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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사도 (The Thro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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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5.09.16.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25분
배급
㈜쇼박스
관객수 624만명


줄거리
재위기간 내내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린 영조는 학문과 예법에 있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세자만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바랐지만 기대와 달리 어긋나는 세자에게 실망하게 된다.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어린 시절 남다른 총명함으로 아버지 영조의 기쁨이 된 아들 아버지와 달리 예술과 무예에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닌 사도는 영조의 바람대로 완벽한 세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다그치기만 하는 아버지를 점점 원망하게 된다. 왕과 세자로 만나 아버지와 아들의 연을 잇지 못한 운명,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가 시작된다.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했던 글을 수정하여 옮겨왔습니다. 원래 업로드일은 2015.9.21]

임오화변, 조선의 왕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사도가 뒤주에 갖혀 7일간 버티다 죽은 그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속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엄청나게 기대하게 하고 결국 흐지부지 되버렸던 드라마 비밀의 문이 자꾸 떠오르며. 뿌리깊은 나무를 너무 감명깊게 봤어서 한석규 배우 엄청 기대했는데 난 사실 약간 캐릭터가 겹친다는 느낌이 들면서 본방을 챙기지 못하게 되니 초반에 좀 보다 말아버렸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는 내내 펑펑 울었다.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에 그냥 눈물이 났었다.
송강호, 유아인 이 둘의 연기는 참으로 구멍이 없었으나,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모두가 다 그러헀다.



송강호야 말하면 입 아프지만 유아인은 솔직히 놀랬다. 나는 그가 그만의 사도를 연기하기 위해, 저렇게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깊은 우울증에 빠지진 않았을까하는 정신이 다 털릴 것 같은 연기. 배테랑에서도 색깔있는 연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도의 유아인이 최고였다는 내 감상은 꽤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궁중의 여인들이 세자를 지키기 위해, 할머니가 손자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특히나 손자를 지키다 할머니가 죽고 아들을 지키다 어머니가 오열하는... 그런데 그 와중에 혜경궁 홍씨는 자꾸 삐딱하게 보게 되었다.

어릴적 읽었던 만화책 속의 혜경궁 홍씨는 남편을 잃고 자기 자리를 잃은 채 아들을 키워낸 가련하고 한많은 여인이었지만, 이제 내겐 치열했던 권력투쟁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아들 그리고 자신의 가문을 위해 남편을 버렸던 비정한 여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속 혜경궁이 사도세자의 친모인 영빈의 어깨를 잡고
세게 흔들면서 세자와 세손을 구해달라고 할 때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등장할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달까.
모두가 그를 위해 힘쓰는데 점점 부자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어 버리니 보는 내내 속이 탔다. 군신의 관계나 권력, 정치적인 관점보다는 그저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보다 우선했단 임금과 신하. 임금을 아버지로 둘 수 밖에 없었던 세자의 운명. 어렸을땐 어떻게 아비란 사람이 아들을 죽일 수 있나, 비정하고 비정하다는 생각에 분노가 앞섰는데, 세상은 넓고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넘쳐나니 하물며 제정신으로도 버티기 어려웠을 왕의 자리에 그것도 적통이 아니었던 영조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길이었겠는가. 이해까지는 아니어도 더이상 분노가 앞서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던 것은 아마도....
왕이었던 아버지와 아들이었던 세자. 나는 자식이라 그런지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어 영조가 밉고 또 미웠다. 기대했던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멋대로 실망하고 못되게 아들을 대하는 그 태도에 세자가 상처받듯 나도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부모는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래도 자식의 생각을, 행동을, 선택을 조금만 이해해주면 안될까.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섣부른 생각은 잠시 멈추고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그냥 말없이 바라봐주면 안되나.

나는 한때 그 따뜻한 침묵을 참 많이도 바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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