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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5, 6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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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REVIEW

5회에 와서야 희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희성과 유진의 관계는 그야말로 얽힐대로 얽혀있는데 여기에 애신까지 더하여 삼각의 관계가 되었으니 복잡하기 짝이없다. 정혼자이나 10년동안 얼굴 한번 본 적 없었고, 꽃이 되기 보다는 조선을 위해 불꽃같은 삶을 살려는 애신과 아름다울 ‘미’를 쫒으며 그야말로 시대의 순수와 낭만(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모르는 척 할 뿐인 낭만인듯 싶으나) 그 자체인 희성이니 혼인이 아닌 그 무엇으로 서로의 관계가 이어나갈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 드라마의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눈이 외롭다. 눈빛만으로 서사 오조오억개는 튀어나오는데, 그 기반에는 그들의 외로움이 한껏 깃들어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조국은 미국이고, 내 조국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유진은 살아오며 내내 Where are you from? 이라는 질문을 무던히도 받았나보다. 조선은 한번도 그를 품은 적 없었으나 미국 역시 그를 온전히 품어주지 못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표류해야했을 그의 삶에 깃든 외로움. 동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계급제의 가장 하위에 있던 백정에게는 참으로 살기 팍팍하다 못해 죽을 것 같았던 후기의 조선이었다. 조선은 동매의 부모를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렇기 떄문에 동매는 조선을 제 나라로 여기지 않는다. 피차일반이다. 동매의 감정에 이입되다보면 조선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게 부모를 잃고, 조선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으며 살아왔을 동매의 눈은 개인적으로는 인물들 중 가장 어둡고 외롭다.

히나는 또 어떠한가. 세상 아름다운 사람임에도 외롭다. 아직 히나의 이야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함부로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여자로서, 조선의 여인도 아니고 일본의 여인도 아니고, 어찌되었든. 여인으로서 살기 참으로 어려웠을 그 시대에 히나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도구로도 사용하고 끝내는 글로리 호텔의 주인이 된다. 죽을만큼 열심인 펜싱 장면이 잠깐 나왔을때, 살기 위해서 뭐든 열심히 했을 히나의 삶이 추측이 되었다. 희성은 시대의 문학가들이 마치 질병처럼 품고 있었던 외로움이 깃든 듯 하다. 시대는 곧 아픔이었다. 부유한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나 어려움없이 자라 심지어 일본에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소위 말하는 ‘깨어있는’ 지식인이었다면 시대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쫓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만이 희성의 전부는 아닐 듯. 일반 민중의(이라 표현하기는 맞지 않으니 백성 정도가 어울릴 듯 하나) 힘단 삶을 인지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하게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야했기에 아이러니했던 지식인의 외로움이 희성에게 오버랩된다.

이들 가운데 애신은 단연코 돋보인다. 그녀는 단정하며 단호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모는 죽었으나, 그녀는 외롭지 않다. 이모양 이 꼴이나 500년을 이어 온 조선을 지키기 위해 꽃이 아니라 총을 든 그녀는 당당하고 강인하기 때문이다. 유진이든 동매든, 희성까지 그러한 애신에게 어찌 끌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녀는 생명력 그 자체이다. 이것이 히나와 대비되는 부분이라 히나를 짠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고.




(출처는 사진에)

어찌됐든 동매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 말하려고 앞에 눈에 외로움이니 뭐니 서두가 길었다. 유연석이라는 배우는 내게 있어 호. 어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최소한 유연석이 나온다하면 어느정도는 믿고보는 편이다. 응사는 그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은 맞으나, 그 이후로 꾸준히 다양한 역할의 옷을 입으며 제 실력을 쌓고 있어서 응원하고 싶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동매라는 캐릭터는 가히 최고의 옷인 듯 싶다. 비아냥거리며 툭툭 내뱉는 말은 길지않으나 뼈가 들어있고, 과묵하지 않으나 가볍지 않고, 제 사랑에게는 맹목적이고 멋있기까지 하다. 완전 나쁜 놈인데 세상 불쌍한 놈인 것은 동매맘을 외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작가님이 동매라는 인물을 더더욱 멋있게 표현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5회 엔딩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가히 역대급.
http://naver.me/xgYWahuP

