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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인랑 (人狼, ILLANG : THE WOLF BRIGAD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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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8.7.25

장르 SF, 액션

국가 한국

등급 15세 관람가

 

감독 김지운

출연 강동원(임중경), 한효주(이윤희), 정우성(장진태), 김무열(한상우), 한예리(구미경), 최민호(김철진) 등

 

 

줄거리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혼돈의 2029년.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민다.
 
절대 권력기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사이, ‘특기대’ 내 비밀조직 ‘인랑’에 대한 소문이 떠도는데…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인랑'

 


 

후기 REVIEW

 

원래 다들 아니라고 말하면 괜히 확인해보고 싶은 그런 청개구리 심리가 있지 않나.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그렇게 호기심으로 객기부리다 죽는다고(뭐?). 그래서 호기심으로 봤다이거에요. 올레TV에서 수요일마다 특가 때리며 데이터무료하는데 거기 인랑이 있었고, 요즘 핵노잼 시기로 보고 싶은게 없어서 굳이 그걸 봤단 말이에오. 퇴근길에. 그리고 집에 와서 마저 봤다 이거에요. 하...

 

아니, 일단 어디서부터 내 기분을 표현해야하니. 이미 모두가 NO라고 했는데 굳이 뭘 또 내가 숟가락을 더 얹어 귀찮은데. 그래도 특별히 모두가 NO라고 외친 것을 나도 함께 외쳐보련다. 외롭지가 않아서. 내가 인랑을 보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다 보면 인랑을 까는 유투브 영상 링크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 영상까지 보고 나니 아 내가 겁나 짜증났던 부분이 나만 짜증났던 게 아니었다는데서 정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영화를 보고 느껴야할 감동과 공감은 어디로...?

 

영화의 배경설정을 좀 더 설득력 있게 했다면 덜했을까? 시작해서 5분정도? 주구장창 이어지는 장진태(정우성)의 나레이션은 설정구멍인 스토리를 이해해보렴이라며 설득해보지만, 도무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데요. 님아 설정충? (문제는 설정충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설정이 부실했다는게 큰 함정) 그래 솔직히 그 나레이션 들었으니까 억지로라도 그러려니 하고 섹트니 특기대니 피의 금요일이니 하는 것들을 이해해볼려고 했던거지, 극장에서 입장 늦게 한 사람들은 진짜 러닝타임 내내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그게 좋았다는게 아니고, 이 영화는 설정부터가 망했거든.

 

나는 갑분로맨스보다 더 기함을 토했던게 영화 오프닝이나 다름없던 광화문 시위장면이다. 보통 시위 장면이라 하면, 강압적인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는 시민들, 그 시민들에 대한 지지 이런게 생각나지 않나. 특히 시민들의 뜻과 의지가 나와 같고, 내가 그들에게 공감하게 되면 시민들을 탄압하는 무리들은 자연스레 내 마음 속에서 악역을 담당하게 된다. 근데 이 영화는... 이 영화의 대치 상황은 뭐지? 뭐야 이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그리고 그를 막아내는 전경 혹은 경찰들. 때가 어느 때인데 이토록 폭력적이고 잔인한 시위를? 단순히 화염병을 던지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폭탄도 던진다. 물론 그건 일반 시민이 아니라 섹트라는 테러리스트 집단이었지만, 그렇다해도 굉장히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드는 가운데 이들의 신념(혹은 이념)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원작 애니에서는 1960년대 실제 있었던 시위에 상상력을 얹은 설정이라, 영화 중간부터 보더라도 아 그때 얘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수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모순과 시대상황, 정서를 녹아냈기 때문에, 진짜 생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상상력을 가하는 영화 인랑과는 다르다. 통일을 반대하는 테러리스트 집단과 그에 동조하는 시민사회라니.

 

통일에 대한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개인의 생각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설정은 너무 갔다. 통일이 과연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통일을 끌고 나간다는 인상과 단순히 주변 강대국들이 그것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경제보복을 가하여 살기 힘들어졌다고 통일을 반대하는 뜻을 가진 테러리스트의 등장은, 지금 뭐라 시부리고 있는거니? 이걸 지금 이해하고 공감하라는거니? 라는 반감을 사게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난 거기서 망했다. 더 이상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의지가 들지 않았다.

 

그 뒤부터는 거의 뭐 까기 위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꾸역꾸역 다 보긴 했는데. 결국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배경 설정과 그보다 더 심각하게 관객에게 선악은 커녕 뭐하는 인간인지 분별도 못하게 하는 남녀주인공 캐릭터 설정 콜라보는 무슨 단짠단짠도 아니고 내 기분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배경이 망하면 캐릭터라도 살아야 하는데 대체 어느 캐릭터가 살아남은거지. 그나마 일찍 죽은 최민호일까. 민호 연기잘하더라 짧고 굵게 인상 심어주고 갔어. 영리했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으면 진짜 못 볼꼴 다봤...

 

사실은 자기도 이윤희(한효주)를 이용하기 위해 그녀의 미인계에 속아넘어가주는 척 해주는 임준경(강동원)은 시종일관 사람이 변화가 없다가(심지어 갑분로맨스가 진행되었을때도), 마지막에 이윤희가 진짜 죽을때 되니까 그녀가 뭐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어서 그랬겠느냐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면서 죽일 수 없다고 한다. 뭔소리야 그럼 임준경 니가 앞에서 죽인 사람들은 다 뭐야. 그 사람들은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행동들을 했어? 헛소리 정성스럽게 하는 임준경과 그걸 또 들어주고 앉아있는 장진태와 그래서 모두가 살아남아 해피엔딩이라니. 이건 뭐 인류애도 아니고, 그냥 임준경이 진짜 이윤희 좋아했나. 그러면 섹트니 특기대니 이 설정 왜 필요했?

 

굉장히 로컬 감성과 정서가 묻어있는 원작을 어설프게 가져오는 바람에 시대는 말같지도 않은 상상력을 묻힌 한국(한국이라 하고 싶지도 않다)이 되었고, 로컬 감성이 덕지덕지 묻은 인물들과(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일본 영화의 인물들) 근데 하는 짓은 금사빠 같은 막장 한국식 러브스토리(사실 너무 갑분로맨스라 막장 한국식이라고 붙이기도 거시기하다)에 미술팀만 죽살나게 고생해서 그럴싸한 공간만 담아내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었다. 미술팀은 잘못이 없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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