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4박5일 자유여행 2일차 일정
중앙광장 - 중앙광장 시장 - 중앙백화점 - 귬백화점 - 귬 옛마당(브스피쉬카) - 클레버하우스 - 스보이페테 - 우수리스크 - 버거킹
4박 5일 정도로 넉넉하게 일정을 짜면 보통 다들 우수리스크를 다녀오더라. 대신 다녀오면 그날 하루를 온전히 날린다는 함정이 있어서 고민을 거듭하다 가고싶다는 엄니의 뜻을 따라 결정. 오후에 출발 예정이라 오전에는 간단히 시내를 돌아볼 계획이었다. 전날 아경투어로 잠깐잠깐 보던 곳들.
든든히 조식을 먹고 먼저 중앙광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말에 중앙광장에서 마켓이 열린다고 해서 구경해볼 생각이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러시아 꿀과 납작복숭아에 집착(?)하던 엄니는 마켓을 휩쓸며 이 두가지 제품에 집중했다. 꿀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여러 상인들이 줄지어 자리를 마련하고 꿀을 파는데다가 시식까지 해볼 수 있게 해줘서 몇 집에서 맛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벌들이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어서 자연산 꿀이 흔하다고 한다. 덕분에 가격도 너무 착해서, 오히려 시장에서 산 꿀이 나중에 꿀집에서 산 것보다 엄청 저렴하고 맛있었다. 꿀은 이렇게 쉽게 구한반면 어째 납작복숭아는 털끝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뿐 아니라, 과일가게가 보이면 틈나는대로 찾아봤지만 없었다. 나중에 안 건데, 이미 납작복숭아 철이 끝나서 없다는 것. 여름에 왔어야했나보다.
중앙광장 쇼핑을 간단히 끝내고 굼백화점 방향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중간에 들어가 본 것이 아마도 중앙백화점인 것 같은데, 실내에 너무 상점이 없어서 이게 백화점이 맞긴 맞는 건지 좀 헷갈렸다. 2층에 해적커피가 있길래 대충 맞겠거니 했다. 맛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가격이 착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오면 꼭 한번은 먹어야 한다는 해적커피. 해적커피 두 곳을 가봤는데(정작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가게는 가지 않았다) 점원이 상당히 마이웨이다. 손님이 오건말건 주문을 하건말건. 그래도 주문하면 바로바로 돈 거슬러주고 음료내준다.
또 여기저기 걸으며 굼백화점도 둘러보고 뒷편으로 나왔다. 어제 야경의 하이라이트였던 뒷마당은 낮에보니 색다를게 없어보였다. 이래서 밤에 와야하나 싶었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유명하다는 에클레어를 파는 브스피쉬카 방문. 모히또가 들어간 것과 딸기 에클레어 하나씩. 엄청 달고 맛있었다. 가격은 그렇게 착하지는 않았다. 이 한입거리에 거의 오천원. 카페도 작아서 금방 일어나줘야할 것만 같았다. 테이크아웃도 해주더라.
점심은 아르바트 거리의 스보이페테. 부모님이랑 여행을 가면 음식은 함부로 도전하면 안된다. 입맛에 맞을 것 같은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와 리조또 비슷한 걸 시켰는데 사진은 파스타 한장만 찍었나보다. 다행히 엄마 입맛에 잘 맞았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일본인 단체 관광객 예약석이 있더라. 아, 여기 화장실이 참 깨끗하다.
호텔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우수리스크를 향해 출발. 어제도 이용했던 블라디벨 투어를 통해 차를 타고 갔다.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도 되겠지만, 여기 투어는 차를 타고 이동해서 바로 아르바트 거리에서 갈 수 있었다. 거의 두시간여를 달려 우수리스크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 유허지, 발해 옛터, 생뚱맞은 달마상, 최재형 선생 고택, 고려인문화센터, 영원의 불꽃(여기에도 있다), 성모비호 성당까지.
차가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궂은 땅에 이상설 선생 유허지가 있어서 좀 안타까웠다. 이토록 뜻깊은 곳인데 사람의 발길이 닿기 참 어려운 곳에 있다. 드넓은 발해 옛터를 보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발해라는 옛 나라의 역사가 와닿는 느낌도 들었고. 이래서 유적지 여행이 재미있다. 성당을 갔을 때 미사 중이라 잠깐 들어가 참여했는데, 어떤 할머니가 자꾸 우리 쪽을 노려보더라. 소근소근거리는게 영 마음에 안 드셨나보다. 대충 분위기만 보고 얼른 나왔다. 굉장히 엄숙한 느낌인데다가 의자가 없이 모두가 서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오가기만 해도 몸이 힘든 건 마찬가지. 사실 저녁은 뭘 먹어야할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클레버하우스에서 대충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KFC와 버거킹이 있길래 버거킹에 들어가봤다. 맥도날드 대신이랄까. 여긴 한국어 메뉴도 없고, 메뉴판에 영어도 안 써있어서 헤매니 점원이 영어로 된 메뉴판을 꺼내주었다. 사실 창문에 그려진 불고기가 먹고 싶어서 손짓발짓으로 저거 달라고, 그 와중에 또 세트로 시켰다. 음료수는 컵을 주면 직접 가서 얼음과 음료를 담는 건 한국이랑 똑같더라. 호텔로 돌아가서 사온 버거와 클레버하우스에서 장을 본 주전부리들을 먹으며 오늘 하루 마무리.
+) 클레버하우스 근처에 꿀을 파는 집이 있다. 다들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것 같은데 우리 모녀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발견했다. 다양한 맛의 꿀도 팔고, 차가버섯도 판다. 여기 차가버섯이 가장 저렴했었다. 차가버섯 꿀도 여기만 있었다! 그냥 약국에서 파는 차가버섯(티백) 사고, 여기서도 사고(가루와 덩어리 모두).
+) 4박 5일 일정 중 5번은 갔던 클레버하우스. 이 동네 사람들도 여기 와서 장을 보는지 저녁에 물건살때는 줄도 꽤 길었다. 여기서 각종 초콜릿과 차 티백 구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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