 

5회에 걸쳐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대충 마무리되니(히나 언니 아직 안나왔다... 히나 언니 스토리는 7회를 기다려야 하나보다. 아버지 이완익과의 대립씬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다. 히나 언니 화이팅) 이제는 본격적으로 로맨스를 달려보려 시동을 건다. 5회의 엔딩으로 불을 지핀 동매의 지고지순한(단어가 쓸데없이 단정한 느낌이다) 외사랑부터, 자꾸만 서로가 생각나는 유진과 애신(메인 남녀주인공의 위력)까지.

아 드디어 러브를 함께 하게 되는 것인가 유진과 애신. 총을 돌려주려고 공사관에 몰래 잠입했던 애신을 바래다주기 위해 함께 유진과 애신이 나란히 걷던 그 장면에서 왜 내마음은 두근두근. 내가 메인 남녀 주인공 커플에게 치이지 않으려고 하였건만 꽤나 설렜다. 나란히 걷는다는 것에 설레였던 애신 때문에. 최고의 사대부 집안의 애기씨로 태어나 살아오면서 누군가와 나란히 걸어봤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6회는 러브를 함께 하자는 유진의 대사로 끝났다. 5회의 동매와 애신의 엔딩과 사뭇 대조가 된다. 애신은 도대체 언제쯤 러브의 뜻을 알게 될것인가도 매우 궁금하다.

애신의 남자들 셋이 옹기종기(?) 모이기만 하면 웃기다. 작가가 잘하는 찰지게 치고 빠지는 말장난까지 가미되어 본의아니게 그 셋은 우정을 쌓아가는가 보다. 하나는 애신을 자꾸 미공사관으로 불러들이고(유진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는데), 하나는 그냥 보기에도 위험한 남자고(동매 나쁜 남자 냄새가물씬), 남은 하나는 애신의 정혼자로 쐐기를 박네(결국 승리는 희성인가). 서로 만나서 좋을게 하나 없는 이 남자들이 그래도일단 모이면 훈훈한 웃음거리라도 하나씩 튀어나오니, 나중에는 셋이 얼마나 사이가 틀어져 보는 사람 눈물을 쏟게 할런지.

확실히 희성은 고뇌하는 인물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이 6회 후반, 그의 아버지 이름을 묻는 유진과의 장면에서다.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로 인해 상처받고 분노한 이들의 표정이 어떠한지를 아는 희성. 그것이 그가 조선에 돌아오지 않고 자신을 아는 이가 없는 낯선 땅에 있고자 했던 이유가 아닐까. 부모세대에서 원수로 틀어져버린 그들이 과연 어떻게 서로간의 얽힌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런지. 원수를 갚아야하고 그 죄를 받아야할 이들은 다 죽고 없는데, 자손들만 남아 선대의 미움의 뿌리를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변화와 격변의 조선에서.

드라마 초반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로건 테일러의 비밀문서. 그 문서의 실체가 6회 후반에 공개되면서 유진의 손에 들어갔다. 그 미국 아재는 그 중요한 거를 왜 그렇게 허술하게 숨기고 다녔어 유진 위험하게. 전혀 원하지 않았는데 조선의 운명을 틀어잡게 된 유진의 앞날이 어찌 펼쳐지려나. 동매도 맴이 아프고 희성이도 맴이 아프고 이젠 유진도 내 맴을 후려친다. 누구하나 버릴 수가 없다.

극 중 주요 인물들의 선택은 다소 비약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국 조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열강과 일본, 청의 세력 다툼에 흔들리는 조선의 운명은 정말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각자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매순간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던 이들이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애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애신을 위해(셋 중 그 누구도 조선을 위한 선택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기대하여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아 그러고보니 이상하리만치 이 드라마에 청나라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 시대에 청나라는 아예 없는 줄. 전쟁하느라 바빴던 걸로 대충 이해하고자 넘어가보려는데, 대륙으로의 드라마 수출은 역사적 사실도 이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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