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2019.07.13 ~ 2019.09.01 (16부작)
연출 오충환, 김정현
극본 홍정은, 홍미란
출연 이지은(장만월), 여진구(구찬성), 신정근(김선비), 배해선(최서희), 표지훈(지현중), 강미나(김유나)
방영중에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이 드라마를 끝나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봤다. 방영할 때도 보고 싶었지만, 1회부터 보지 않으면 못 보는 병에 걸려서(아니 그리고 델루나 1회가 되게 중요했더라고. 두 주인공에게 히스토리가 꽤 있더만) 간간히 네일샵에서 몇 번 본 거 말고는... 그러다 오티비엔에서 일요일마다 16회를 나눠서 보여주길래 이번 기회에 보는 걸로.
그리고 거의 14회부터 눈물을 한바가지 쏟으며 장만월을 보내주었다. 김선비, 현중이, 객실장까지 차례로 델루나에서 떠나보내고 마지막에 만월을 보낼때는 정말 눈물샘 폭발이었다. 결국 그 모두를 보내고 홀로 남은 찬성까지. 엔딩에 대한 해석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내 경우에는 먼 훗날 몇 번의 윤생을 거쳐 다시 만났을 어느 날의 찬성과 만월이었다. 혹은 그 때를 꿈꾸는 찬성의 상상. 결국 새드엔딩이라 이거죠. 엉엉엉. 찬성은 귀안을 닫는 약도 유나에게 주었으니 평생 죽은 자들을 보며 만월을 그리워할 것이었다. 쓸쓸하기 짝이 없던 찬성의 얼굴.
호텔 델루나는 죽은 영혼들이 저승으로 가기 전 쉬어가게 해주는 호텔 델루나를 천년 넘게 운영해온 사장 (괴팍한) 장만월과 만월의 도움으로 어릴 적 아버지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하바드 대학 졸업생 초초초엘리트 호텔리어 (연약한) 구찬성의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초반의 티격태격 투닥거리는 만월과 찬성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빠져들고, 결국 서로 사랑하게 되어 눈물로 서로를 보내주게 되는 그런 사랑 이야기. 점점 감정선이 깊어지는 만월과 찬성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눈물도 펑펑 나고.
두 사람의 이야기 안에는 각자의 이유로 이승을 떠날 수 없었던 델루나 식구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오랜 시간 끝에 겨우 장원급제하였지만 선비가 천박한 글을 썼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죽은 김선비, 대를 이을 자손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겨우 얻은 딸을 억울하게 잃어 집안에 원한을 가진 채 죽임당한 객실장, 전쟁의 피난길에 소중한 동생을 지키다 가진 꿈을 이루지 못한채 죽어버린 현중이까지. 난 특히 현중이 에피소드 나올때면 그렇게 눈물나더라. 애가 생긴게 이미 짠해. 이들 모두의 이야기와 틈틈히 등장하던 여러 사람들과 영혼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천년전 만월의 시작과 그때의 인연들까지 16회를 꽉꽉 채운 알찬 이야기들이었다.
보다보면 도깨비가 생각 날 수 밖에 없는 소재인데(천년묵은 도깨비VS천삼백년 묵은 반귀신, 인간을 도와주는 수호령같은(만월은... 사실.... 반쯤 타의에 의한 혹은 90퍼이상 돈때문에...) 행동들, 여주 또는 남주를 어릴 때 도와주었던 첫회의 이야기 전개랄까(만월이 찬성을 도와준게 맞는걸까....) 등등등. 쓰다보니 김신이 셀까 장만월이 셀까 급궁금), 한 때 진짜 빠져 살았던 도깨비였는데 거의 생방급으로 찍어 방송하던 깨비에 비해서는 델루나가 훨씬 더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 그림은 도깨비가 더 좋았는데 톤이 좀 달라서, 색감은 델루나가 더 좋다. 또 이야기를 촘촘히 구성하고, 흔히 엉성해질 수 밖에 없는 마지막회까지 드라마 호흡을 놓치지 않았다. 도깨비도 마지막에 그렇게 날려 만들지 않았어도 더 좋았을텐데... 사전제작이 정말 중요합니다... 쪽대본 하지 말아요 제발...
홍자매의 지난 필모를 살펴봤는데, 제대로 본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 유명한 최고의 사랑도 초반에 보다 말았는데, 열심히 본 홍자매의 작품은 이 델루나가 처음이다. 그래서 원래 어떤 식으로 작품을 썼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델루나만큼은 꽤 마음에 들었다. 신나게 떡밥 뿌리고, 그 떡밥을 정해진 회차내에 다 거두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 떡밥들을 촘촘히 다 거둬들인 것만으로도 꽤 마음에 들었다. 은유를 담은 대사들까지도.
아이유 작품을 마지막으로 본게 보보경심이었는데(그것도 거의 마지막 가서는 날림제..ㅈ..ㅏㄱ), 그때보다 훨씬 더 연기력이 좋아졌다. 중간에 나의 아저씨가 연기력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 했을 것 같은데, 연기력도 그렇지만 장만월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아이유에게 찰떡 같았다. 대사치는 것마저도 너무 어울려. 또 드라마 내내 만월의 패션 역시 최고였는데, 옷 뭐 입었나, 악세사리 뭐했나 보는 재미도 있었달까. 그러나 겉모습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캐릭터의 사연도 너무 깊고, 울고 웃고 다사다난했어서 아이유에게는 아니, 배우 이지은에게는 정말 인생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아이유도 그렇고, 여진구도 참 좋다. 나는 여진구가 되게 호(好)인 배우인데, 정작 제대로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본게 해품달이었으면 말다했지. 근데 왜이렇게 좋아. 연기 잘하는 거, 목소리 좋은 거 이미 안 봐도 알고 있던 사실인데, 실제로 그런 모습을 드라마로 보고 있으니 안 반할 수가 없다. 참 잘 자랐어. 왕이 된 남자도 좀 제대로 볼 걸. 아쉽다. 그렇지만 97년생 이제 22살 정도에 연기력도 탄탄하니 그저 앞날에 꽃길만 깔려있지 않겠는가. 구찬성 같이 찰떡같은 캐릭터를 인생에 두세번 만나도 남을 것 같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진 않았지만, 다녀온 그 이후가 더 기대될 정도다. 뭐든 다 잘할 거 같아서.
비록 새드엔딩이지만, 너무 오래 먹먹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연출, 대본, 연기까지 삼박자가 고루 마음에 들어서 기분좋게 보내줄 수 있었기 때문이지않을까. 심지어 솔직히 엔딩도 마음에 든다. 이야기의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 델루나다운 엔딩이었다. 좋은 작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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