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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사의 찬미 5, 6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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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자유롭게 사랑하며 내가 나답게 이 한 생 사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힘이 드는가.

 

 

남자는 떵떵거리는 부잣집 자제에 번듯한 아내에 남부러울 게 없지만, 그저 그가 바랬던 것은 글을 쓰는 것. 나라를 빼앗긴 이 때에 앞장서 나서지는 못할망정 글로나마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했던 것. 그리고 한 여자를 마음껏 사랑하는 것. 그러나 아버지는 가문을 따를 것을 강요하고, 아내는 지아비의 도리는 바라지 않지만 자식의 도리는 해야한다며 더욱 더 김우진(이종석)을 옥죄어온다. 집안 어느 누구도 진심을 다하여 그를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생을 다하여 그를 알아주었던 것은 오직 한 여자뿐.

 

여자의 상황은 더하다. 뼈속깊이 스며든 가난은 시시때때로 여자의 현실을 일깨운다. 동생들의 학비와 부모의 봉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한 집안의 장녀는 아무리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꿈꿔왔지만, 자신을 불러주는 곳에 아무리 가서 노래를 불러도 여전히 팍팍한 삶이다. 돈에 팔리듯 결혼을 요구했던 부모는 조국을 저버린채 일본을 위해 노래를 부르라고까지 한다. 윤심덕(신혜선), 그녀의 현실은 갑갑한 정도가 아니라 살얼음판일까.

 

우진는 집안을 등지고 다시 동경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쓴다. 평생을 풍족하게 살아왔으나 이제 그러지 못하더라도 우진의 마음은 편안하다. 심덕이 있고 글을 쓸 수 있으니까. 그러나 바다 건너 온 그의 부인이 들려준 소식은 아직도 자신은 한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음을 깨닫게 해줄 뿐이었다. 돌아와 가문을 잇지 않으면 곡기를 들지 않겠다는 우진의 아버지. 가문은 계속해서 우진을 붙잡는다.

 

우진을 먼저 일본에 보내고 심덕은 어줍잖았던 약혼을 정리한다. 일본의 레코드사와 계약하여 두 동생의 유학자금을 가까스로 마련했지만, 그녀를 따라다니는 거짓된 추문들이 그녀를 괴롭힌다. 선의로 그녀를 돕고자 했던 이용문 덕분에 동생들의 유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그와의 스캔들이 경성에 퍼지며 두 동생들조차 잘못된 소문을 믿고 심덕을 믿지 못하고, 소문 때문에 그녀는 무대에 서지도 못한다.

 

남녀주인공의 현실은 그들을 벼랑끝으로 밀어낸다. 특히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었다. 불륜을 미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진과 심덕의 가족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나도 꽤나 답답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서로 마음껏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영영 이별하여 살 수도 없는 두 사람은 결국 생을 포기하기로 한다. 아니, 죽음을 찬미한 것인가. 오직 죽음만이 그들이 그들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어 버렸으니. 그래서 '死의 찬미'.

 

 

우진은 '사의 찬미'라는 제목의 희곡을 남기고, 심덕은 '사의 찬미'라는 제목의 가곡을 녹음하여 남긴다. 1926년 8월 3일, 시모노세키발 부산행 관부연락선을 타기 위해 김우진과 윤심덕은 본명 대신 각자 호와 아명으로 배에 탑승한다. 김수산과 윤수선으로. 8월 4일 새벽 4시, 깜깜한 하늘과 바다 위에 아무도 없는 갑판에서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추며 그들의 생을 정리한다. 죽을 그때에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겠다는 두 사람의 마지막은 꽤나 처연하고 처절하여 사뭇 비장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주 1, 2화는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서 별로라고 입에 달고 다녔으면서, 어제는 마음이 풀어지더니 오늘은 남은 마음을 다 주었다. 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급격히 관대해졌다. 드라마에 대해 이런저런 소리들을 다 제쳐두고서라도, 김우진과 윤심덕이라는 인물 그 자체에 대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 고민해보고, 오랜만에 '사의 찬미'라는 제목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짧은 3부작에 100% 이상의 완성도를 기대하면 안되지만, 이만하면 충분했다.

 

 

#POOQ(푹) 드라마 사의 찬미 5, 6회 통합본 다시 보기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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