아파트엔 젊은 부부가 살고 있다. 재개발 호재를 보고 영끌로 마련한 집에는 층간 소움부터 바람까지 세상 온갖 소리들이 스며들고, 대출에 인생을 저당잡힌 부부는 재개발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데. 재개발 발표를 하루 앞두고 여자의 꿈에 시어머니가 나온다. 부부의 업보 때문에 재개발이 안 될 거라고 하는 시어머니. 부부의 바람은 과연 어디로 이어지게 될까.

 

4. 먼지투성이의 푸른종이 (작가 김현우)

 작은 서점. 아르바이트 직원 은수가 초조한 기색으로 앞에 놓인 시집을 노려보고 있다. 존경하는 시인의 강연회에 간다고 서점을 나섰던 서점 사장 경진이 몹시 지치고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들어온다. 은수는 앞에 놓인 시집을 읽고 싶은 욕망을 떨쳐내기 위해 경진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묻는다. 경진은 그날 겪은 이상한 사건을 들려준다.

 

5. 조치원 (작가 김태형)

 서울역 무궁화호 객실 안. 중년의 케이가 창가 좌석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다. 잠시 뒤 군복을 입은 제이가 들어와 케이의 옆자리에 앉는다. 행선지를 묻는 제이에게 케이는 조치원에 간다고 말한다. 열차가 출발하고, 두 사람의 대화는 선로처럼 어긋나고 멀어지다가 어느 순간 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 개인적으로 제일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작품은 <바람의 집>. 정말로 객석에도 찬바람이 분다. 워낙 코믹하게 대사를 치기도 해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영끌에, 대출에 부부의 연령대도 나와 비슷해보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것이다. 반대로 비현실적이어서 다소 작위적(긍정적으로 사용한 단어다)인 느낌을 줬던 작품은 <먼지투성이의 푸른종이>. 은수와 경진이 각자 자기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몸짓이 마치 춤을 추는 듯 하고, 대사 톤도 '나 예술한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몽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소리의 뼈>는 심각한 ST인 내가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귀여운 이야기였다. 어느날부터 갑자기 세밀한 소리가 들린다는 설정이....

 

- 긴 러닝타임의 연극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사실 연극 자체가 나에겐 쉽지 않은 장르다), 짧게 짧게 마치 단편 드라마처럼 구성되다 보니 진입장벽도 굉장히 낮고, 시와 접목했다는 아이디어도 너무나 신선하다. 이런 작품들이 더 많아져서 문학도 알리고 연극도 알리는, 뭐랄까, 서로 윈윈하는 콜라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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