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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극장 1열

[리뷰] 넷플릭스 블론드(Blonde, 2022): 불호, 불호, 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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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2022.09.28
국가 미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67분

| 연출/출연

- 연출 : 앤드류 도미닉
- 출연 : 안나 데 아르마스(노마 진/마릴린 먼로), 애드리언 브로디(아서 밀러), 바비 카나베일(조 디마지오), 카스파르 필립손(대통령), 토비 허스(화이티), 제이비어 새뮤얼(찰리 채플린 주니어)

| 줄거리

- 할리우드 전설 마릴린 먼로의 다사다난했던 사생활과 그녀가 견뎌야 했던 유명세를 대담한 상상력을 더해 재창조한 픽션

| 후기 REVIEW

- 한 줄 요약: 모두가 No 라고 할때, 가끔 그 말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지말라고 할 때는 보지말자. 무척이나 자기기만에 빠진 감독과 배우에 역겨울 지경이다.

- 안 보려고 했다. 일단 온갖 커뮤에서 소문이 흉흉했는데, 엄청나게 선정적이어서 넷플릭스에서도 편집을 다시 하라고 했지만 감독이 밀어부쳤고, 결국 최고 등급을 받아 공개된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도 더러 나오고, 무엇보다도 유족이 없어서 소송조차 할 수 없는 마릴린 먼로의 삶을 제멋대로 그려놓고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마냥 표현한 것이 가장 문제였다. 원작도 문제인데, 영화는 더 심각하달까. 심지어 주연을 맡은 배우조차 자신이 정말 마릴린 먼로를 진실되게 잘 표현한 것마냥 입 털고 다녀서 돌아선 팬들도 제법 있는 것 같았다. 이 총체적 난국의 작품을 왜 보았냐하면은, 그래, 욕하려고 봤다.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내 인생 통틀어 [리얼]보다도 못한 최악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 노마 진은 유년 시절의 불행했던 삶,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존재를 몰랐던 것(혼전임신으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것으로 나온다), 정신병을 앓아 딸을 죽이려고까지 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평생의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시종일관 사랑받고 싶어하고, 행복하고 싶어하고, 아버지를 찾고 싶어한다. 아버지를 너무나 알고 싶어서 그런지 사귀었던 남자들을 'Daddy'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행복하고 싶었던 그녀의 소망은 이뤄질 수가 없었고, 낙태와 유산에 계속 아이를 잃으며 그녀는 술과 약에 의존하며 점점 피폐해진다.

- 아서 밀러와의 결혼 이후에 노마 진의 삶은 마치 뭉텅뭉텅 썰려나간 것 처럼 타임라인이 뚝뚝 끊겨서 연출된다. 아마도 온전치 못한 그녀의 정신상태를 보여주려고 한게 아닐까. 더불어 그녀의 정신상태를 더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쓸데없이 축축 늘어지는 슬로우 연출도 결말로 갈수록 시간을 차지한다. 2시간 47분이라는 쓸데없는 러닝타임은 필요없는 장면들 때문이다. 딱히 힘들었던 그녀의 내면을 보여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나는 이렇게나 그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연출을 할 수 있어!'라고 잘난척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 느낌이 나게 촬영을 한 것 같다. 권위 있는 영화제들에서 인정받고 싶었나보다. 상업영화의 최고봉에서 돈을 뜯어내 이런 쓰레기를 만들어놓고서는 바라는 것도 많지.

- 마릴린 먼로는 무척 영리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재능있는 배우이자 가수였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주변인을 잘 이용할 줄도 아는 능력있는 여성이었다. 거듭되는 결혼 실패, 유산 등에 약과 술에 의존하여 망가진 생의 말미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녀는 이 영화에서 정신 멀쩡한 때에도(?) 시종일관 어딘가 멍하고, 축축 늘어지고, 타인에게 굉장히 의존적이다. 마치 금발은 멍청하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랄까. 그녀의 스마트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장면도 다 유년시절의 불행함을 연상시켜 그녀에 대한 동정심만 더욱 유발할 뿐이다. 시대가 달라 아무리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고, 한 때 헐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 그녀가 실제로 그러했다고 믿을리 없을 것 같다. 진실까지는 바라지 않고, 사실이라도 제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해야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연기를 하면서 뿌듯해했다던 배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선정적인 장면들은 애초에 너무 걱정을 해서 그런지 그렇게 심각(?)한 거 같지는 않다. 안 심하다는게 아니고, 정말 최악일 줄 알았는데 각오한 것보다는 덜 최악이었다는 것이다. 가슴노출은 그냥 심심하면 나오는 수준인데 내가 지금 포XX를 보고 있나 잠깐 착각이 들기는 한다. 특히 결말로 갈수록 쓰레기가 점점 악취가 나고 썩어가는 지경이랄까. 케네디와의 장면은 진짜 핵폐기물급 쓰레기였다. 케네디와의 관계를 통해 감독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토록 직접적으로 그녀의 고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읽어야할 메세지는 없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고, 강제로 그와의 관계를 이어간 건지도 모르겠고, 인물 간의 어떠한 교감도, 관객과의 어떠한 교감도 남기지 않은 그냥 파일 용량 낭비하는 장면들일 뿐이었다. 노출에 관해 연출상 이런 장면이 꼭 필요했냐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런 영화가 꼭 필요했냐라는 질문이 나오므로 하지 않도록 하겠다.

- 표현의 자유, 좋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실존 인물의 이름과 생애를 빌려 표현을 할 때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고, 최대한 그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극적 재미를 위해 조금의 가공은 당연히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 또한 관객이, 시대를 함께 살아갔던 모든 사람들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영화는 고인을 무시하고, 그녀를 사랑했던 혹은 기억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무시한, 이른바 '례술'을 한다는 자기기만에 빠진 년놈들의 배설물임에 틀림없다. 아무도 이런 배설물을 봐서는 안된다. 아무리 혹평을 해봐야 자기기만자들은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냥 세게 망해버려야 한다. 아무도, 호기심에서도 보지말기를. 혹여라도 호기심이 동해 보게된다면 느낀 그대로의 혹평을 날려주자. 자유에는 책임이라는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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