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문/안방 1열

TVN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2019)

반응형

 

 

TVN 2019.06.05 ~ 2019.07.25 (16부작)

연출 정지현, 권영일

극본 권도은

출연 임수정(배타미 역), 이다희(차현 역), 전혜진(송가경 역), 장기용(박모건 역), 이재욱(설지환 역), 지승현(오진우 역), 권해효(민홍주 역)

 

간만에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끝났다. 첫 회부터 화려하게 등장하며 재미진 스토리와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을 잡아당겼던 작품. 네이X와 다X이 연상되는 '유니콘'과 '바로'라는 포털 회사를 배경으로 배타미, 차현, 송가경 이 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인생이라 표현한 이유는, 회사에서의 삶이 곧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비춰주고 현재를 대변해주었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공간, 그 안에서의 일상은 곧 그들의 삶이었고 그들 그 자체였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상하게 로맨스가 나오면 좀 쳐지고, 일 이야기가 나오면 흥미진진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는데... 특히 타미모건커플. 축축 처진다. 이게 드라마 초반에는 나이차가 꽤나는 연상연하 커플인게 매력적이었는데, 사실 시간이 점점 갈수록 이야기거리가 없는거다. 왜냐면 여자는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 않고, 남자는 결혼 하고 싶어하는 이 별것도 아닌 생각의 다름을 억지로 질질 끌고 나갔기 때문. 잊을만하면 그놈의 결혼타령. 아직 오지도 않을 미래 걱정을 억지로 하며 끄집어내는 갈등상황에 좀 질리기 까지했다. 급기야 거의 드라마 후반에 와서는 이 둘이 나오면 집중력이 떨어지기까지 했으니. 타미모건커플을 보면서 확실히 다짐했다. 인생 좀 편하게 살자. 결혼 좀 그만 타령하고.

 

 

메인커플에게 지치니 다른데로 눈이 갈 수 밖에. 드라마 중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한 차현지환커플은 꽤 신선했다. 일단 설지환 역할의 배우가 낯설었기 때문에 궁금했기도 했고, 드라마 속의 드라마 '장모님이 왜그럴까'의 막나가는 사위놈 이미지가 너무 강했는데 정작 본체는 너무나 순딩이라는 캐릭터 갭이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해서. 막판에 지환이 군대를 가야해서 차현이 그 나이에(?) 고무신 지켜야하는 설정은 다소 우스웠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차현이어서 그런 귀여운 연애가 어울렸던 것 같다. 차현이 센척은 다하지만 은근히 마음 여리고 어린 캐릭터라.

 

 

하지만 드라마 막판, 가장 거하게 치인 커플은 당연 가경진우커플이 아닐 수 없다. 진우 진짜 똥벤츠. 하... 진짜 벤츠 중에 벤츠인데 시월드를 안고 가야하니까 똥을 붙여야지. 하지만 여자라면 한 번쯤 진우같은 남자 욕심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싫어도 좋다그러지, 미워도 좋다그러지. 뒤에서 도와줄 거 다 도와주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자의 편에 서주는 남자라. 얼어붙은 가경의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결혼도 해보고 이혼도 해봤지만 아직 연애를 못 해본 이 커플이 꼭 행복했으면.

 

 

대충 로맨스 이야기는 이랬고. 근데 이 드라마의 메인은 로맨스가 아니지. 포털로 시작해서 포털로 끝난 드라마. 대한민국을 이끄는 양대 포털 유니콘과 바로, 그 안에 대중이 궁금해할만한 사건들 예컨대 실시간검색어 조작, 포털사용자 개인정보 열람 등의 민간함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중간중간 바로가 유니콘을 이기기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과 마케팅을 구상해내며(경쟁사의 웹툰작가를 데려오거나, 새로운 SNS 이모티콘 출시, 탑화면 개편 등) 캐릭터들이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아, 나도 저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 멋있게,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물론 현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렇지만 내가 처한 현실과 드라마 속이 삶을 비교하며, 부러워하고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는 생각만 들게 해도 스토리와 캐릭터설정은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에 당연 기억이 나는 건 바로의 마이홈피 서비스 제공 중단이었다. 당연히 그 에피를 보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싸이월드를 연상하겠지. 새삼 그 공간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이 느껴졌다. 이제는 정말 포털이 우리의 삶에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의 과거를 담고 있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 전체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공간의 무게가 무척 무겁게 다가온 에피였다.

 

 

드라마 속 바로와 유니콘의 대표는 포털 사용자의 권리와 정보를 지켜내고, 포털은 포털 스스로를 정화하고 책임을 지며 외부의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 했는데, 과연 진짜 대한민국 포털의 현실은 어떤 것인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