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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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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2019.7.22 ~ 9.10 16부작

연출 심나연

극본 윤경아

출연 옹성우(최준우), 김향기(유수빈), 신승호(마휘영), 강기영(오한결)

 

고생했다, 최준우. 수고했다, 우리 떵우.

 

아무리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어도 한두번쯤은 본방을 못 보기 마련인데, 어찌된 일인지 열여덟의 순간은 놀랍게도(?) 모두 본방사수를 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1회는 빼고 똑바로 집중한 적이 없었다. 나는 이미 1회부터 약간 올드한 감성과 고구마 터지는 스토리 전개(드라마 초반의 그것은 사실 고구마급도 아니었다) 정말 트루러브의 힘으로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도 아이돌이었던 배우가 처음 연기를 하는 거라 걱정이 많이 되었다. 팬심으로는 성공이 보장되는 스타작가의 주연급 조연 정도나 인상 깊은 조연으로 치고 빠져 첫 단추를 잘 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이미 주인공에 캐스팅된 걸 어쩌겠나. 열심히 응원해야지. 다른 사람들 다들 너무 잘됐다고 기대하고 있는데 나만 혼자 온세상 걱정을 했더랬다.

 

뚜껑을 열어보니 내 최애의 연기실력은 꽤 쓸만했다. 1, 2회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게 그냥 내가 연기하는 걔를 보느라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는 거였어서 객관적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확실히 회차가 진행될수록 연기가 안정되는게 보였다. 그렇기도 한게 캐릭터 자체가 조용조용하고 얌전해서 왠만해서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폭풍눈물이나 오열, 분노 장면 같은 게 더욱 잘 눈에 들어왔다. 연기력만 따져보면 합격점이라고 자신있게 주고 싶다. 여주인공이었던 김향기 배우의 연기는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고. 드라마 내내 마레기라 불리던 신승호 배우의 연기도 괜찮았다.

 

다만..

문제는...

기깔나는 연출에 아름다운 배경음악에 평타 이상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었는데(누구하나 구멍이 없었다), 이 모든 걸 다 무너뜨려버린 극본.. 극본... 극본!!!! 이미 끝난 마당에 이러쿵 저러쿵 길게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잘못하면 다소 고루해질 수 있는 고등학교 배경의 18세들의 이야기를 진짜 기대 이상으로 고루하고 올드하게 써내려가 놀라울뿐이다. 심지어 유수빈은 캐릭터 설정이 붕괴되기까지. 아무리 누명을 쓰고 오해를 받아도 준우를 믿고 배려해줬던 수빈이 휘영이 보낸 거짓 문자 하나에 홀라당 넘어가 준우에게 상처를 줬던 9회는 논할 가치도 없다. 드라마는 거기서 끝났다. 준우는 어느날 갑자기 정말 수빈을 향한 트루 러브의 힘이었는지 무척 적극적으로(다소 저돌적이기도) 사랑을 쟁취하고(?) 성적도 쟁취하고(??) 입시도 쟁취하는(???) 캐릭터 변화를 보여줬다. 처음부터 올곧게 악역 포지션이었던 휘영은 후반에 난데없이 부모가 저지른 성적조작에 대해 상처받고 막나가다 심지어는 학교를 자퇴하기까지 했는데 드라마 내내 준우를 괴롭히던 휘영의 부모는 거의 마지막화에는 등장조차 하지 않아서 갑자기 애가 고아된줄 알았다. 일관성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부담임, 오한결샘이었다. 이건 마치... 부담임 오한결샘이 담임을 맡게 되며 다양한 특색을 지닌 아이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오한결의 성장일기 같았달까. 이럴거면 서른여덟의 순간이라고 하지 그랬어.

마지막화까지 줏어담지 못할 스토리 전개를 뿌려대며 고속터미널 길바닥에서 두 사람이 포옹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났지만(이건 열린 결말도 아니고 닫힌 결말도 아니고 대체 뭘까. 그냥 X 싼걸까 작가는?), 결과야 어쨌든 이 과정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고했을 것이다. 배우와 스탭들에게 감사하고, 다음에 꼭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기를. 작가는 다시는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써 볼 생각은 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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