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심채경
출판 문학동네
2021년 2월 22일
| 심채경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석∙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달과 수성을 누볐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하글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 언제 회신될지 모를 신호를 우주에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 자연 그리고 우주를 동경한다.
책 표지가 참 이쁘다. 의자 하나, 책상 하나, 책상위의 노트북과 스탠드. 빈 자리 위로 별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표지를 거둬내면 안쪽 겉표지에는 심박사님이 앉아계시다. 그리고 별 따윈 보이지 않는 대낮이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대신 탐사선이 관측하여 지구로 보낸 데이터를 받아 열심히 연구한다. 즉, 별이 쏟아지는 밤에는 퇴근을 하신다. 책의 제목이 먼저일지 디자인이 먼저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어서 위트가 있다.
심채경 박사님의 첫 에세이. 그녀가 대학원생을 따라다니던 학부생부터, 대학원 과정을 지나 박사학위를 딴 후의 첫 강의 에피소드, 대학이라는 공간이나 유명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 한국 최초 우주인이었던 이소연 박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글들이 담겨있다. 그녀가 어쩌다가 네이처에 '선택'받았는지도.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대해 논문을 쓰고 졸업했던 그녀는 느닷없이 '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것과 다름 없던 박사님이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새롭게 발견한 것들 덕분에 그녀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지구 자기장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심오한(?) 내용..) 천문학자의 에세이답게 아주 짧게(?)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별에 관련된 것들이 무려 세개나 지폐에 표시된 나라, 비록 우주탐사에는 뒤쳐졌지만 그 어떤 나라만큼이나 우주에 관심을 쏟고 있는 나라, 그런 나라의 학자가 그녀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어떻게 이런 땅에서 이런 사람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은.
📌p.31
일기 속에는 두려워하는 내가 있다. 졸업할 수는 있는 걸까 두려웠고, 졸업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웠다. (생략)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p. 156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생략)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이 따뜻하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만큼이나 글이 단정하고 따뜻하다. 과학자가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이렇게 담담하고 따뜻하게 쓴다고? 그럴 수 있나? 아마도 해외 유학없이(영어의 때가 묻지 않은?) 쭉 국내에서만 공부하면서 한글의 따스함(?)이 오염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라고 하기엔 원체 생각이 깊고 많고 다정하게 천천히 전달하는 능력이 높은 사람인 것 같다. 백마디의 말보다 그저 사람의 삶이 위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그런 것 같다. 그녀의 삶이 담담하게 일상의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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